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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파랑 Jan 29. 2023

나 이제 다이버야!

그런데 기쁘지가 않네


 무더위가 한창인 8월의 어느 주말, 드디어 바다에 들어간다. 금요일 늦은 밤부터 일요일 늦은 밤까지의 조금은 빡빡한 일정으로 개방 수역 교육이 진행된다.  정작 물속에 들어가 있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장비 착용하고 물속에서 움직이면 체력소모도 많이 되고 호흡하며 마신 공기 중의 질소가 몸에 남아 있어 피로감을 주기도 하므로 중간중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이전까지의 교육을 끝내고 만난 예닐곱 명의 오픈워터 자격증 수강생들이 함께 개방 수역 교육을 받는다.

 

 첫 번째 다이빙은 장비 착용 후 얕은 바다로 걸어 들어가 깊지 않은 곳에서 진행되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바다와 친해지며 제한 수역에서 실습했던 내용을 리뷰해 보는 시간이었다.  처음으로 바다에 공기통 들쳐메고 들어가는 뿌듯함과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멀찍이서 내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첫 다이빙은 아쉬울 만큼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이 때는 몰랐다, 훗날 나에게 닥칠 시련을.

  

 두 번째 다이빙은 배를 타고 조금 먼바다까지 나간다. 이번엔 제한 수역 교육에서 배운 입수 자세를 취하여 멋지게 바다에 풍덩 들어간다. 천천히 하강라인을 부여잡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는데 예상치 못한 거센 조류가 느껴지고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겁이 나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이퀄라이징까지 신경쓰려니 힘이 부친다. 시야도 좋지 않고 예쁜 물고기 따위는 돌아다니지 않으며 사방이 암흑이라 여기가 바다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그리고 너무너무 추워서 머리가 통째로 아파온다. 물 위에서는 뙤약볕에 살이 익어가는 느낌이었는데  바닷속은 이렇게 추울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른 교육생들도 정신이 없어 보인다. 


 우왕좌왕하는 와중에 누군가 나의 마스크를 쳤다. 서둘러 바르게 써보지만 이미 마스크 안에 물이 들어찼다. 강사님이 발견하고 마스크 물빼기를 하라고 하지만 보는 데는 문제가 없어 못 알아들은 척한다. 물빼기를 하고 싶지 않으니까, 아니 두려우니까. 그러나 결국 강사님의 손에 이끌려 마스크 물빼기를 시전 했는데 역시나 코로 바닷물이 들어갔다. 짠 바닷물이 코, 입, 목까지 넘어가는데 죽을 것만 같다. 물밖에 나가고 싶다고 그동안 배운 수신호를 싸그리 무시한 채 온몸으로 표현했지만 강사가 못 알아듣는 척한다. 당연히. 어찌어찌 무시무시했던 두 번째 다이빙을 마치고 강사님이 교육생마다 리뷰해 주셨는데 수영장에서는 잘하더니 왜 이렇게 겁먹었냐고 서두르지 말라고 혼도 내시고 격려도 해주셨다. 아… 나는 새삼 바다가 무섭다. 그렇게 춥고 시커먼 바닷속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너무 예쁜 사진만 많이 봐서 그런 것이겠지만 이런 바다라면, 이런 바다라면 들어가고 싶지 않다.


 그래도 어찌하랴 이 시점에서 다른 대책도 없어 세 번째, 네 번째 다이빙을 수행한다. 사실 특별한 기억은 없다. 그냥 두 번째랑 비슷했다. 여전히 바다는 춥고 무서웠으며 나는 하염없이 버둥거리며 꼭 해야 할 일들만 겨우겨우 해치우고 물 밖으로 나왔다.


 힘들고 길었던 일정을 마치고 나니 몸이 천근 같고 얼른 편안한 나의 집으로 돌아가 상처받은 나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었다. 하지만 다이빙으로 다친 마음은 다친 마음이고, 어렵게 시간 내어 여름날 동해에 왔으니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어제까지는 남이었던 사람들과 독특한 인연으로 만나게 되어 서로 내추럴한 모습으로 고기 구워 먹고 술 한 잔 하고 있는 것도 나름 재미있고 기분이 오묘했다. 먹고 웃고 떠들며 즐기는 시간 속에 또 하나의 잊지 못할 경험이  추가된다.


 서너 명의 강사님들께서 각자 자신들이 이끄는 팀에서 우수학생을 한 명씩 선정했는데 우리팀 강사님이 세상에나 나를 우수학생으로 선정하셨다. 미친듯이 혼내시더니. 우리팀은 이제 입문하는 팀이라 우수학생보다는 힘들다고 포기하지 말고 바닷속 세상으로 들어와서 재밌는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며 나를 선정하셨단다. 아, 감동의 눈물 한 방울. 하지만 죄송스럽게도 그때는 계속 스쿠버다이빙을 할 거란 확신과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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