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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OSONO Apr 22. 2024

첫째의 울음

밥 먹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둘째와 막내는 라면을 먹고싶다 하여 얼씨구나 후다닥 끓여 내주었다. 점심 때부터 내내 배 아프다는 큰 애는 라면은 안되겠다싶어 그냥 먹던 된장국에 밑반찬을 차려주었다.

“ 엄마는 안먹어요?”

이것은 나에게 보내는 일종의 신호.

얼른 밥그릇 들고 큰 애 앞에 앉는다.

우적우적 밥만 한참 퍼 먹더니, 그제서야 속얘기를 꺼내놓는다.

“하…이제 시험 8주 뒤면 끝나는건가. 엄마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시험… 망치면 어쩌죠

지난번 크리스마스 방학 때에도 힘들었거든요. 정말 시험 준비하는 거 너무 힘든데 이걸 또 하고 있으려니 …“


안경너머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입에 밥이 한가득 넣은 채 뚝뚝 흘린다.

보고 있자니 나도 마음이 무거워진다.


“시험점수가 안좋으면 지난 2년동안 GCSE 준비한게 무의미해지는게 될까봐 너무 겁나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사실 내가 무슨 말을 해줘도 이 아이에게는 와 닿을까 싶다. 그렇지만 이렇게 내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애에게 8주만 어떻게 버텨보라는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이번만 잘 넘기면 괜찮아질거라는 식의 방관자적인 조언은 무의미하다.


“도하야 너가 지금 하는 공부는 꼭 시험을 잘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야. 몇 년전의 너랑 지금의 너랑 비교해봐. 얼마나 글을 많이 읽었고 얼마나 아는게 많아졌는지. 과거의 너보다 지금의 너는 더 발전했지? 엄마가 생각할 때 공부는 그런거야. 시험을 잘 보면 좋지만, 점수 몇 점 더 받는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별로 중요하지 않아. 너무 너를 몰아부치면서 하려고 하지마.

그리고 너무 버거우면 그 부분은 그냥 버려. 지금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알 수도 있거든. “

“엄마는 네가 예전보다 공부에 흥미를 갖기 시작하고 열심히 하는게 좋아. 점수로 증명하려 하지 않아도 엄마는 알겠거든. 도하가 이제는 공부를 한다는것을. 그거면 된거야. ”




구구절절하게 읊어대느라 좀 모양빠지지만 정말 그렇다. 내 두배 되는 체구의 애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걸 보고 있자니 그깟 시험 얼마나 중요하다고 얘가 이렇게 울 일인가 싶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내 앞에서 제 속내를 이렇게라도 털어놓으니 다행이다싶다. 아이는 지금 그 시험이 일생일대의 것이라 생각할테지. 하지만 나는 안다. 절대 그렇지 않다는걸. 시험점수로 너의 인생이 결정되지는 않는거라고. 나는 조금이라도 알려주고 싶었다.

 결국 이 또한 지나갈 것이므로 한계에 몰아부치며 버텨보자는 심정보다는  아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충분하다고. 그거면 되는 거라고…


아이는 울고나니 마음이 가라앉았는지 다시 말간 얼굴로 제 방으로 돌아갔다.

십팔년 세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음에도

나는 여전히 육아가 제일 어렵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먹이고 재우는게 어려웠고,

고등학생이 된 지금은 아이들의 질문에 어떤 답을 주어야 하는지 어렵다. 불안한 마음을 읽고 어루 만지는게 어렵다.

아이의 울음을 본 나는 솔직히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한숨을 내쉬는 일 외에는 별 말이 없던 아이가 시험공부하는게 너무 힘들다고 하니 그간 내가 아이에게 무엇을 놓쳤던걸까 싶다.

이 시기가 무사히지나가기를

지켜보되 몰아치지 않기를

나 스스로에게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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