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뿐이던 황량한 사막 위 지상 최대 화려함을 수놓은 곳은 바로 라스베이거스. 온갖 수식어구를 다 붙여도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함을 설명하긴 부족했다. 메인스트리트 입구부터 도시의 존재감이 뿜어져 나왔다. 라스베이거스는 라스베이거스였다.
돈이 돈을 부르는 돈의 향연, ‘자 보아라. 이것이 돈이다’라고 당당히 내세우는 곳. 이런 도시 분위기에 취해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표정은 누구랄 것도 없이 격양되고 상기된 듯한 느낌이었다. 엄청난 자본으로 점철된 건물 사이에 서 있자니, 난생처음 느껴 보는 미묘한 이질감이 샘솟았다. 어느 누구에겐 이곳의 화려함이 보통의 일상이지만 우리에겐 인생에 꼽히는 순간이라는 것. ‘아, 자본주의의 끝판왕은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더 화려한가’를 겨루는 호텔들의 경연장. 이집트, 뉴욕, 파리, 베네치아를 그대로 옮겨온 호텔부터 열대우림, 서커스, 미술관을 뜯어온 것 같은 호텔까지. 부디 언젠가는 묵게 되길 바라며 호텔 투어를 했다. 화려한 외관 못지않게 내부도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영화 ‘오션스 11’이 자동 재생되는 거대한 카지노장과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로마의 콘도티 거리, 뉴욕의 5번가에 버금가는 명품관 스트리트까지. 소비가 소비를 부르는 최적화된 시스템. 마이클 잭슨의 ‘빌리 진 Billie Jean’ 노래에 맞춰 분수가 춤을 추고 무지개 빛깔의 조명이 온 무대를 감싸는 벨라지오 분수쇼는 화룡점정이었다.
영화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는 클린 버전이었고 실제 상황은 청소년 관람불가 빨간딱지였다. ‘코요테 어글리 Coyote Ugly’ 클럽 씬의 24금 버전이 대낮부터 실사판으로 펼쳐졌다.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딜러가 있다는 카지노 광고 전단지가 뿌려지고 CALL ME(전화해)라는 문구와 함께 노골적인 사진으로 도배된 차가 시내 한복판을 돌아다녔다. 한국의 유교 사상을 교육받아 온 우리는 문화충격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불법 성매매 알선 명함에 남자 사진이 프린팅 된 걸 한국에서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라스베이거스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도 남녀평등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라스베이거스 도시 한복판에 서 있던 우리를 다시금 떠올리면 ‘트루먼 쇼 The Truman Show’ 영화처럼 현실이 아닌 거대한 영화 세트장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라스베이거스는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색다른 도시임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