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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Sep 30. 2024

최선의 삶을 위하여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의 분위기가 한없이 가라앉아 있지만은 않다. 그런데도 어른으로서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반성하게 한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지 생각되었다. 사회구조적으로 최선의 삶이 앞으로 더 나아져서 이 사회에 당당한 개인으로 살아가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해 본다.

청소년 테마소설 『알바의 하루』(단비, 2020) 중 「최선의 알바」를 읽고     



윤혜숙 작가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작소설 창작과정에 선정되었고, 《밤의 화사들》로 한우리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두 차례 경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청소년 장편소설 《뽀이들이 온다》, 《계회도 살인 사건》을 썼고, 기획하고 함께 쓴 앤솔로지로는 《민주를 지켜라!》, 《대한 독립 만세》, 《광장에 서다》, 《격리된 아이》, 《이웃집 구미호》 등이 있다. - 작가소개에서   


  

주인공 이름부터 마음에 들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의 이름, 최선을 다해서 알바 하며 살아가는 주인공이라는 중의적인 표현이 있다.        

  


최선의 생일도 몰라주는 가족들이다. 최선은 부모가 이혼한 열 살 이후부터 생일상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가족들은 최선에게 갖가지 이유를 대며 돈을 달라고 한다. 최선의 입장에서 얼마나 막막할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최선이 어린 나이임에도 얼마나 열심히 살아가는 줄을 모두 보는 가족들이 스스로 살아갈 생각을 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책에서는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개연성 있게 그려진다.



      

최선은 학교에서 자퇴하겠다고 말해서 담임으로부터 추궁을 당한다. 내막을 잘 모르는 담임이 매일 아침 교무실로 불러 계속 귀찮게 한다.  

    


조리반 동아리에서 자원봉사를 간 날, 유명한 유튜버인 은수를 만나는 최선. 은수가 알바 왕인 최선을 촬영하고 싶어 한다. 인터뷰 형식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알바했다는 최선. 부모의 이혼과 아빠가 양육비를 보내주지 않아서 용돈이 필요했다는 최선.    


 

전단지 배포부터 까대기, 고깃집,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등 최선이 경험한 알바와 그곳에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최선은 아이답지 않게 너무도 성실하게 살았고, 자신의 미래도 열심히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철없어서 걱정해야 하는 아이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어른스러움이 대견하다.


     

윤혜숙 작가 특유의 냉소적이면서도 척척 맞는 상황 묘사에 이야기의 말맛이 더 살아나는 문장들이 많았다. 그의 여러 동화책에서도 발견되듯이 아이들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밝고 긍정적인 마무리로 희망을 전한다.      



최선의 가족 중 최선을 도울 수 있을 만큼 온전한 사람이 없다. 엄마도, 형도, 누나도 최선이 짊어져야만 할 가족이다. 그래도 최선은 온갖 알바를 전전하면서도 주저앉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갈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말이 좋았다.

     


“청소년 알바에 가해지는 불합리한 처우나 부당한 시선, 그리고 간혹 벌어지는 끔찍한 폭력 등 우울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의 분위기가 한없이 가라앉아 있지만은 않다. 그런데도 어른으로서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반성하게 한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지 생각되었다. 사회구조적으로 최선의 삶이 앞으로 더 나아져서 이 사회에 당당한 개인으로 살아가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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