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다. 쌓아가다. 살아가다. 해나가다.
가고, 가고, 가다 보면 삶이 만들어진다.
준비된 자에게 행운이 찾아온다. 항상 행운을 맞이할 준비를 마쳐두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로 이해되곤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꼭 아무리 갈고닦아도 그 조금의 '행운'이 따르지 않으면 성취에 이를 수 없음을 가리킨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꼭 꼬아서 그렇게 들어야겠냐고 묻는다면 그렇다. 유독 '운'이 다 해결해줄 거라는 말이 싫다. 운이 좋게도 기회를 잡고, 운이 좋아서 인연을 만나고, 운이 따라서 인정을 받는. 그런 흐름이 싫다. 거기다 언제 찾아올지도 모르는 그 운이라는 것만을 바라며 매달리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살면서 겨우 할 수 있는 일이 기다리는 거라니. 단순히 그 운이 따르지 않아서 내가 이렇게 산다고 받아들인다니. 뭐라고 할까. 마음에 안 든다.
마음에 안 들면 어쩔 건데.
그냥. 그렇다고.
이 부질없는 대화. 당당히 받아치지도 않는 김 빠지는 답.
그렇지만 어떡하겠는가. 저 질문에 당당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이미 너무 바쁘게 '잘' 살고 있을 테니.
적당히 살아내고 있는 나는 저 이상의 대답을 아직은 내놓을 수 없다.
아직 나는 운이 찾아다 준다는 그 '전부'를 만난 적이 없으니.
내 삶의 전부가 될 그 성공이라는 허상을 언젠가는 만나긴 하겠지.
믿음보다는 막연한 예측으로만 남은 말.
왜냐하면 나는 '정도'를 걷질 않으니까.
그럼에도 꽤나 즐거워하며 사는 정도에 만족하니까.
글로 남지 않는 경험들과
눈에 들지 않는 흔적들과
길이 들지 않는 눈빛들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더라.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것은 때로 도움이 되는 걸.
그게 아무것도 아니게 보인다 해서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데 말이다.
글로 남지 않은 경험은 재단에 들지 않아 자유로운 시각을 만들고, 눈에 들지 않는 흔적은 쉬이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다지고, 길이 들지 않는 눈빛은 창피함과 머쓱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누구든 어디든 마주할 수 있는 아우라를 만든다.
대단하다고 평가받지 못한 순간들, 그 조각이 부유하며 결국은 우주를 만든다.
부유하던 순간이 부딪혀 가루가 되고 뭉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결국은 무언가 만들어진다.
결국 우리는 대단하지 않아도, 인정받지 않아도 계속 가야 한다.
어디든 가서 누구든 만나고 무엇인가를 마주쳐 만들어가야 한다.
뭔지도 모를 그 '운'을 기다릴 수만은 없기에 그를 마주치지 않아도 살아내기 위해.
마음에 안 들면 어쩔 거냐면.
갈 거다 어디든.
운이 만드는 세상 어디든.
세상은 운이니까.
기어이 그를 만나기 위해서 가줄 거다.
걸어가고, 달려가고, 때로는 기어서라도 간다.
그렇게나 간절히 우리가 찾아가 주길 바라는 그 '운'에게로.
뭐. 여기 서 기다려봤자 뭐가 달라지나.
어쩔 수 없이 별 거 아닌 우리가 움직여줘야지.
우리는 살아있으니까 살아 가줘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