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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덕 May 26. 2023

그러니까 그, 꿈.

밤과 맘에 깃드는.

새벽에 깨는 일이 잦아졌다.

지나간 하루에 무슨 아쉬움이 많은 건지 놀라지도 않고 가만히 눈을 뜨는 일이 늘었다.

불면이라기엔 쉽고 숙면이라기엔 가벼운, 그런 잠을 잔다. 잘 자라는 인사를 얼마 없는 나의 주변에 건네두고서는 이내 몸을 일으켜 앉아 종종 생각에 잠긴다.

무엇이든 하나는 잘하고 싶다. 하다못해 잠이라도 잘 자고 싶다는 생각이 도리어 잠을 달아나게 한다. 가만히 앉아 뜨는 해와 트는 동을 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흘려보낸 바로 몇 초 전의 시간을 또 아쉬워하고 마는 것이다.

좋아하는 걸 하라는 말을 들었다.

좋아하는 걸 잃었단 말을 건넸다.

좋아하는 건 없어지는 게 아니라더라.

좋아하는 게 있었기는 한가 싶어졌다.


결국. 또. 그냥. 그나마 주어진 것을 온 힘을 다해 움켜쥐고는 이게 나의 최선이리라 생각한다.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고 위로한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도 된다고 되뇌인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 아무것도 잃지 않아.

우리 살아내는 것만으로 충분히 피곤해. 꿈까지 짊어지기엔 밤도 맘도 벅차.

그러니까 오늘도 나는 잘 자기 위해서 눈을 감는 거야. 그러니까 잘 살기 위해 눈을 감는 거야.


아무튼. 그러니까.

잘 자요. 잘 자자구요.


깨더라도. 깨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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