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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Nov 08. 2024

밀리언 달라 베이비

RPA, Sydney


2024 시점에서 인간 태아 유전자 조작은 대부분 국가에서 금지이나 치료 목적으로는 개발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실행하고 공표만 하지 않을 뿐 그 부분도 막대한 발전이 있다고 합니다. 가령 불임도 거의 극복된 상황인데 지금은 남자 세포만 가지고도 난자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기에 내 세포만 가지고도 정자 난자를 모두 만들어서 수정시킬 수가 있고 여러 사람 체세포에서 DNA를 가져와 만들 수도 있다고 합니다. 불법이긴 하지만요.


저 역시 문제가 있어서 정상 임신이 불가능 했지만 호주 첨단 기술을 통해서, 수억 써가며 아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여러 번 시행착오도 있고 그 과정이 힘들고 지루했지만 결국 저도 성공했으니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지금,


아이를 소원하시는 많은 분들도 꼭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이렇게 늦은 나에 어렵게 아이를 낳고 보니 주변 사람들 반응이 각양각색입니다.


아이고, 늦은 나이에 언제 키우냐.

애 생각보다 금방 큰다 잘해줘라.

고생길이 열렸다.

인간으로 가장 위대한 일을 했구나.

아무것도 못하게 졸라 바쁠 것이다.

아이 키우는 행복이 크단다.


걱정을 가장한 훈장질이나 무한한 축하가 섞여 있기에 서로 모순됨을 봅니다. 아마도 본인이 아이를 어떻게 대했는지에 따라서 차이가 나는 것 같고 나라는 인간을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이 일로 뻔히 보입니다. 본인에게 아이 키우는 것이 힘듬이고 짜증이 가득한 일상이었고, 내가 평소 하찮게 보였면 대략 그에 걸맞은 반응을 주시는 것이지요. 인간관계 중에 흔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축하하시는 말씀이 저를 기쁘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축하는 감사하지만 제가 관심을 게 되는 반응은 아주 자세한 조언입니다.


아이는 목 힘이 없으니 다룰 때나 잘 때 자세가 중요하다.

체온이 성인보다 높으니 약간 서늘한 것이 좋을 수 있다.

아내는 출산 이후 호르몬 변화가 있을 테니 성격 변화 따위로 받아들이지 말라.


수많은 반응들 중에서 자기감정을 투사하지 않은 이런 조언은 5% 미만인데, 이들 저에게 말한 사람이랑 같이 각인이 됩니다. 그리고 그 상대에 대한 제 평가도 각별해집니다. 내가 평생 함께 가야 할 사람은 이들입니다. 나에 대한 배려랑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 섬세함, 세계관도 엿볼 수 있습니다. 나머지 95% 염장이나 칭찬은 죄송하지만 대략 시간이 가면서 잊힐 수밖에 없고요. 그리고 그 5% 중에서도 아주 특이한 몇이 있습니다. 바로 환상을 가득 담은 기표를 발산하는 분들입니다.

헌터 회계사, 내 아이를 처음 보는 순간엔 지구 공전이 멈추면서 온 우주를 향했던 내 의식은 그 아이에게 모두 빨려 들어가 새로운 삶, 새로운 상징, 새로운 의미가 시작됨을 본다네.


누구는 개구라 친다고 할 수도 있지만 무척 새로운 기표를 만들어내는 사람으로 일상에서 만나는 예술인입니다. 저도 이런 스타일로 뭐든 슬프고 장황하게 설명하는 습관이 있기에 무척 친숙한 표현입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가까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 표현이 사실일지언정 그는 자기 속내, 지금 감정에서 피어오르는 순수한 의미를 너무 덧칠해서 뿌리기에 어지간해서는 상대가 그 진실한 의미를 알지 못하게 합니다. 제 인생에서 이처럼 음흉하고 이상한 인간은 저 한 명이면 족하니까요.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후배들이 자식도 없이 철없게 사는 저를 보며 걱정하는 눈빛으로 혹은 한심한 듯한 표정으로 대하던 그 순간을 이제는 맘 편하게 기록해 보겠습니다. 형님, 아이가 생기면 말이죠. 유도도 할 수 없고, 글도 그만 쓰게 되며, 운동은 생각도 못하게 됩니다는 그 핑계에 대답을 늦었지만 이제 해주려고요.


어제 출산했기에 저는 지금 병원입니다. 잠시 집에 가서 운동하고 아내 먹을 미역국이랑 과일 등을 챙겨 와서 아내가 아이랑 모수 수유 교육에 들어간 시간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이미 어제 아침부터 머릿속에서 쓰기 시작해 밤새 꿈에서 윤색되고 이렇게 한 시간 짬이난 기회에 적고 있습니다.  


아이가 없었어도 자네는 어차피 포기했을 거야. 유도던 주짓수던 어떤 공부던 '마스터'라는 호칭을 받을 때까지 깊이 있게 하지 않을 거였잖아. 자네 인생에 그런 깊이가 있기나 하던가? 굳이 애매한 아이 이름 팔지 말게나. 행여라도 자네 아이가 알게 된다면 창피할 테니 아이를 위해서도 그 이름을 자네 삶에 핑곗거리로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네.


프로이트 선생님이랑 딸 애나 프로이트

이젠 더욱 맘 놓고 열심히 집중해서 유도하고 글 쓰고 강아지 고양이랑 놀아주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내 곁에서 건강하게 자라기를, 내가 사는 모습에서 그 아이가 배우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쉬운 것은 호주에서 태어나 우리말을 잘 모를 그 아이에게 프로이트 선생님 정신분석 이야기를 어떻게 잘 설명해 줄지 정도입니다. 영문으로는 더 많은 아름다운 자료가 있으니 아이가 자라서 스스로 그 뒷이야기, 심지어 나도 몰랐던 더 많은 이야기를 찾아가기를 기원합니다.


누군가는 내 아이가 태어나면 모든 것이 시큰둥해지고 아무리 예쁜 고양이보다, 그 어떤 사모예드보다 천 배는 예쁘다고 하던데요. 글쎄요. 저라는 인간은 전혀 그런 착각이 일어나지 않네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에 울컥했고  예쁘지만 [오징어 게임]은 지금 보아도 눈물이 뚝뚝 흐르고 옆집 강아지 고양이들은 여전히 깜찍하여 보고 싶습니다. 내 자식이 태어났기에 내 지난 모든 과거가 다르게 편집되고 내 주변에 모든 생명체가 어둡게 흐려지는 일은 미안하게도 없군요.




저는 그냥 일상에서 할 일을 계속 진행할 뿐입니다. 날 필요로 하는 아이가 생겼다는 것 정도가 다르겠습니다.



아이가 태어났으니 나는 모든 삶을 접고 내 가진 전부를 투자해서 넣어 그 아이가 위대한 전문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하기보다는 이로써 내가 더 싸움도 잘하고 프로이트 텍스트를 차분하게 읽기를 기대합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것으로 오랜 시간 기다려온 아이가 태어난 기쁨을 남깁니다.



모두들 사랑하며

시드니에서



TS, 2024, 트럼프 재선에 성공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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