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휴 Jan 01. 2024

글쓰기 보물창고

― 대니 샤피로 『계속 쓰기 : 나의 언어로』 (마티, 2022)를 읽고

뭔가를 써보고자 달뜨고 지지부진한 매일을 사는 이들에게     


어떻게 멈추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멈췄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어떻게 다시 시작해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포기했다가 다시 열어서 끝장을 볼 수 있을까.

날마다 치욕은 새롭고 거절은 끝이 없다.     

이것은 일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근하듯 매일 쓴다.

오직 행위만이 생산적이다.

서두르지 않고 쉬지도 않는다.      


대니 사피로의 책 『계속 쓰기 : 나의 언어로』의 뒤 페이지에 적힌 글이다.   




“20년 동안 작가로서 나 자신과 가족을 부양해 왔다”라고 말하는 대니 샤피로의 글쓰기를 실천하는 방법을 적은 핵심적인 말이다. 계속 써나가야 하는 작가로 사는 삶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진 책이다. 좋은 책을 추천해 주신 교수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한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인용되는 작가가 등장한다. 하나의 큰 주제를 가지고 자신의 이야기를 끌어 나가면서 다른 작가가 이렇게 많이 등장하는 책을 본 적이 없다. 그가 얼마나 많은 양의 독서력이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놀라운 부분이다. 심지어 이 책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 작가가 강조하는 낱말이나 문장에 밑줄이 그어져 있는 친절함까지 보태졌다. 귀하고, 새겨들어야 할 말들이 많아 깊이를 더하고 있는 이 책을 “글쓰기의 보물창고”라고 여겨졌다.      




글을 쓰려고 마음먹고 자리에 앉았을 때, 스마트폰, 메일, 인터넷, 자잘한 집안일들, 돌봐야 하는 가족들 모든 것이 글쓰기를 방해하는 요소들이다. 그는 과감하게도 그런 모든 것들을 “인생의 벼룩들”이라고 규정한다. 다소 냉정한 부분도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느껴져 공감이 갔다.      



고수리 작가님, 리베카 솔닛, 에바 메이어르,  애슐리 오드레인 님의 책들을 읽으면서 여자 작가들의 궁금했던 모습이 보였다. 생활면에서 겪어야 하는 집안일이나 돌봄의 의무들이 겹쳐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선택한 일이 아닌 일도 본의 아니게 책임지게 되어있는 사회적 구조와 통념 속에서 자신이 자신임을 스스로 증명해 내야 하는 숙명을 짐작해 볼 수 있기에 안타까움과 공감으로 몰입할 수 있는 것 같다.




「규칙 깨기」에서 (212P)

“최근 내 마음에 든 문학작품들은 위험을 감수한다. 예측할 수 없고, 기대에서 벗어나며, 그릇된 행동을 하는 인물이 넘쳐나고, 계획을 따르지 않는다. 삶은 대부분 결코 계획대로 되는 법이 없다. 그러니 문학에서 그럴 필요가 있을까? 매우 조심스러운 소설 말고 기막히게 엉망진창인 소설을 보여달라. 나는 역동적인 산문을, 심각한 결함이 있는 비범한 인물을 원한다. 숨도 못 쉬게 여러 페이지에 걸쳐 이어지는 문장을 원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글이 존재한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독자들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한다. 작가는 독자에게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 보다 새롭고 파격적인 시도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니 샤피로는 위와 같은 새로움을 원한다. 글쓰기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주목해야 할 중요한 내용이다.  




「몰입」에서 (238P)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는 최적의 경험에 대한 심리학을 다루는 『몰입 Flow』에서 “한 사람이 어떤 어렵고 가치 있는 일을 성취하려고 자발적으로 노력하며 자기 신체나 정신을 한계 너머로 확장”할 때 이런 순간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대니 샤피로는 자신이 글쓰기를 소설, 에세이, 칼럼, 글쓰기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동안에 겪게 되는 심리적 압박과 환경적인 방해 요소들로부터 글쓰기로 돌아와 쓰기에 몰입해져 가는 과정들을 들려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글쓰기를 방해하는 것인 줄 몰랐던 것들도 있었고, 공감이 가는 부분들도 많았다.



누구와 약속하고 쓰는 글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요일과 시간을 정해 놓고 글을 써서 발표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일상이 바빠지면서 책을 읽을 시간도 부족하고 글을 쓸 시간도 부족해서 마음이 다급해지는 경험치가 늘어나고 있지만, 나만의 간을 확보하기 힘들다. 글 쓰는 작가의 삶이 위험투성이라고 말한다. 자기 삶에서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인내를 갖고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작가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글을 쓰는 작가의 삶을 선택한 그들이 부럽다.      



그는 일상을 벗어던지고 글쓰기에만 전념한 사람은 아니다. 아이를 돌보고, 가족을 돌보며 집안 살림을 꾸려가면서도 철저한 “자기 관리자”가 되어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고, 소모적인 시간을 없애서 글쓰기에 몰입했다. 얼마 전에 읽었던 『미니멀 라이프』에서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의 방식에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미니멀 라이프라고 했듯이 작가로 살기로 한 만큼, 작가가 되기 위해 삶의 방식들을 정립해서 몰입하는 방법들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옮긴 이 한유주 님의 글에서

"우리는 언제든 글쓰기를 그만둘 수 있지만, 또 언제든 다시 쓸 수 있다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늘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신기하게도 좋은 책들이 존재하는 모든 책 보다 많으니까. 그리고 쓰기는 읽기에서 시작된다. 한동안 글이 써지지 않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읽기로 돌아갈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내가 이 책에서 다시 확인하게 된 진실은 이것이다. "라고 위로의 말로 글을 맺는다.



* 2023년 2월 15일 "YES24 주간 우수리뷰"에 선정됨.

이전 06화 일상에서 만나는 소설적 상황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