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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Aug 14. 2022

05. 로스앤젤레스 여행기

#6 버거 어디까지 먹어봤니, 인 앤 아웃 버거

 미국 햄버거 계의 양대 산맥, 동부는 ‘셰이크 쉑 Shake Shack’, 서부는 ‘인 앤 아웃 In-N-Out’이다. 뉴욕에서 쉑쉑 버거를 먹어 보았지만 가장 유명하다는 매디슨 스퀘어 본점이 아니여서일까 맛은 유명세만큼 값어치 있지 않았다. 유동인구가 많다는 타임스퀘어와 가까운 지점이라 계속해서 몰려드는 손님들로 인해 버거를 미리 만들어두지 않을 것이니 방금 막 만든 최상의 버거를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것이 동부의 버거?!’ 먹자마자 흠짓 놀라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생각보다 맛없어서. 말이 많아지고 손에 들려 있는 햄버거의 줄어드는 속도는 영화 ‘주토피아’ 나무늘보가 일 처리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호평 일색인 SNS에서 본 햄버거는 대체 어디 있는가. 같은 햄버거가 맞는 걸까? 기존에 먹어보았던 패스트푸드 햄버거보다 조금 나은 정도. 길가다가 어느 버거집을 들어 가도 맛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수준이었다. 한국에선 이 버거를 먹겠다고 2시간 이상을 기다린다고? 대체 왜죠? 전혀 특별하지 않은데?

미국 뉴욕_셰이크 쉑 버거

 셰이크 쉑 버거의 찐한 실망으로 인해 사실 인 앤 아웃 버거에 대한 희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저 미국에 언제 다시 오겠다고, 한국에는 아직 상륙하지 않았으니까, 마침 우리가 가는 길에 있으니까 정도의 시답지 않은 이유로 방문하였다. 그래, 동부의 버거를 먹어 보았으니 서부의 버거도 맛은 봐야지. 일종의 의무감으로 주문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_인 앤 아웃 버거

 메뉴가 기본 버거, 거기에 치즈를 더한 치즈버거, 기본 버거에 패티와 치즈를 두 장씩 넣은 더블더블 버거가 전부였다. 메뉴가 심플하니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져 스멀스멀 기대감이 올라왔다. 인스타그램 속 버거의 비주얼과 실사가 같으니 일단 합격. 빵 사이에 패티와 살짝 녹은 노란 치즈의 비주얼이 먹음직스러워 먹기도 전에 군침을 꿀꺽 삼켰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와, 맛있다. 이거지!’라는 말이 무릎반사처럼 튀어나왔다. 입 안 가득 진한 치즈의 풍미로 가득 찼고 적당히 구워진 패티에서 나오는 육즙이 프리미엄 버거 저리 가라였다. ‘이렇게 맛있게 육덕진 버거가 진정한 미국 버거다’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동부의 쉑쉑 버거에서 받은 실망감을 서부의 인 앤 아웃으로 완벽히 회복함과 동시에 인 앤 아웃이 미국의 패스트푸드 버거의 자존심을 지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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