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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끝내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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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덕 Jul 16. 2023

최선을 다해 사랑했노라.

감히 그렇게 말하고 싶다.

최선을 다한 사람은 후회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 자리의 모두가 그 말이 진리라며 웃는 것을 보다가 나도 같이 웃어버렸다. 혼자 슬쩍 나와 치약을 바른 칫솔을 챙겨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 앞에서 멍하니 칫솔만 꼭꼭 씹다 기웃거리는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최선. 그게 뭔지 모르는 건 그것을 다하지 못해서일까,라는 생각에 잠긴 채 칫솔을 씹다가 '여기요'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겨우 양치질을 마쳤다.


자리에 앉으니 들리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마우스 딸각거리는 소리, 바닥을 드러내는 컵이 빨대와 만나 내는 도로록 소리. 각각의 진한 인상이 가득 담기는, 그 순간에 마주한 일들.


나의 최선은 뭘까.

자격증을 따는 것? 그렇다면 몇 개나?

안정된 일자리를 찾는 것? 그렇다면 얼마나?

확실한 행복을 찾는 것? 그렇다면 어디서?


아. 사랑하는 대상을 찾는 것?


그것만큼이나 모호한 게 있을까.


사랑.


한 곳에 아낌없이 시선을 두는 것이 그것일까?

없으면 안 될 것 같으면 그게 바로 그것일까?

앞서 말한 안정, 행복, 성취가 다 그것에 있을 수도 있을까?


또 멋대로 기대하고 맘대로 표현하고 못한다 내려놓는다. 하고 싶은 대로만 해놓고 이것이 나의 '최선'이었다 이야기한다.


최선을 다해서 사랑했어.

그렇게 거짓 같은 진실을 전하다 끝내 울어버렸던 어느 순간의 누군가처럼.


우리는 기대한다.

그리고 실망한다.

그래서 사랑한다.


그냥. 그렇게 그저 그런 사랑을 담은 삶을 살아간다. 매 순간 각각의 최선을 다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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