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과 소통에 대한 가치관을 점검하고, Best Fit인 유형 찾기
통역사 유형은 각 통역 이벤트에 대한 준비 혹은 통역사로서 나의 페르소나를 점검하기 용이한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통역사의 Value Proposition에 대한 개인적 결심이 가장 중요하다.
통역사는 언어전문가가 아닌 이해전문가입니다. 언어의 장벽을 해결하려면 결국 다른 소통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통역사라는 직업도 상당히 난해합니다. 그럼 통역사로서 이해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를 토대로 소통 전반에 대한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을까요?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고민을 정리해서 야매통역사만의 야매 이론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앞선 포스팅을 통해 통역의 유형 네 가지를 간단히 살펴보았고, 이 유형을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할지 생각해 볼 차례입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앞서 ‘유형’에 대해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유형을 구분해 보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통역의 다양한 핵심가치들을 놓고 내 관점과 제일 부합하는 유형, 즉 내 스타일을 찾는 것입니다. 또한, 모든 유형에 대해 알고 있으면 현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유형을 활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라는 것입니다. 첫 번째 의미를 얘기해 보자면, 다소 철학적인 관점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통역의 핵심가치는 무엇인지 자문자답하는 것이죠. 그 고민에는 통역사로서 내 강점, 개인적 성격 (yes, you can refer to your MBTI’s), 고용형태 등 다양한 요소가 들어갈 겁니다. 핵심가치를 정하고 나면 현장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하거나 헷갈리는 상황이 생겼을 때 통역사의 고민을 크게 줄여줍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통역을 소통의 가치사슬 상으로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그땐 어느 범위까지 통역사가 Input으로 받을지 고민하기 위해 썼습니다만, 말 그대로 ‘가치사슬’이기 때문에 핵심가치를 선정할 때 도움이 됩니다. 본인 주관 상 여러 가치 간 우선순위가 있는지 고민해 보면, 예를 들어 청취자가 이해했는지 ‘Understanding’ 단계가 중요한지 아닌지 정하면 본인과 맞는 유형을 찾는 가이드가 됩니다.
또한, 가치사슬을 기반으로 자신의 역량을 되돌아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화 중에 상대방의 의도를 더 빨리 알아차리는, 소위 촉이 좋은 사람들은 통역사로서 상대방의 의중을 더 구체적으로 알아듣고 표현해 주는 2번 유형이 좋은 선택일 겁니다.
정말 상관없고 미정이라면 통역사로서 당장 자주 뛰게 될 현장을 반영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내가 프리랜서인지, 인하우스 통역사인지. 혹은 주로 동시통역을 할지, 아니면 순차통역을 할지. 회의 위주로 서비스할지, 아니면 특정 인물을 따라다니는 수행통역인지 등 다양합니다. 상황에 따라 주변에서 기대하는 역할이 달라집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가자면, 본인의 유형을 명시적으로 정했다는 것은 유형을 전환할 수도 있다는 거겠죠. 예를 들어 프리랜서 동시통역사로 활동하는 1번 유형 통역사가 어느 클라이언트의 회사에 스카우트되어 입사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 1번 유형을 고수하기보다는 환경적 변화를 받아들여 2번 유형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개인별로 하는 고민이며 ‘알잘딱깔센’의 영역이지만 이렇게 유형과 가치사슬 등의 프레임워크가 있으니 명료하게 상황 별로 고민이 가능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