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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알고 있지만

by 민휴

2023. 10. 31.에 다섯 번째 동시집이 나왔다.



2023년, 전남문화재단 지원금으로 발간한 동시집은 '장애인식개선 기획동시집'이다.



표지는 둘째가 외할머니 팔순 기념 선물로 만들어 드린 보석십자수 그림이다.



내지 삽화는 사진을 사용했다. 네 번째 동시집 [진짜 진짜 궁금해!]에는 그림 대신 보석십자수를 삽화로 사용했었다.



둘째의 집중력 훈련을 위해 몇 년째, 매일 한 시간씩 직소퍼즐을 맞추고 있다. 둘째는 한 번 일을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특성이 있어서 목표한 분량을 맞추며 엄마와 시간을 보낸다.



보통 500조각과 1000조각이라 하루에 모두 맞추기 어렵다. 분리해 놓았던 퍼즐을 완성한다. 보관하려면 다시 분리해야 해서, 사진을 찍어 두었다. 모았다가 이번 동시집 삽화로 쓸 생각이었다.



지난 9월 초, 출판사에 원고와 퍼즐 사진을 매칭해서 넘기고 알아보니, 퍼즐 그림을 판매용 저작물에 사용하면 그림저작권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휴대폰 갤러리 6000여 장의 사진 중에서 동시와 맞는 사진들을 찾아냈고, 짝을 찾지 못한 동시는 빼고, 그림에 맞춰 동시를 새로 쓰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둘째는 사진을 찍으라고 휴대폰을 맡기면 잘 살피지도 않고 하얀 동그라미를 누른다. 다시 찍기를 반복해야 겨우 하나의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그렇게 얻어진 사진들이다.



여행한 곳에서 하나하나 모아 둔 흔적들이 모여서 동시집이 되었다. 나와 둘째의 투닥거림과 알콩달콩한 시간이 깃든 동시집이다.



둘째를 키우다 보니 본인이 알면서도 자기를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알고 있지만 마음속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할 줄 몰라서 답답해하는 순간들이 보였다.



장애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을 위로하고,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조금만 더 따뜻해지면 좋겠다는 바람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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