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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 Jan 24. 2024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번아웃을 이겨내는 힘

 



 일을 하다 뜬금없이 눈물이 나고, 자책에 허덕이다 ‘왜?’라는 질문이 끝없이 나를 괴롭힌다. 이 물음은 현재 처해 있는 외부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일 수도 있고 나를 향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왜 이렇게밖에 하지 못하지?’, ‘나는 왜 이렇게 나약하지?’ 그리고 ‘나는 왜 이 모든 것들을 선택했지?’.



 보통의 사람들은 이 모습을 ‘번아웃’이라고 정의하곤 한다.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기력이 소진되어
무기력증, 우울증 따위에 빠지는 현상

번아웃



 나에게 2023년은 새로운 경험들로 반짝이기도, 견디기 힘들 만큼 어려운 시간들의 연속이기도 했다. 번아웃이 절정에 이르렀던 9월의 어느날, 나는 무력감에 망설이다 풋살 정규 수업에 참석했다. 그 주는 2024년 연초를 지나는 지금 떠올려 봐도 올 해 중 가장 최악의 시간으로,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수업 내내 도무지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코치님과 팀원들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을 때도 가뜩이나 내 맘처럼 움직여주지 않는 몸인데. 잡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자 몰려오는 두통에 집중력이 완전히 무너졌다.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는 생각의 고리는 또 한 번 나를 자괴감에 밀어 넣으려고 하고 있었고, 내 정신은 완전히 그라운드를 벗어나 있었다.



지금 너무 잘 하고 있어요!
조금만 더 화이팅!



 약속이라도 한듯 팀원들이 내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번뜩 정신이 돌아왔다. 컨디션이 최악이었던 날. 나를 지탱하던 모든 것들이 와르르 무너진 날. 내가 지켜온 신념을 전부 다 버리고 도망치고 싶었던 날. 팀원들은 내가 한 발짝 내딛으면 내딛은 대로, 가만히 서 있으면 서 있는 대로 내 이름을 목이 터져라 외치며 초점 없이 움직이는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운동, 아니 풋살이 주는 연대가 이렇다. 누가 나에게 풋살이 주는 장점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나는 늘 같은 대답을 했었다. ‘연대의 즐거움’을 알려 주는 운동이에요. 긍정적이고 밝은 팀원들에게 에너지를 얻고 경기를 뛰며 배려와 존중, 열정을 배워요. 그라운드에서 뛰는 나를 상상하면 언제나 즐겁다. 팀원들을 만나 좋은 팀을 꾸릴 수 있었다는 주장님의 말에 몰래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출처: 유튜브 '하우투'


성공한 이들은 내가 지칠 때 마음이 불편할 때
어떤 음악을 들어야지 힐링이 되는지 알고
어떤 음식을 먹어야 힐링이 되는지 안다.

그래서 중간중간 더 큰 소진으로 가지 않기 위해
본인의 방어벽이 무엇인지 준비가 되어 있고
그것을 실행할 여분의 시간을 남겨두곤 한다.



 내가 좋아서 택한 일이었고, 좋아하는 것을 잘해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사람과 일에 치여 허덕이는 와중에도 좋았다. 어쩌면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번-아웃 속에서도 몸도 마음도 건강해 보인다는 말을 듣는 이유는 오로지 풋살 덕분이 아닐까?



 영하의 날씨에도 햇살이 내리쬐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이 나약한 인간을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지. 내가 찾은 나의 돌파구, 풋살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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