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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May 29. 2024

용의 기운을 만나다

용궐산 하늘길

2022년 추석 연휴에 가족여행을 갔다. 3박 4일 여행 끝날, 마지막 일정으로 전라북도 순창군에 있는 용궐산으로 향했다. 국내 최장 잔도가 있고,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해수많은 사람이 다녀 간 용궐산 하늘길을 갔다.



용궐산 하늘길은 2020년 산 중턱 용여암이라는 커다란 바위에 4부 능선을 따라  데크길을 조성하여 아찔한 스릴감과 섬진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어 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용궐산 하늘길은 국내에서 쉽게 보기 힘든 산악 잔도를 만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했지만, 정비를 통해 534m였던 보행로는 562m 추가 연장하여 1,096m에 달하는 트레킹 코스로 탈바꿈하였다. - 소개글에서 편집



바위에 데크길을 만든 길을 잔도라고 하는 것도 처음 알았다. (잔도 : 험한 벼랑 같은 곳에 낸 길. 선반처럼 달아서 낸다) 휴가 첫날에 해남의 달마고도 순례길을 걸었던 후유증으로 온몸이 아파서 걷기 힘들었다. 당일 오전에 근처에 있는 체계산에 오를 때, 나는 함께 오르지 못했다. 그전에 둘째랑 다녀오기도 했었지만, 용궐산 하늘길을 꼭 가고 싶어서 체력을 비축해야 했다. 오전 일정으로 인해 아이들은 벌써, 지쳐 있었다. 용궐산 입구의 휴양관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산길로 향했다. 10분쯤 걷자 잔도가 시작되었다.



30분이 걸린다는 비룡정까지의 잔도는 내게는 한 계단 한 계단 힘들고 어려웠다. 산을 잘 타는 둘째도 힘이 드는지 기운이 없어 보였다. 제 형을 따라 앞서서 올라갔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잔도의 모습이 뭉게구름과 함께 멋진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사진을 찍는다는 핑계로 멈춰서 쉬기를 반복하며 올랐다. 그런 내가 못 미더운지 남편이 자꾸 손을 내밀었다. 위로 오르며 방향이 달라질 때마다 보이는 풍경들이 한 장씩 스냅사진을 바꿔가며 펼쳐보는 것처럼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섬진강의 모습이 보여서 힘든 줄 모르게 오를 수 있었다. 한 계단 더 높이 올라갈수록 더 멋진 풍경을 선물처럼 안겨 주는 특별한 산이다.



40여분을 올라가서 만나는 비룡정엔 먼저 올라온 사람들이 가득해서 자리에 앉을 틈도 없었다. 한 팀이 빠져나간 덕분에 마음껏 구경할 수 있었다. 그곳에 부는 바람이 어찌나 깨끗하고 시원하던지 흘렸던 땀을 닦아주는 고마운 바람이었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동요가 흥얼거려졌다. 남편은 정상까지 가자는 신호를 보냈고, 아이들은 호소의 눈빛을 내게 보냈다. 나는 급하게 엄살모드로 바꾸고 절대로 못 간다고 손사래를 쳤다.



"오전에 체계산도 갔다 왔잖아요."



머리에 손수건까지 동여맨 남편은 아쉬워했지만, 아이들은 엄마 덕분에 살았다는 표정이다. 체격이 큰 아이들이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도 다행이라고 다독였다. 여행 첫날에 해남의 달마고도 순례길 7시간 코스를 다녀왔었고, 남원휴양림에서도 산에 다녀왔고, 체계산 출렁다리에 이어 올라온 터라 산에 진심인 아빠가 이끄는 대로 싫은 표정 않고 따라다녔던 아이들이 기특했다.



용이 머무는 산이라는 용궐산에는 분명, 좋은 기운이 머무는 것 같았다. 단단한 화강암 위에 잔도를 만든 기술과 지혜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창군은 전국 최장 산악 현수교인 체계산 출렁다리와 최장 잔도를 자랑하는 용궐산, 강천산, 회문산, 장류산업을 기반으로 한 발효테마파크 등 수려한 자연경관을 십분 이용하여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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