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살과 마흔 네살. 그래,니가 나보다 낫다.

우당탕탕 엄마일기

by 한사랑

텅빈 거실. 혼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하루를 돌아본다.

내 마음을 내가 다스리지 못하는 것보다 비참하고 후회되는 일이 있을까?

미운 네살. 요즘 ‘아니!’ 병이 걸린 아들은 오늘도 엄마의 모든 말에 ‘아니!’를 외치고 있다. 아침부터 부글부글 끓어 오르던 화가 결국 끓어 넘쳐버렸다.

그렇게 오늘도 마흔 네살 엄마는 네살 아들과 싸우고 있다. 후회할 줄 알면서도 버럭해버린 엄마는 조만간 처참하게 절망하고 있을 것이다.


아이가 네살쯤 되면 이제 눈치도 있고, 엄마가 화가 났다는 것도 안다. 그것도 아주 자알 안다.

실컷 혼나고 조용히 방에 들어가 장남감들을 꺼내어 논다. 한바탕 떼를 쓰고 울고 나면 저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지 늘 떼쓰고 나면 하는 루틴이다.

그리고 잠시 후 방에서 나오더니 다시 엄마쪽으로 다가온다. 아직도 뭐가 부족한가? 엄마는 다시금 울음바다가 시작될까 조마조마하다.

그런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같으면 방금 싸웠던 사람 곁엔 근처에도 가기 싫을 법한데, 조용히 엄마옆에 다가와 선물을 주고 간다.

“뿡!” 하는 방귀 한방.

그리고 얼른 반응하라며 빤히 쳐다본다. 어이도 없고 귀엽기도 하고 후회도 되는 온갖 감정이 섞이며 피식 웃음이 나온다.

“엄마,이제 기분 좋아졌지?”

아이의 말에 눈물이 핑 돈다. 네가 나보다 낫구나. 우리 아이 마음이 이렇게나 깊었었구나. 못난 엄마를 품어줄 수 있을 만큼 넓었구나.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매일이 힘들고 전쟁이라고도 하지만, 이렇게 내 아이의 새로운 면을 알아가는 순간순간 느끼는 감동이 그 전쟁을 버텨나갈 수 있게 하곤 한다.


“근데 엄마! 그럼 이제 과자먹자!”

아들아, 그말은 하지 말지.

아무튼 싸우고 난 앙금이 아직 씻겨나가지도 않은 마흔 네살, 나는 오늘도 뒤끝있는 엄마가 되었다.


육아를 하다 보면 종종 나의 모자란 인성을 마주하고, 절망과 자책에 빠지곤 한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되는 사람이었구나. 애써 외면했던 진실을 자주, 불시에 마주하다 보면 불편한 내 속을 들여다보아야 하는 괴로운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나를 성찰하는 시간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도 생각보다 자주. 그래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른이 된다는 걸까?

덕분에 마흔 하나. 늦었다면 늦은 나이에 엄마가 되면서 나는 이제야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나의 매일은 사랑하고, 화내고, 후회하고, 또 사랑한다.

하루종일 지지고 볶다가도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면, 나쁜 엄마를 욕하고 눈물짓고, 반성한다. 미안해. 그리고 아침마다 다짐한다. 웃자, 이렇게 사랑스런 아이가 옆에 있는데 왜 화를 내고 난리야. 많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리라.

잘 고쳐지지 않는 매일이 반복되더라도, 매일 똑같이 노력하는건, 아마 부모이기 때문이겠지. 절망하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해본다. 엄마니까.

내가 바른 어른이 되어야 내 아이가 바르게 자라날 것이고, 상처받지 않고 행복하게 자라나기를 누구보다도 바라는 부모이니까.


아이의 방구 뿡에 마음이 풀린 못난 엄마는 오늘도 엄마되기 공부중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아이와 함께 자라는 중이다.

육아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게 아니라, 아이가 부모를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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