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어렸을 때부터 길눈이 밝았다. 함께 산책 나갔다가 안 보여서 아이를 잃어버린 줄 알고 철렁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놀라서 찾다가 집에 전화해 보면 들어왔다고 했고, 아예 집으로 달려가 보면 벌써, 집에 와 있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가 놀랐다고, 엄마를 두고 혼자 가버리면 안 된다고 알려 줬다. 몇 번이나 말을 했더니 산책을 나가면 혼자 앞서 가다가도 갈림길에서 엄마를 기다렸다. 외길을 걸을 때도, 자꾸 뒤를 돌아보며 엄마를 확인했다.
지금은 둘째가 엄마 곁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 잊을만하면 둘째를 잃어버리는 꿈을 꾸는 걸 보면, 놀라고 겁이 났던 기억들은 무의식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내가 둘째를 지키기도 하지만, 둘째가 나를 지켜준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지만.
나무들 고운 옷으로 갈아 입어 산책하기 마춤한 가을날이다. 좋은 기억들만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을을 환송하자 ~♡
* 다섯 번째 동시집 [나도, 알고 있지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