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산자락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2017년 《월간문학》, 《아동문학평론》, 《한국동시조》를 통해 문단에 나왔고,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했습니다. 동시조집 『나, 깍두기야!』와 그림책 『깍두기』를 펴냈고, 『나, 깍두기야!』로 어린이문화대상 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 작가소개에서
『나를 키우는 씨씨』는
자연 박물관처럼 자연과 만나는 어린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랑스러운 동시집이다. 밝고 예쁜 그림과 함께 자연에서 발견한 반짝이는 마음을 나눠 주심에 감사하다.
시인은 아름다운 풍경을 노래하지만, 진짜 시인은 풍경 그 자체가 된다는 말이 있다. 유이지 작가는 풍경 그 자체가 된 시인이다. 「봄의 몸살」, 「너는 익고, 나는 물들고」, 「멈춰주길, 바람」, 「휴지통」 등 스스로 자연의 입장이 되어 자연을 노래한다.
감과 감잎의 우정이 서정적으로 읽힌다. 섬세한 관찰과 사유로 빚어낸 맑은 동심이다. 곁에 있는 친구를 고마워하며 그 마음을 잊지 말자는 좋은 뜻을 알 수 있다.
꽃, 계절, 자연현상,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이 동시집 전체에 드러난다. 시를 읽으면서 장면이 그려지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다음 동시는 표제작이다.
나를 키우는 씨씨
아침에 일어나서
최상급 씨가 제조한 우유와
주왕산 씨가 재배한 사과와
사계절 씨가 구운 빵을 먹고
점심에는
엄선한 씨가 잡고 말린 멸치주먹밥과
신선란 씨가 생산한 달걀프라이와
제대로 씨가 요리한 짜장면을 먹고
오후에는
반가운 씨가 배달해 준 운동화를 신고
어울림 씨에게 머리를 자르고
온나라 씨가 기른 망울토마토를 싸서
연혜영 씨의 손을 잡고
서울시가 놓아준 오목교를 건너
안양천에 산책하러 간다.
아이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자란다. 그 모든 이에게 공손하게 ‘씨’라고 표현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닮은 동시이다. 비단, 아이만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는 모두 혼자 살 수 없다. 유이지 작가는 공동체를 이루며 서로 돕고 살아가는 삶이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이럴 땐」에서는
허리 아프고 다리 아픈 엄마가 지하철에서 앉을자리가 없자 아이는 걱정이다. 차라리 엄마가 할머니였으면, 엄마가 동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급기야 사람들 머리 위에 내릴 역을 표시해 주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사랑하는 마음은 무언가를 ‘발명’해 내는 능력을 극대화시킨다.
돌담이 꽃담이 되고, 꽃물이 드는 봄은 아주 빠르게 온다고 한다. 그런 봄은 얼마나 예쁠지 상상해 본다. 노랑도 맑은 노랑일 것이고 밝음도 빛나는 밝음일 그런 봄을 상상해 본다. 가을은 예쁜 낙엽으로 겨울은 따뜻하고 다정히 온다. 서로 사랑하는 가족들을 향한 애틋한마음은 또 어떻고...
온 세상을 아름답고 맑은 눈으로 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진 그는 어떤 사람일까. 봄이 오고 있다. 귀하고 의미 있는 동시집을 펴낸 유이지 작가님도 화사한 봄기운을 타고 더욱 행복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