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후르가다 다이빙(1)
문섬에서의 긍정적인 펀다이빙 기억을 간직한 채 이집트에서 보내기로 한 휴가계획에 슬쩍 스쿠버다이빙을 넣어본다. 이집트의 동쪽에 면해있는 홍해는 유럽의 다이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미리 보게 된 홍해의 수중환경 사진은 내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수많은 정보 수집과 일정 조율을 거쳐 최종적으로 후루가다에서 어드밴스드 오픈 워터 자격증을 취득하기로 결정한다. 어드밴스드 오픈 워터 코스는 오픈 워터 자격증을 가진 다이버가 실력을 세밀하게 다듬는 중급 레벨의 과정이다. 이론시험은 없고 이론교육과 5번의 다이빙을 통해 필수 테마인 수중항법과 딥다이빙을 수행하고, 이외에 보트다이빙, 고도정밀중성부력, 수중사진, 조류다이빙, 난파선다이빙, 야간다이빙 등의 테마 중에 여건에 맞는 3가지를 수행하면 된다.
카이로와 룩소르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른 저녁 후루가다에 도착한다. 남은 이틀간 어드밴스드 오픈 워터 자격증 과정을 이수하고 야간버스로 카이로 이동 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고된 일정이다. 다행히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생활하며 교육을 받는 것이라 부담을 조금 덜 수 있었다. 저녁시간 동안 간단한 소개와 이론교육을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이 든다. 과연 어떤 바다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다음 날,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한국에서 타던 고깃배와는 스케일이 다른 2층짜리 스쿠버다이빙 전용 보트가 기다리고 있다. 파란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 배가 참 예쁘게도 떠있다. 미치도록 아름다운 날씨와 풍경에 감탄하며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한다. 이동하는 동안 간단하게 브리핑을 받고 드디어 배가 정박하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다이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준비하고 바다로 뛰어든다.
첫 번째 다이빙은 필수 테마인 딥다이빙이다. 수심 30m까지 내려가는데 깊은 곳으로 내려갈 때의 몸의 변화를 느껴보고, 그 변화에 따른 대응 등에 대해 학습하는 다이빙이다. 오픈 워터 다이버들에게는 18m가 허용가능한 최대 수심이지만 어드밴스드 다이버들에게는 그 이상의 깊이가 허락된다. 천천히 적응해가며 조금씩 조금씩 깊은 바다를 향해 내려간다. 귀를 통해 압력이 높아지고 있음이 느껴지지만 서두르지 않는다면 우리 몸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이다. 햇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어두워진 깊은 바닷속에 있다고 생각하니 묘한 긴장감과 함께 신비로움이 느껴진다. 빨강, 파랑 색색의 플라스틱 병뚜껑이 물 밖에서, 물 표면에서, 그리고 깊이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것을 관찰하는 것도 새삼 흥미롭다. 다시 수면으로 올라올 때도 천천히 몸을 적응시켜가며 올라온다. 안전정지는 다이빙마다 꼭 해야 하는 것이지만 딥다이빙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내 몸은 소중하니까.
간단하게 디브리핑 후 감격을 나누며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한다. 역시나 다이빙은 체력소모가 어마어마하다. 노곤해진 몸에 날씨까지 완벽해서 졸음이 스멀스멀 몰려온다. 잠깐 눈을 붙여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노라면 예쁜 보트가 어느새 우리를 다음 다이빙포인트로 데려다준다.
두 번째 다이빙은 가볍게 수중탐험으로 진행되었다. 10m 정도의 수심에서 오랜 시간 동안 수중환경을 관찰하는 다이빙이었다. 수심이 깊지 않은 곳에서 이동이 많지 않으면 아무래도 공기의 소모가 덜하여 훨씬 오랫동안 물속에 있을 수 있다. 새롭게 발견한 물고기들을 기억해 두거나 사진을 찍어두고 다이빙 후 참고자료를 활용하여 이름과 특성을 익힌다. 햇살을 잔뜩 머금은 바다를 유유히 헤엄치는 다양한 생명들을 가만히 지켜보는 일,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이지만 그거면 충분하다.
다이빙을 마치고 센터로 돌아가니 카이로 여행 후 헤어졌던 일행들이 도착해 있었다. 카이로 여행을 같이하고 나서 나는 다이빙에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하느라 중간 일정이 달라졌고 다음날 체험다이빙을 진행하는 일행들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헤어졌던 중간의 여행기를 주고받으며 다음날의 여정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