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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갈빵 May 15. 2023

[맛동산 시리즈12] 마포에서 증산으로-

부영각, 심야식당 텐조

0. 마포

4월의 맛동산, 마포로 모였다. 평일 저녁, 회원 넷의 합리적인 모임 장소로 마포 일대가 거론되었고 회장님이 잽싸게 갈만한 곳을 몇 보내왔다. 역시나 믿음직한 그. 개중에 고른 곳은 부영각. 그렇다, 중국음식에 소홀한 우리였다. 고심하여 고른 요리 몇가지를 촤라락 펼쳐놓고 요거 집어먹으며 한잔, 저거 후루룩하며 한잔하는 사이 자연스레 목소리가 커지는 그 자리가 그리웠다.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중국집, 연남동 상해소흘 이후 제대로 된 중국음식을 탐하기 위해 용사들은 각기 다른 곳에서 마포로 결집했다.


1. 부영각

필자가 마지막으로 가게에 도착했지만 10개 남짓한 테이블에 반가운 이들의 얼굴은 없었다. 한 층 더 올라가는 침침한 계단에서 서성이는 회원들을 마주했다. 웨이팅이었다. 아뿔싸. 배는 이미 고픈 상태, 청년 넷에게는 다소 좁은 그곳에서 작은 근황거리들을 던져가며 허기짐을 달랬다. 웬만치 잘 버티고 있었으나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 어디 가서 요기라도 하고 오자라는 결론. 준회원의 전화번호를 적고 건물에서 나왔다.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는 발걸음들. 그것도 잠시! 십오미터 정도 벗어났을까, 준회원의 상기된 목소리! "아, 지금 들어가면 돼요? 네네!" 하늘이 우릴 버릴쏘냐! 헤벌레한 얼굴로 냉큼 몸을 돌려 가게로 올라갔다. 자리를 잡았다. 오래 기다린 것이 어째 마음에 걸리시는 듯한 사장님과 직원분들, 앉았으면 그걸로 감사한 우리였다!

부추복어살 대자를 시키자 기다림에 대한 고마움(?)과 안쓰러움(?)으로 군만두가 서비스로 타악! 뭐야뭐야~ 이러면 아주 눈물콧물이야! 기대감과 동시에 허기짐까지 부푼 상태, 맛있어야 할텐데...소맥을 잽싸게 말고 복어살 하나를 집었다. 오! 흥분이 가라앉고 만족의 미소가 스윽. 됐다 됐어. 따뜻한 복어살은 쫀득한 식감에 담백하여 곧장 술을 부르게 했다. 느끼하단 생각은 들지 않는 깔끔한 튀김. 부추는 말도 할 것 없고 소금, 후추와 간장, 겨자를 한번씩 찍어먹으면 물릴래야 물릴 수가 없었다. 만두도 맛있네, 이걸 어쩐담? 한 병 더!

삼선볶음밥과 짬뽕까지 줄지어 상을 채웠다. 맛보는 족족 뭐 하나 빠지는 음식이 없었는데, 필자가 느낀 개인적 감상으로는 간 쎄게! 자극적으로! 가 없는 맛들이었다. 과하지 않아 배부름에 이르기까지, 그 후에도 오래 즐길 수 있는 맛들. 사진을 타다닥 찍은 후에 허겁지겁 먹은 뒤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각자의 이야기를 하나씩 나눴다. 하, 이맛에 맛동산하지!

조금 아쉬웠다. 고기튀김에 눈이 갔다. 소자를 시켰지만, 이역시나 기다림에 대한 화답으로 양이 배가 늘어 우리에게 도착했다. 회장님께선 그 유명한 정대만 사케를 가지고 오셨다. 맛동산 역사상 첫 콜키지! 사장님께서 사케 먹는 법을 알려주셨다. 츤데레 사장님의 스윗함, 널리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사케도 한 잔!

헛배 채우기 싫은 요즘, 맛 좋은 음식들로 깔꼼하게 채웠다. 거기에 기분 좋은 서비스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었다. 너 잘 거지? 너도 잘 거지? 다시금 피어오른 합숙 문화, 공식 숙소가 되어버린 회장님댁 근처로 자리를 옮겨 달아오른 이 기운을 이어가야했다. 밝고 명랑한 진심 담긴 목소리로 잘 먹었다고 인사를 드렸다. 사진을 찍고 택시를 탔다.


2. 심야식당 텐조

회장님댁 증산에서 가장 뜨거운 곳, 3월에 이어 다시 텐조! 지난날 우리를 홀렸던 생맥주부터 시켰다. 총무님까지 합세한 전 인원 텐조, 부영각의 감동을 이어가보자!

총무님이 픽한 해물야끼우동과 오키나와 생맥. 맥주는 역시 꿀떡꿀떡 잘 넘어갔다. 달달함을 좋아하는 총무님은 이내 '맛' 있는 술로 갈아탔다. 우린 안주 두어개를 추가했다. 그리고 한달이나 지난 회장님의 생일을 축하했다.

오늘의 초밥과 꼬치까지, 맥주에 부담되지 않을 안주들을 시켜 밖술의 마무리를 이어갔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웨이팅하고 있었다. 근방에 산다면 나라도 한잔을 위해 텐조로 향할 것이다. 분위기하며 안주가 맛있으니 술맛나는 곳이 확실한 이곳, 회장님이 증산에 있는 동안엔 N회 이상 방문 예정이다. 모두 내일의 일정이 있다, 슬슬 들어가자! 회장님을 위한 선물로 위스키 한 병을 샀던 탓에 그놈까지 맛을 봐야했다. 서두르자!


3. 회장님댁

앞으로 있을 시리즈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다. 그의 풍채처럼 푸근한 곳, 회장님댁에 들어와 하나같이 반바지로 갈아 입고 바닥에 둘러 앉았다. 자, 위스키를 꺼내보자.

선물 위스키 글렌모란지 14년을 비롯, 집에 있던 발렌타인 21년과 와인, 진, 리큐르까지 총출동. 골라 먹는 재미에 씹어 먹는 안주까지 갖췄겠다. TV를 켜고 음악을 틀자.

처참하게 깔려진 안주의 모습과 한껏 취해있는 우리의 모습은 생략하기로 한다. 따라부르는 노래소리가 커지기에 이따금씩 흠칫했지만  집이 아니었다. (웃음) 옛음악에 젖어 우리 또한 술에 절여지고 있었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니 오늘은 오늘의 달을 크게 품기로 했다. 그리곤 다닥다닥 나란히 눕고 헤롱한 상태로 달나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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