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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끝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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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덕 Mar 09. 2024

보내지 못한 편지

나의 10대에게

꿈에 네가 나왔어. 활짝 웃으면서 '사랑해.'라는 너에게 '진짜 그건 내가 더.'라고 말하고 키득거리는 나. 정말 비현실적인데 생생했어.


웃기지. 내가 너를  좋아하기라도 하는 걸까?


헤어 나오지 못한 몽롱함 속에서 생각했어. 여태 붙잡아두었던 너를 지금 놓아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나의 변덕에 너는 상처받을까?


아. 꿈 속인  딱 알겠더라. 네가, 또 내가 이렇게 서로에게 솔직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거든. 로를 똑바로 쳐다보면서도 마주하지 않잖아. 꿈 밖의 우리는.


우스운 건 내가 솔직할 용기가 없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는 거야. 내가 먼저 너에게 다가가지 않고 있었다는 것도.


고백이든 마음이든. 네가 먼저 나에게 달라고. 너에게 또 바라고 미루고.


웃기지.


우스워.


여전히 자라지 못했다는 걸 이제야 아차린 내가 서글퍼.


무래도 네가 이야기하곤 하는 열다섯의 내가 정말 아직 마음속 저기 구석에 살아있긴 했나 봐. 미숙하고 뻣뻣한 못난이가. 그럼에도 사랑받았던 겁쟁이가.


좋아해.


근데 있잖아, 우리 서로 사랑하지 말자.

그러지는 말자.


네가 다시 나를 사랑하면 슬플 것 같아.


내가 너의 온전한 행복이 될 수 없다는 거. 이미 너는 다른 사람에게 듬뿍 사랑받아 봤으니 알잖아.  그러니 이런 이기적인 고백은 웃어넘겨 버. 끝끝내 너한테 직접 전하지도 못하는 비겁한 나는 이제 잊어. 버려.


있잖아.

너는 나의 10대어.

네가 나의 10대를 가득 채웠어.

나에게 너는 그때도 지금도 너무 소중해.


또.


너를 여전히 좋아해.

어쩌면 사랑할지도 몰라.


아니. 사랑해.


웃기지.


웃어. 너는 웃을 때가 제일 빛나.

꼭. 가득 행복해져.


닿을 리 없는 편지를 써.
그것도 새삼스럽게 문자로.
빼곡한 글자들에 마음을 가득 담아봐.
그리고 보내진 않아.
그냥 그런 거지 뭐. 너도. 나도.
결국 우리에게 '다시'는 없을 테니까.
맞아. 내가 상처받을 용기가 없어.
이기적이라도 좀 봐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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