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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심 Aug 16. 2022

포스트잇을 치워야 한다

부담감 마음의 무게

특별한 이유 없이 몸과 마음이 무거울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뭔가 하나라도 붙들어 희생양으로 삼아야야 속이 시원할 것 같은데 무엇이 마음에 걸리는지조차 헤아릴 수가 없을 때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기운이 없어 몸이 무거운 것인지 아니면 그냥 마음이 무거운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아마도 마음이 무거운 거겠지.



마음의 무게에 대해 와닿는 말은 아래 드라마의 한 장면만 한 것이  또 있을까?

산사는 평화로운가?
난 천근만근인 몸을 질질 끌고..
가기 싫은 회사로 간다..

니 몸은 기껏해야 백이십 근.
천근만근인 것은 네 마음.

-드라마 “나의 아저씨”; 동훈과 겸덕의 대화


평소 말꼬리를 잘 잡는 편이다. '마음이 무겁다'라는 말의 꼬리도 한참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느낌은 전해지는데 상식적이지 않아 한참을 생각했었다. 이것을 부담감이라고도 말하는데, 내 마음이 무거울 때는 부담감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굳이 설명하자면 쓰레기통이 꽉 차듯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인데 딱히 무슨 생각인지 모를 때가 그렇다. 이럴 때는 마음이 무겁다 못해 답답해 견디기 힘들다.



어느 날에는 책상에 앉았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마음이 무겁지 않고 상쾌하여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와 비교해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루 더 늙은 몸과 마음뿐. 어쨌든 상쾌한 마음에도 불길함을 느끼는 나는 일단 의심을 멈추고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 한참이 지나 잠깐 휴식을 취하려 일어날 때 비로소 왜 내 마음이 가볍다 느꼈는지 알게 되었다. 바닥에 포스트잇 한 장이 떨어져 있었다.



그 포스트잇에 해야 할 일듯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가만히 있으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을 만큼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 해도 되는 그런 일들이었다. 사소한 것들이 어느덧 쌓여 솜이 가랑비에 젖듯 점점 내 마음이 무거워진 것이다. 하나씩 지워나가지 않은 채 모니터 밑에 붙여져 나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 눈에 그 포스트잇이 보이지 않으니 내 마음이 가벼워진 것이었다.  그 뒤로 나는 모니터에 포스트잇을 붙이지 않는다. 내가 게을러 작은 일들을 빨리 처리하지 못하는 것을 중요한 일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나 자신을 합리화하는 중이다.




마음이 무겁다고 느끼는 것은 어떤 생각에 사로잡혀 "심리적 저항"을 일으키는 것이란다.




젖은 솜처럼 무거운 마음을

가볍게 하는 길


마음을 가볍게 하는 원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사로잡힌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 생각이 이해되지 않을수록 더 붙들고 있는다고 한다. 그래서 제일 좋은 방법은 이해되지 않는 생각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자신을 이해시키고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근본적인 방법이지만, 아주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생각에 사로잡힌 것 자체가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기보다는 '자신의 관점'에 붙들려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로잡힌 생각을 이해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일반적인 방법들이다.


0. 햇볕을 쬐면서 밖에서 걷기

1. 단순 반복적인 일하기

2. 생각만 하지 말고 글로 써서, 등 뒤로 던지거나 쓰레기 통에 넣는다

3.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시간을 하루의 어느 부분에 정해놓고 그 시간에만 하는 것

4. 끊임없이 다른 생각을 시도하기

5. 좋아하는 활동하기

6. 운동하기


이 방법들 중 내가 선호하는 것은 0,1,2. 햇볕을 쬐면 젖은 솜이 잘 마를 것 같다. 그리고 2를 포함한 그 이하는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법이다.




'마음이 무겁다'라는 말꼬리를 잡다가 엉뚱한 글로 빠졌다.


과연 마음의 무게를

잴 수 있나?


영혼의 무게를 측정했듯이, 마음의 무게도 잴 수 있지 않을까?

영혼의 무게를 재려고 했던 시도가 있었다. 1901년 미국에서 던컨 맥두걸(Duncan MacDougall)이라는 한 의사가 죽음을 앞둔 사람을 대상으로 영혼의 무게를 측정하여 21g이라는 값을 얻었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죽은 이의 몸에서 빠져나가므로 사망 전후로 무게 차이를 측정한 것이다.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마음은 뇌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아인슈타인에 의해 밝혀졌듯이 질량 (무게)은 에너지와 같다. 그래서 마음이 갖고 있는 에너지를 알 수 있다면 이것에 해당하는 무게를 계산할 수 있다. 마음은 뇌신경의 활동이고 이것은 뇌신경 사이의 전기신호로 표현되므로, 해당하는 전자기 에너지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 마음이 무거워지고 가벼워지는 것이 과학적으로 아주 터무니없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마음의 무게를 재는 내용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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