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일. 늘 가기 싫은 곳

by 한톨

아 진짜 가기 싫다. 날씨는 더럽게 춥고 가봤자 하는 일도 시원찮고, 가기 싫다. 다시는 일용직이나 기간제로 취업하지 않겠다. 그건 그거고 진짜 가기 싫다. 회사에……


꿈의 직장이란 말이 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바랄 복지를 가지고 있거나 임금이 높은 회사를 그렇게 부르는 듯하다. 그런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회사에 가고픈 마음은 안 들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여러 회사를 누볐으나 가고 싶은 회사는 없었다. “일을 배워서 더 열심히 해서 얼른 자리 잡아야지!”처럼 건설적인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나만 그럴 수도 있다. 나는 어떤 회사든 들어가기 전까진 들어가려고 아등바등거렸으나 막상 들어가고 나선 학교 다니며 몸에 밴 버릇을 따라 관성적으로 회사에 갔다.

‘관성적으로’, ‘습관적으로’ 회사에 갔다. 생각하며 가는 건 너무 비참했다. 영혼의 무덤으로 ‘생각’하며 들어가는 건, 사탄이 와도 권유하지 못할 행동이 아닐까.

왜 모든 회사는 가기 싫을까를 따지기보단 어떤 회사든 출근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걸 온새미로 받아들이고 그렇다면 내가 회사로부터 바라는 게 무엇인지 곰곰 따져봐야 한다. 회사가 나에게 뭘 빼앗아가지 말았으면 좋겠는가?


가족 같은 직장이란 말이 있다. 퍽이나 우스운 말이다. 어떻게 직장이 가족 같을 수가 있을까. 직장은 이익 추구를 위해 모인 집단일 뿐이다. 물론 함께 지내는 동안 있는 정 없는 정이 쌓일 수야 있겠다면 그게 가족에 버금간다는 건 상상하지 못하겠다. 가족은 직장과 뿌리가 다르다. 가족은 어떻게 말하는가에 따라 말맛이 바뀌는 말이라 조심스레 다루어야겠다. 따라서 ‘가족 같은 직장’할 때 그 단어가 주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따져보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세상에 그런 개똥 같은 말이 있나. 차라리 개똥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가족 같은 직장이라니 그런 게 있다면, 나는 그런 직장은 절대로 들어가지 않겠다.


오늘 아침 회사가 진짜 가기 싫었다. 왜 가기 싫은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회사 사람들이 나를 못살게 구는가? 전혀! 너무 잘해줘서 미안할 지경이다. 일이 어려운가? 전혀! 조금만 숙달시킬 수 있다면 인류의 먼 친척이 와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회사가 불편한가? 전혀! 그러면 도대체 왜 회사에 가기 싫었을까?

따져 묻는다고 해도 알 수 없다. 설령 이유를 안다고 해도 1달 남짓 남은 출근길에 대한 애로사항을 깨달을 뿐이다. 그러니 ‘회사는 원래 가기 싫은 곳’이라고 생각하겠다. 그래야 앞으로 어떤 회사에 가든 가기 싫은 마음을 이겨내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정말 궁금한 건, 어째서 인간이 이렇게 됐는가이다. 인간은 가기 싫은 곳에 가서 반나절을 보내고 와야 사람답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어쩌다 세상은 이렇게 됐고, 인간은 그런 세상에 살고 있을까.

어쩌다 그런 세상을 인간은 스스로 만들었을까. 잘은 몰라도 비교적 최근까지 세상을 바꾼 건 다수가 아니라 소수였다. 그들은 돈 많고 힘 있는 소수였을 테고, 그들이 회사와 노동자라는 구조를 처음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세대를 거치며 평등을 위시하여 여러 가지 규칙이 만들어지고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물려받은 게 없는 나는 언제나 가기 싫은 회사에 가서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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