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통⑮: 잠시 멈춰, 함께를 점검하다

「육통(育通)」 — 육아에서 얻은 통찰

by 황호성

짧은 데이트, 긴 여운


오늘은 오랜만에 아내와 단둘이 데이트를 했습니다.
그저 점심을 먹고 산책하는 평범한 하루였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익숙해진 우리에게는 조금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기대에 차서 간 라멘집은 아쉽게도 엄마 입맛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득 떠올랐습니다.
이곳은 첫째 아이가 아기였을 때, 엄마와 외식하던 바로 그 집이었습니다.
그날의 나는 식은 라멘을 먹으며 밖에서 아이를 안고 있었고, 오늘의 나는 따뜻한 라멘을 먹으며 그때를 웃으며 떠올렸습니다.
시간은 흘렀지만, 함께 한 자리는 여전히 같은 곳에 있었습니다.


부모이자, 부부로서의 점검


식사 후 엄마는 내 옷차림을 보고 한마디 했습니다.


“요즘 옷이 너무 후줄근해 보여.”


그 말에 이끌려 들어간 옷가게에서 옷을 한 벌 샀습니다.
솔직히 돈 생각이 스쳤지만, 거울 앞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입은 나를 보니 기분이 괜찮았습니다.
그 순간, ‘나 자신을 돌보는 일’도 결국 가족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여유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아내의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셋째 아이이 병원 이야기에 데이트의 절반이 흘러갔습니다.
함께 있어도, 우리의 대화는 언제나 아이로 향합니다.
부모로 산다는 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보다 아이를 걱정하는 시간이 훨씬 많이 하며 살아가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의 다섯 가지를 떠올리며


집에 돌아오는 길, 오늘 본 유튜브 영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아이가 필요한 다섯 가지
- 안전한 보금자리
- 충분한 양육
- 보살핌
- 지지
- 지도


이 다섯 가지는 부모의 책임처럼 들렸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부부 관계에도 필요한 요소였습니다.


서로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어주고,
함께의 시간을 통해 마음을 양육하며,
서로의 피로를 보살피고,
말보다 지지로 믿음을 주며,
때로는 서로의 방향을 바로잡는 지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결국 ‘함께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우는 일입니다.
그 배움은 아이로부터만이 아니라 부부가 서로를 점검하는 그 짧은 순간에서도 일어납니다.


멈춤의 의미


오늘의 데이트는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음식도, 대화도, 계획도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 속에서 ‘함께 있음의 소중함’을 다시 느꼈습니다.


가끔은 멈춰서 점검해야 합니다. 서로의 마음을, 가족의 중심을, 그리고 나 자신을.


질문


오늘 당신은 누구와의 관계를 점검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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