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내년 목표를 끄적인다.
생활체육지도사 2급 자격증 취득을 적고 바로 시험 준비를 시작한다.
어렵고 재미도 없다. 그래도 하려는 이유가 뭘까? 답은 모르겠다.
어차피 매년 비슷한 때 보는 걸 알면서도
1년 전부터 시험 일정이 궁금해 국민체육진흥공단 사이트를 들락날락 거린다.
합격한 친구가 쓰던 책, 기출문제, 필기도구는 항상 가방 속에 들고 다니고 평소라면 열지도 않을 유튜브로 짬날 때마다 필기강의를 본다. ‘공부 준비’만은 참 잘하는 편이다.
시험보다 원서접수가 더 어렵다는데
한창 바쁜 근무시간과 겹쳐 부담감이 크다.
하던 일을 멈추면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피해를 준다.
미안함에 어쩔 줄 모르니 편히 하라 말해준다.
식은땀과 함께 다리만 달달달 떤다.
그러든지 말든지 사이트는 먹통이고, 30분 이상 계속 도돌이에 제자리가 되니 1년에 한 번인 시험은커녕 접수조차 못하겠다 싶다.
불안하고 눈치가 보여 화장실이 어찌나 가고 싶던지 지금도 생각하면 식은땀이 난다.
핑계 삼아 어차피 시험공부도 못했는데 포기할까도 싶다.
포기하려니, 불현듯 아깝다는 생각에 기어코 원서접수에 50분 만에 성공한다.
참 두 번은 못할 짓이다.
두 달 남짓 남은 시험, 발등에 불은 이미 떨어졌다.
평일은 이동시간과 틈나는 대로 카페를 가고, 주말은 도서관을 찾아 공부한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재미도 있고 더 알고 싶다. 하면 할수록 부족한 시간에 초조하기만 하다.
시험 당일까지 필요한 거만 봐도 없는 시간에 "좀 더 해둘걸" 하고 후회한다.
퇴근 후 운동에 공부까지 하려니 보통 일이 아니다.
아 망했다 싶었던 시험 전 날, 밤새 해보자는 마음과 달리 머리에 들어오는 것도 없고 배만 고프고 잠이 쏟아져 죽을 맛이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잠이 든다.
다음날 아침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시험 전까지 볼 책을 챙겨 잔뜩 긴장한 채 서둘러 집을 나와 도착한 시험장. 어찌나 떨리던지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들락날락거렸는지 모른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떨림과 긴장감에 새로웠지만 다시 느끼고 싶지는 않다. 제발.
‘내년에 또 보겠구나’ 시험지를 받자마자 생각한다.
올해 합격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미친 듯이 풀어본다. 부족한 시간에 보지도 못한 문제는 찍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인생, 참 내 마음대로 안된다.
꽉 채운 답안지를 제출하고 긴장이 풀려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드러누워 눈만 꿈뻑꿈뻑한다. 그렇게 10분 정도 있었나? 가채점 답안지에 시험 잘 봤냐는 연락에 폰은 바쁘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떨어질게 뻔해 피하고 싶다.
또 겪어야 할 긴장감과 떨림, 싫지만 좋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실패, 얼마나 좋아.
[요마카세] 수요일 : 실패 좋아하세요?
작가 : 지지soak
소개 : 마음껏 실패하며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