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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수지 Apr 08. 2023

[서평]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

'죽음의 땅' 일본 원전사고 20킬로미터 이내의 기록

 

      

책을 통해서 본 후쿠시마의 남겨진 동물들은 배고프고 목말랐고, 불편해보였다. 이미 많은 동물들이 죽어 있었고, 통증과 상처로 인해 고통 속에 있었고, 나머지 동물들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동물복지 측면에서는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책의 저자는 피폭을 감수하고 그 곳에 들어가 굶주린 그들에게 먹이를 주고, 구조 활동을 했다. 한편으로 고통 받고 있는 그들에게 용서를 빌며, 인간에 대한 분노를 삭이며 사진을 찍었다. 이곳에서 일어난 일이 전혀 없었던 일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시작으로 완성된 이 책에서 우리는 어떤 행간을 읽어야 할까?


 


단순한 사진집으로 치부할 수 없는 무거움을 담고 있기에 책 속의 사진과 글들을 읽어 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집단으로 폐사한 소들, 방사능에 오염되어 식용으로 쓸 수 없기에 살 처분 되었던 돼지들, 줄에 묶여 도망가지 못하고 죽어버린 개들은, 사진이지만 똑바로 볼 수 없어서 시선을 돌려야 했다. 그들에게 한 인간으로서 너무 미안했고, 누구에게 향해야 할 지 모르는 분노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주목해야 할 것이 있었다.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동물들은 인간을 기다렸고, 우리가 내민 손을 거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람이 없는 마을에서 폐허가 된 집을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뒤늦게 돌아온 우리를 탓하지 않았고, 변함없는 그들의 모습으로 우리를 대해주었다. 그래서인지 이 시대에 불가피하게 만들어진 논픽션의 동물 우화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동물들은 현재를 살고 있다. 어떤 책에서는 ‘지금에 머무르는 것’을 배우고 싶다면 개가 좋은 선생이 된다고 말한다. 최근에 들어서야 몇몇 사람들이 ‘지금’이 중요하고, ‘지금’에 집중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우리 인간들은 여전히 과거에, 또 미래에 너무 많이 마음을 뺐긴 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용서하지 못할 과거가 너무 많고, 걱정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도대체 어떻게 현재를 살아내야 할 지 잘 모른 채 후회하고 두려워한다. 그런 점에서 동물들은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다. 이 책에서도 확인했듯이 말이다. ‘오늘’을 사는 동물의 나라에서는 원전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고 역시 발생하지 않았겠지. 결국 이 참사는 현재를 알지 못한 채, 부리는 인간의 과욕 때문에 생겨난 일 아닐까. 비단 원자력 발전만 위험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욕심을 거두지 않는 한 반복될 미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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