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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Mar 04. 2024

내가 품었던 별들에 대해

강태식 소설집 『영원히 빌리의 것』(한겨레출판, 2021) 중 「영원히 빌리의 것」을 읽고   


  

『영원히 빌리의 것』

작가가 만든 캐릭터에 대해 파악하고, 그 캐릭터를 통해 인생과 상실에 대해 어떻게 보여 주는지 소설 속에서 미래라는 시간을 작가가 어떻게 활용하고 소설 속 공간이 인물과 서사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생각하며 읽으라는 설명을 들었다.      



강태식 작가는

2012년에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2012년에 첫 장편소설 『굿바이 동물원』을 펴냈다. 2015년에 중편소설 『두 얼굴의 사나이』를, 2018년에 장편소설 『리의 별』을 2021년에 첫 소설집 『영원히 빌리의 것』을 펴냈다.   


   

「영원히 빌리의 것」

빌리 발렌타인에게 남은 것은 여전히 모래일 테지만, 그 모래를 바라보는 마음은 행성에 대한 기억으로 이어져 영원히 빌리의 것으로 남게 될 것이며 인생과 존재에 깊이 천착하면서도 우리 사람의 모습을 어떤 흐트러짐 없이 담백하게 간추렸다는 해석을 읽었다.     


 

LA 외곽 사막 지역이 묘사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척 앤드 빌리’ 중고 자동차 매장을 운영하는 빌리 발렌타인은 예순다섯 살의 홀아비다. 동업자 ‘척 베리’는 빌리 발렌타인이 보기에 어린애처럼 잔소리를 많이 해야 할 사람이었다. 빌리 발렌타인의 사사건건 잔소리를 웃어넘기는 친근한 사람이다.   


   

(빌리 발렌타인은 척 베리가 외근을 나간 사이 사무실 바닥에 쌓인 모래들을 쓰는 일이 중요한 업무였다. 어느 날 로펌의 팀 추이가 2753년형 벤츠를 타고 나타났다는 장면에서야 이 소설이 SF 설정이라는 것을 알았다. 인물 묘사에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봐서 캐릭터를 만드는데 공력이 많이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변호사는 빌리 발렌타인의 먼 친척인 몽키 D 발렌타인 박사가 발견한 생성 ‘발렌타인-96419d’를 상속했다는 것을 알려 준다. 지구에서 4.5광년 떨어져 있고, 지구보다 11배 큰 암석형 행성이란다.


     

척 베리와 빌리 발렌타인은 오랫동안 동업하면서도 서로가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함께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들이었다.  LA 사막 빌리의 사무실에 모래가 계속 들어와서 누군가는 종일 사무실에 남아서 모래를 계속 쓸어내야 했는데 척 베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고 빌리의 몫이었다.     


 

빌리 발렌타인은 1년 전에 팀 추이가 찾아와 건넨 서류에 사인을 하고 받은 ‘발렌타인-96419d’을 찍은 사진을 액자에 두고 사무실에 놓았다. 사무실에서 자주 그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그 별이 주인공의 소유라고 해서 변한 것이 무엇일까? 속물적으로 해석해서 환전되는 것도 아닐 테고, 직접 가 볼 수도 없는데 말이다. 먼 곳에 있는 별 따위가 빌리의 생활에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평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거나 그곳에 그런 것이 있다고 믿어야 아주 희미하게 보이는 게 고작이었지만 어쩌다가 한 번씩은 깜짝 놀랄 만큼 크고 뚜렷하게 보이기도 했다.” (p28)    

 



(어쩌면 손에 잡히지도 않고 먼 곳에 있는 그 행성을 인간이 삶에서 보고 싶은 살아가는 “희망” 같은 것은 아닐지 생각되었다. 빌리 발렌타인에게는 그렇지 않았을까? 얼굴도 모르는 친척이 자기에게 유산으로 남겨 준 것이 삶을 살아가는 기둥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척 베리는 외근을 나갔다가 별 쓸데없는 소식 같은 것을 뉴스라고 들고 온다. 철물점을 운영하는 콜먼 부부의 이야기는 콜먼이 부인을 학대해 부인이 집을 나갔는데 젊은 남자와 바람이 났던 부인을 잊지 못하고 슬퍼하며 늙어 간다는 이야기도 한다.   


   

일상이 변함없이 흘러가고 있던 어느 날, 팀 추이로부터 전화가 걸려 온다. 빌리 발렌타인 소유의 행성 ‘발렌타인-96419d’가 폭발했다는 소식이었다. 거대 운석이나 다른 행성과의 충돌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그 소식을 들은 빌리 발렌타인은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고 계속 눈물이 흘러내렸다. 빌리 발렌타인은 자기가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했지만, 제대로 아는 것은 아니었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자기가 울고 있고 울음이 그치려면 한참 걸려야 한다는 사실을 빼면 그랬다.” (p37) 마지막 문장이었다.   

   



(이 소설은 독특한 방식으로 묘사되고 있다. 단정적인 서술이 아니라 “이렇다. 또는 아닐 수도 있다.”라는 표현이 여러 번 등장한다. 작가가 독자의 몫을 남겨 두기 위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은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서 대화의 끝에도 뒷이야기를 생각한다는 부분도 많다.)    

 


(누군가와 대화하지 않은 시간에도 우리의 생각들이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인생의 불확실함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사람들 곁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소설이다. 저 먼 우주에 서류까지 완벽한 나의 별이 있다는 엉뚱한 상상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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