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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OSONO Dec 10. 2023

동면의 계절인건가

아무말 대잔치

 겨울은 역시 내게 취약한 계절이다. 눈 뜨면 미지근한 물 한 잔을 시작으로 야채해독주스며, 따뜻한 레몬차며, 쌍화차에 이르기까지 부지런히 마셨다. 스트레칭도 꾸준히 하며 올해는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어지간히 애썼다. 그렇지만 여지없이 감.기에 걸렸다. 바깥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하루 9시간의 숙면을 하는 규칙적이고 건강할수 밖에 없는 생활을 영위하는, 그런 사람이 바로 나인데 또 혼자 감기에 걸려 골골 거리고 있다.

 이러니 이태리어 공부도! 글쓰기도! 살림까지! 만사가 다 귀찮다. 물론 이 중에 가장 큰 귀찮음은 글쓰기이다. 지금도 이 글을 쓰기까지 쓰다만 글이 저장된글에 한가득 있다.



 꾸준함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한번 글쓰기를 멈추고 나니 이제는 한 글자조차 쓰지 않는 날이 부지기수이다. 내 이태리어가 항상 제자리인 이유는 바로 글로 내뱉지 않기 때문임을 잘 알고 있는데 한국어마저 그렇게 퇴행하게 생겼다.

 언어와 글은 자꾸 사용하고 갈고 닦아야 그 쓰임이 빛을 발하는건데 그걸 꾸준히 하지 않으니 맨날 요모양 요 꼴인 게지. 한번 시작된 뭉개짐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책장을 넘기지 못하는 책이 쌓여가고 책을 읽지 않으니 글의 소재도 찾아내지 못하고 그러니 글로 쓰지도 못하고… 악순환이다.


 감기에 걸려서 만사가 귀찮아졌다는 것은 핑계이다.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썼던 <김밥 열 줄을 쌌습니다> 글이 알고리즘의 선택으로 몇 만의 조회수를 내는 걸 경험했다. 어디선가 김밥이라는 단어가 인기급상승되는 소재가 된다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 글이 잘 쓴 글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김밥>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조회수가 잘 나왔다는 것 같았다. 김밥 말고 또 조회수를 올릴 수 있는 글을 써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내가 쓰는 글 그 자체는 읽고 싶은 매력이 전혀 없는걸까? 순전히 내 속마음만 끄적거릴 목적이면 브런치에 쓸 필요가 있을까, 굳이?


 여행기를 엮었던 <어쩌다, 유럽> 글 묶음은 총 조회수가 100회가 넘을까? 유럽에서 살면서 다녔던 장소들을 사진을 추려가며 에세이 여행기로 썼던 그 브런치북은 들였던 품에 비하면 조회수가 너무 적었다. 보통의 여행기 조회수보다 훨씬 낮은 조회수여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저 일기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김밥을 열 줄을 쌌습니다 >글이 큰 조회수를 내다니.

 아마 <어쩌다, 유럽> 글이 그런 몇 만의 조회수를 냈다면 글쓰기의 동력으로 작용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많은 글을 쓰려고 , 더 좋은 글을 쓰려고 부지런해졌을 것 같다. 내가 정성을 쏟았던 지점과 다른 곳에서 반응이 왔지만, 그 반응조차 지속적이지 못하니 내 흥미가 떨어진 것이다.


내 안의 이중성이다. 인정은 받고 싶은데 또 아무거나 얻어걸리는 것은 싫은 거. 꼴값떤다.

감기는 훅 떨어지고,

흥미 떨어진 글쓰기는 얼른 돌아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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