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다마메 남영, 남영돈, 평화남영
12월의 맛년회를 성황리에 마치고 1월은 쉬어갔다. 4명 중 2명이 스케쥴 근무자, 시간을 맞추기란 여간 쉽지 않은 것이다. 어쩔쏘냐! 앞으로 시간이 흘러 월에서 분기로, 분기에서 반기로, 그러다가 결국 1년에 한번밖에 보지 못할지라도 우리는 먹고야 말테다! (의지)
여튼간에 2월 말 수요일 저녁으로 어렵게 날을 잡고 장소를 고심했다. 공덕으로 향할까 논의하다 유명하지만 가보지 못했던 네임드에 도전하기로 했다. 우리가 정한 곳은 그 유명한 남영돈, 메뉴보다 웨이팅 팁을 더 우선시 살펴야 하는 곳이렸다. 그대들을 믿는다. 필자는 퇴근 후에 합류하겠다.
퇴근 전, 들썩거리는 궁뎅이를 진정시키느라 한껏 혼났다. 정각이 되자마자 부리나케 남영으로 향했다. 이미 대기자 명단을 적고 아기자기한 이자카야에 모여있는 징그러운 남자 셋. 반갑기 짝이 없다.
어쨌거나 본론이 아닌 서론인 곳이었다. 야끼소바 하나에 명란 포테토 사라다, 하이볼을 각각 시켰다. 최대한 가볍게, 배부름은 최소한으로 하기 위함. 음식은 줄이고 술을 늘렸다. 4명이 2잔째 마시던 중 아뿔싸, 물배를 간과했다. 조절해보자. 느리게! 느리게! 말을 많이. 언제나 그랬듯 역시나 그간에 이야기들을 안주로 꺼내 먹었다. 준회원의 톡 쏘는 근황 안주 하나가 있었다만, 가슴 아픈 사연은 하이볼과 함께 삼켜버리기로...
슬슬 몸이 근질거리는 네 남자. 일어나자. 차례가 슬슬 다가올 터, 나가서 기다리자. 웨이팅이야말로 맛동산의 미덕이 아니겠는가!
장엄하다. 과연 서울 3대 고기집의 위엄은 이토록 다르단 말인가. 근데 그 서울 3대 고기집은 누가 정하는 것이란 말인가. 웃기도다! (궁금해서 찾아본 결과, 남영돈/몽탄/금돼지식당 이라고 한다.) 언젠가부터 3대, 4대, 5대 하면 괜스레 더 기대를 죽이곤 한다. 미디어가 정한 TOP3는 우리에게 무의미하다. 맛동산이 신뢰하는 건 오직 맛동산 각자의 혀 4개. (비장)
각설, 금방 들어갈 줄 알았지만 3-40분은 더 기다렸다. 비로소 회장님의 이름인가 번호를 불러주었을 때 우린 선수가 되었다. '자- 선수 입장~!'
압권은 숯이었다. 아름다운 이글거림. 타오르는 불의 기운. 그 앞에 있으니...음..얼굴이 익는 줄 알았다. 얌전히 안에 숨어있기 마련인 녀석들이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으니 이건 또 색다른 경험. 얼굴에 다가오는 화끈거림은 조금 불편했다.
SNS 에서만 보던 빛깔 고운 가브리살과 항정살을 보니 마음이 괜찮아졌다. 맛깔스러운 반찬들을 씹어보니 또 나아졌다. 김치찌개와 겨란찜을 거쳐 잘 구워주신 가브리살을 입에 넣으니!
'육즙을 가두긴 뭘 가둬! 너의 그 호들갑이걸랑 가두라지!' 육즙, 육즙하는 소리를 사실 누군가의 호들갑인 줄로만 알았던 필자였다. (말라비틀어진 퍽퍽한 식감을 좋아하는, 상당히 많이 꼬여있는 필자를 양해 바란다.) 허나 이곳의 가브리살은 분명 amazing한 juicy함을 머금고 있었던 것. 호호라...눈을 똥그랗게 뜨기에 충분한 촉촉함. 맛있었다.
총무님의 박수 세례! 여간 대단한 놈이 아니었다! 항정살도 훌륭했지만 우린 만장일치로 가브리살을 택했다. 가브리살 2인분이랑 소주 한 병 더요! 술이 착 감긴다. 기분도 높아만 간다. 다소 위험한 지경이다.
맛동산 티샤스를 야무지게도 착용하고 오신 총무님(좌)와 회장님(우). 훌륭한 저녁 식사를 해치웠다. 명성대로구만, 감탄하진 않았으나 적잖은 감동이 있었던 첫 남영돈이었다.
풍족한 저녁 식사 뒤에 이어지는 술자리 장소의 선택은 언제까지나 큰 숙제이다. 넷은 열심히 각자의 아이폰을 뒤진다. 경양식에 술이 함께 하는 회장님의 '러브러브 돈까스' 에 혹했지만 구운 고기 후 튀긴 고기 코스는 잘 먹기로 소문난 준회원의 혀까지 내두르기 만들었기에 아쉽게도 탈락하고야 말았다. 대안을 내놓은 준회원! 평화남영이었다. 모두가 익히 소문으로 듣고 있던 집. '거기 갔으니 거기' 의 법칙은 꽤나 안심되는 선택지이다. 시간이 없으니 그곳으로 서두르자.
좋은 자리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류의 화이팅 사진을 한 장 남겨놓고 다소 무식하게 술잔을 채워나갔다. 필자는 여수여행이 계획되어 있는 터라 최근 평화남영의 핫 안주로 소개되고 있는 '삼치회'를 메뉴 선택에서 제외하길 권했고 착하디 착한 회원분들은 그 이기적인 의견을 수렴하였다. 대신 통통한 고등어구이가 상 위에 올려졌다. 은은한 조명과 함께 감성 카페에 있을 법한 소품들로 다시 한번 와봐도 좋을 법한 분위기. 안주들도 다양한 것 같았는데 맛보지 못했으니 다음에 와서 맛볼 핑계로서 체크해둔다. 어쨌든 소주를 술술 넘어가게 했으니 좋은 곳으로 기억하고!
늦은 시각 남영동은 어두웠다. 불꺼진 술집들 사이에서 기어코 가버리고 말았던 4차에서 필자는 파멸했다. 내 누울 자리 내가 폈다라고 다음날 전해 들었다.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