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후르가다 다이빙(2)
이튿날, 일행들과 함께하니 아무래도 전날보다 기분이 조금은 더 들뜬다. 프로그램이 다르니 바닷속에서는 각자가 해야 할 일들을 하지만 물 밖에 나와서는 얘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어주는 그 시간이 어제보다 훨씬 즐겁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세 번째 다이빙은 보트다이빙이다. 주어진 환경의 영향으로 이미 보트다이빙을 하고 있었지만 좀 더 심도있게 진행한다. 보트의 승선절차 및 보트 내 안정장비 확인, 보트 특성에 따른 다양한 입•출수 방법에 대해 배우고 실습한다. 이번 포인트는 7~10 m 정도의 깊지는 않지만 낮고 길게 뻗은 절벽을 따라 다양한 산호들이 저마다의 리듬으로 춤추고 있는 곳이었다. 뜨거운 아프리카 햇살이 하얀 모래로 뒤덮인 바닥까지 닿아 밝게 비추는 바람에 여기가 바닷속인지 모래해변인지 모를 정도이다.
짧게 휴식을 취하고 같은 포인트에서 네 번째 다이빙을 진행한다. 이번엔 나의 의견이 반영되어 고도정밀중성부력 코스를 진행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실 중성부력은 지금도 자신이 없다. 나에게는 그만큼 어려운 스킬이다. 그럼에도 아니 그래서 나는 중성부력을 잘하는 다이버가 멋있다고 생각한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마치 물고기처럼 부드럽게 이동하고, 원하는 깊이에 안정감 있게 머물러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공기 소모가 적어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기존 환경과 수중 생물들에게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 바람직한 다이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 들어가기 전에 간단한 이론을 학습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입수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너무 잘되는 게 아닌가. 그저 공기방울만 뿜어대며 미동없이 고요하게 떠 있기도 가능하고 원하는대로 몸이 자유자재로 잘 움직여진다. 내친김에 핀 벗고 모래바닥 걸어보기, 물에 뜬 채로 앞구르기, 뒷구르기까지 해 본다. 와~ 이건 또 새로운 세상이다.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가 싶겠지만, 많은 장비를 착용한 채 물속에서 내 몸을 컨트롤 하는 일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 만만치 않은 일이 일어나니 나도 모르게 신나서 춤을 춰댄다. 소리를 지를 수는 없으니까.
점식식사를 하며 체험다이빙을 마친 일행들의 후기를 듣는다. 처음 하는 경험에 겁을 많이 먹은 이도 있었고 예쁜 물고기들에 반하여 흥분한 이도 있었다. 경험을 공유하고 감정을 나누는 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같은 경험을 해도 각자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이 다르고, 그런 다름을 받아들이고 인정해 주면서 배우고 성장한다.
마지막 다이빙은 필수 테마인 수중항법이다. 직선항법, 사각항법 두 가지 스킬을 연습하는데 나침반을 활용하는 법과 자연 지형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연습하고 테스트한다. 의외로 무난하게 스킬을 익힐 수 있었지만 과연 바다에서 길을 잃었을 때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부디 그럴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우수한 학생 덕분에 계획된 일정이 빨리 끝났지만 공기가 허락하는 한에서 자유롭게 바다 생물들 구경하고 사진 찍으며 마지막 다이빙을 즐겼다. 뜨거운 여름의 홍해를 내 머릿속에, 내 가슴속에 새기고 또 새겨본다. 근 한 시간을 바닷속에 있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다음날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다이빙 이후의 충분한 휴식 시간이 확보되어야 하므로 한없이 물속에 있을 수는 없다. Bye, Red 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