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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in Oct 03. 2022

드디어 독일에 왔다.

계획처럼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출국 하루 전, 드디어 내일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마지막 짐싸기에 돌입했다.

가져가야 할 캐리어는 총 10개.

한국에서 보낸 컨테이너가 도착 하기 전까지 급하게 쓸것들만 담았는데도 캐리어10개 분량의 짐이 남았다.

성인인 나랑 남편은 아무것도 없이 대충 산다고 해도 3살 아기의 짐은 없으면 안되니 핸드캐리하기로 결정하고 짐이 싸다 보니 줄이고 줄여도 캐리어 10개.

끝나지 않을거 같은 마지막 짐 정리를 맞친 후, 혼자 여유롭게 네일샵으로 향했다. 마치 해외 여행을 떠나기 전 날 들뜬 여행자의 기분으로.

'얼마만에 가는 해외인가, 심지어 이게 얼마만에 타는 비행기더라'

임신과 출산, 코로나로 4년만의 해외라 그런지 네일샵에 가서 여행 기분을 내고 싶었다.

그런데 네일 샵에 도착하자 전화가 울린다.

"비행기 캔슬되었다는데..." 라는 남편의 전화.

너무 당황스런 그 전화를 받고 네일샵에 들어서자마자 다시 집으로 향할수 밖에 없었다.

전화도 문자도 없이 갑작스런 메일 두통의 일방적인 통보.

"Cancellation of your flight from Seoul to Munich"

"Cancellation of your flight from Munich to Hamburg"

두 눈을 의심했다. 메일이 온 시간은 오후 5시 45분.

캔슬 이유조차 나와있지 않은 그 메일을 보고 너무 당황스러웠다.

루프트한자에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고, 여행사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마저도 6시가 지나니 아무것도 확인할수 없는 상태.

이런저런 사이트를 찾아보니, 루프트한자가 파업을 한다고 한다.

내가 독일에 가는 7월 27일, 바로 그 날부터.....

우선 내일 아침 7시 출국을 위해 집앞으로 오기로 한 벤을 취소하고, 다른 비행 스케쥴을 알아봤다. 우여곡절 끝에 3일 뒤에 출발하는 아시아나 비행기에 부킹을 했고 다시 한번 독일로 떠날 준비를 했다.

혹시나 또 이런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으로 다시 출국하는 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7월 29일, 독일에 가는 날. 이번엔 진짜 간다!

새벽 6시, 일어나서 공항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문자가 한통 온다.

비행시간이 딜레이 되었다고...

'앗! 또 이게 무슨일인가.. 그래도 다행이다. 50분정도의 딜레이면 뭐, 3일도 기다린 우리인데.'

공항에 도착해서 사유를 알아보니, 중국에서 군사훈련을 해서 중국을 지나갈수가 없어 딜레이가 되었다는데, 이쯤되면 독일이 나를 거부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계획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구나.

우여곡절 끝에 프랑크푸르트에서 한번의 경유를 하고, 이곳 함부르크에 도착했다.


밤 10시 함부르크 공항에서 나와 미리 예약한 숙소까지 가는데 10개의 캐리어를 실어줄수 있는 택시는 없었다. 어쩔수 없이 남편과 찢어져서 5개씩 캐리어를 나눠타고 겨우겨우 숙소에 도착하니, 모든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

도어 투 도어 무려 23시간의 여정에 딸도 힘들었는지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목이 마르다며 물을 찾는다.

'앗, 큰일났다. 여긴 호텔이 아니고 에어비엔비다. 생수가 있을리 없다'

아무생각없이 에어비엔비에 온 우리가 바보 같다고 생각하며 급한대로 수돗물을 받아 한번 끓여 먹이고, 내일을 기다려야 했다.

정말 생각지 못했던 일들의 연속이었다.


앞으로 어떤일이 펼쳐질지,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지 독일에 오기까지 걸렸던 4일간의 일들이 험난한 독일생활의 예고편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괜찮다, 그래도 우리가족이 무사히 도착했으니.

새롭게 시작해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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