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일본을 갑니다.
둘째가 일본을 가게 되었다.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우리 때 와는 달리 요즘은 수학여행을 제주도가 아닌 해외로도 간다고 하더니
아이 학교에서는 일본에 가는 걸로 결정이 났나 보다.
작년 가을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코로나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어서인지 한 번 미루고 드디어 다음 주 출발을 앞두게 되었다.
여권이 만료되어 미리 신청했고 필요한 옷이나 신발도 지난주에 쇼핑을 마친 후라 이제 환전만 하면 출발!!!
뭐든 미리미리 해두어야 안심이 되는 극 J형인 나는 오늘 환전을 위해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잠깐 은행을 가게 되었는데...
막 환전을 하려는데 직장을 다니는 큰아이가 동생에게 용돈을 주겠다는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지난 일본여행에서 가지고 싶었던 피규어를 못 사온게 한이 되어 동생에게 사다 달라고 말하며, 미안한지 용돈도 주겠다고 함. 이건 어디까지나 본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겠다는 심산이 충분히 내포되어 있다고 사려 되는 대목임)
어제 나이트 근무를 마치고 오늘 이브닝 근무인지라 충분히 잠을 잤을 거라 생각하고 본인이 따로 환전하러 가기 불편할까 편의를 봐주기 위해, 얼마나 환전할 것인지 묻기 위한 전화를 한 것이다.
그런데 나의 넘치는 배려심에도 불구하고 환전여부를 묻는 나에게 본인의 잠을 깨운 것에 대하여 마구 짜증을 내는 것이 아닌가?
평소 남들의 이목에 신경 쓰고 체면치레도 중요시 여기는 내가 통화를 하던 중 갑자기 얼굴이 급격히 달아오르는 게 느껴지면서 스멀스멀 분노가 치밀기 시작했다.
(이제 갱년기의 중심에 들어선 나를 너그러이 용서해 주기 바란다)
은행원이 내 앞에 앉아 먼저 내민 돈에 대한 환전을 하고 있다가 갑작스러운 고객님의 샤우팅(내가 잠시 미쳤었던게 맞음)에 멈칫하더니 이내 눈을 피하며, 숙연한 분위기로 나에게 돈을 내밀었고
나는 딸에게 묻지도 않고 내 마음대로 딸의 몫을 다시 환전하고 귀까지 벌개진 얼굴로 은행문을 열고 나왔다.
햇살은 뜨겁게 내리쬐는데 얼굴은 달아오르고, 딸에 대한 분노는 마음에 불덩이를 일으키며 갑자기 난데없는 눈물이 핑 도는게 아닌가?
도대체 이 무슨 추태란 말인가?
점심시간이라 주변에 몰려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 마음이 갈팡질팡 길을 잃어갔다.
"내가 죽을 고비를 이겨내며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 라는 보상심리가 나를 정신없이 휘몰아치고 있는 게 틀림없다.
동시에 어제 초저녁 딸의 안부가 궁금해 전화했던 친정엄마와의 통화에 건성건성 대답했던 불효녀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나의 부족함에 한숨이 나왔고, 내가 엄마에게 했던 행동에는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내 딸이 나에게 했던 행동은 용서못하겠다 부르짖는 나의 이중적인 행태가 마냥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뿌린대로 거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