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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타는 시계

by 민휴


둘째는 시계를 좋아한다. 시계가 보이는 곳에서는 이성을 잃고 흥분한다. 눈을 반짝이며 표정이 밝아진다.



시계가 많은 외가를 수시로 가는 것도 둘째 덕분이다. 괘종시계의 추를 보느라 분주하다. 큰 시계, 작은 시계, 뻐꾸기시계까지 행여 느리게 가거나 시간과 소리가 맞지 않아도 외할머니께 고쳐 달라고 보고 한다. 세 개의 시계가 울리는 시간이 달라도 긴급 보고 사항이다.



둘째가 온다고 하면 시계부터 점검한다는 엄마의 말에 웃음이 났다.



우리가 결혼할 무렵에는 뻐꾸기시계가 유행이라 나도 선물 받은 것이 있었다. 둘째는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뻐꾸기시계와 거실에 세워져 있던 커다란 괘종시계를 좋아한다.



뻐꾸기시계를 사주려고 시내를 돌아도 구할 수 없었다. 이제는 뻐꾸기시계가 단종돼서 안 나온다고 했다. 인터넷에는 있어서 둘째가 사고 싶어 하는 모델을 찾았는데 마음에 안 든다고 몇 날며칠을 골랐다.



올해, 둘째 생일을 앞두고 "저리도 시계를 좋아하니 하나 사 줘라"라고 엄마가 봉투를 주셨다. 늘 애틋해하시는 마음이라 감사히 받았다. "외할머니가 사 주신 시계"라는 말을 달고 사는 둘째다.



시계는 좌우로 흔들리는 시계추의 무게 때문에 태엽이 일정한 속도로 풀리면서 시간을 가리킨다. 무거워 보이는 추가 있어야 시계의 역할을 해 낼 수 있다.



우리네 삶에 짊어진 짐들도 무겁기만 하기보다 나를 살게 하는 추진력은 아닐지를 생각해 본다. 그래서 둘째는 나에게 시계추가 되는 거라고.



* 다섯 번째 동시집 [나도, 알고 있지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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