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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May 20. 2024

피해자뿐인 갈등 결과를 만드는 원인

길을 가다 보면 가끔 교통사고를 목격할 수 있다. 이때 뒤차가 앞차를 추돌하는 사고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가 너무나 당연한 사고이다. 교통사고 분야의 전문가나 법률가가 사고를 분석하더라도 결과가 바뀌지 않는 사고에서도 운전자 두 사람이 다투느라 뒤차 통행에 방해가 되는 상황이 일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뒤차와 앞차 운전자 두 사람의 감정은 ‘억울함’이다. 앞차 운전자로서는 자기 잘못이 하나도 없는데 갑자기 뒤차가 자기 차를 추돌했기 때문에 차가 망가졌고, 이 차를 수리하기 위해 정비공장에 차를 맡기고 차를 찾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앞차 운전자는 자신의 억울한 마음은 화를 내는 정도로 뒤차 운전자에게 표현한다. 예를 들어, 사고 난 차가 오래된 차로 범퍼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와 출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차일 때 앞차 운전자가 뒤차 운전자와 대화하는 태도는 다를 것이다. 오래된 차의 운전자는 담담하게 사고 접수를 위한 절차에 집중할 것이고 새 차 운전자라면 뒤차 운전자의 운전 부주의를 큰소리로 질책할 것이다.      


뒤차 운전자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거나 한눈팔면서 운전한 과실이나 부주의한 운전 태도를 탓하는 대신 ‘왜 하필 내 차 앞에 서 있어서 사고를 내게 했냐?’라고 앞차 운전자에게 책임을 돌린다. 이 운전자가 자기 과실이 명확한 사고에 대해서도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다.     


뒤차 운전자가 사고 수습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금전적 손실이다. 이런 사고를 내면 과실 정도에 따라 자기 차는 물론 사고를 당한 차도 수리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험료가 인상되기 때문에 돈을 잃었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런 생각으로 인해 사고를 당한 운전자에게 위로는커녕 화를 내는 것이다. 둘째, 시간에 대한 손실이다. 자신의 부주의로 인해 차를 수리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비공장까지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 차를 수리하는 동안 다른 차로 대체해야 하지만 자신의 과실로 인한 사고라 렌트를 하면 보험료 인상 폭이 클 수 있어 렌트 여부에 대한 고민만이 아니라 차를 빌리지 않았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불편한 상황까지 계산해야 되기 때문에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피해자인 앞차 운전자와 대화할 때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오게 된다. 셋째,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사고가 났기 때문에 교통법규를 위반했다면 이에 따른 처벌을 받게 된다. 특히, 사고의 결과가 치명적일수록 두려움을 느끼는 강도도 세지면서 스트레스 수준도 두려움에 비례해 높아진다. 이럴 때 사람들이 선택하는 방법의 하나가 ‘회피 반응’인데 뺑소니 사건이 일어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가 났을 때 모든 운전자가 흥분하지는 않는다. 뒤차 운전자는 자기 과실을 인정하고 앞차 운전자에게 정중하게 사과한다면 앞차 운전자의 억울함은 조금씩 사라진다. 일부러 자신을 괴롭힌 게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화를 낸다고 사고 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고 당사자의 태도에 따라 사고 처리 결과는 안전히 달라진다.     


1) 흥분하면 지는 이유     


차 사고와 같은 갈등 상황에서 갈등 상대를 마주하는 순간 마음의 평온이 깨지게 된다. 뒤차로부터 추돌을 당한 앞차 운전자는 뒤차 운전자의 과실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봤다는 사실로 인해 감정이 끓어오르게 된다. 이럴 때 앞차 운전자가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뒤차 운전자에게 폭언하거나 폭행을 하면 ‘차 사고를 당한 피해자에서 뒤차 운전자를 폭행한 가해자’로 신분이 바뀔 수 있다.     


뒤차 운전자도 흥분하면 또 사람 문제가 발생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앞차 운전자의 부주의한 운전 행태가 뒤차 운전자를 자극해 뒤차 운전자가 앞차를 추돌했을 수도 있다. 뒤차 운전자는 비록 자신이 사고를 낸 것은 맞지만, 자신도 앞차 운전자의 정상적이지 못한 운전으로 인한 피해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앞차 운전자와 얼굴을 맞대는 순간 이런 상황을 만든 운전자를 비난하기 쉽다. 앞차 운전자로서는 뒤차 운전자한테서 듣는 비난은 자신과 싸우자는 도발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같이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이런 반응은 뒤차 운전자를 자극해 강한 스트레스를 느끼게 만든다. 이런 상태가 되면 뒤차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싸움’ 혹은 ‘도망’ 둘 중 하나이다.     


사고 현장에서 도망 혹은 도피는 선택지가 될 수 없다. 남은 선택지는 싸우는 것 밖에 없다. 싸움이 시작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이겨야 하기 때문에 말이든 주먹이든 상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다.     


앞차 운전자가 뒤차 운전자에게 보복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수리 비용을 크게 부풀리는 것이다. 자동차를 수리하는 곳은 다양하다. 수리를 위해 직영 서비스센터부터 동네 카센터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뒤차 운전자의 행동이 괘씸했다고 여겨지면 가장 수리비가 많이 나오는 곳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순간을 참지 못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는 ‘금융치료’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반면, 뒤차 운전자의 정중한 사과를 받은 사람은 자신과 뒤차 운전자 모두 피해자라고 인식해 가능한 적은 비용으로 수리를 마무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나고 나면 두 사람에게 남는 것은 ‘청구서’뿐이다. 차도 고쳐야 하고, 상대의 몸에 상처를 입히거나 두 사람을 말리는 경찰관에게 대들었다면 형사처벌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흥분을 참지 못하고 잠깐 상대를 자극한 행동이 자신에게 엄청난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이처럼 흥분 상태에서는 더 많은 실수를 한다. 흥분할 때 실수를 더 많이 하는 이유는 사람의 인지 과정과 감정의 영향 때문이다. 갈등 상황에서 느끼는 흥분은 감정이 격앙된 상태가 되면서 여러 가지 실수를 저지르게 한다. 즉, 감정적 반응을 할 때 여러 가지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흥분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실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집중력 저하이다. 흥분 상태에서는 특정 감정이나 생각에 집중하게 된다. 갈등 상황에서는 ‘상대를 이겨야 한다’라는 생각에 매몰된다. 이로 인해 객관적인 정보를 놓치거나 다른 중요한 정보를 잘못 처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라면 사고 처리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흥분한 운전자는 이런 생각 대신 상대를 비난하는 데 열중하는 것과 같다.      


둘째, 충동적 행동이다. 흥분은 충동적인 행동을 촉진할 수 있다. 감정적으로 고조된 상태에서는 충분한 사고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아 실수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내고 수습 대신 도망을 가는 사람은 뺑소니 운전으로 더 큰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교통사고를 낸 순간 감정이 격앙되면서 사고 수습이라는 이성적인 선택 대신 뺑소니라는 충동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셋째, 판단력이 떨어진다. 감정의 고조는 인지 능력을 떨어뜨리게 되면서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사고를 내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큰소리를 치는 운전자의 행동도 판단력이 흐려졌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넷째, 스트레스 반응을 한다. 흥분 상태는 스트레스 수준을 높인다.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지면 신체적, 정신적 자원이 고갈되면서 주의력 분산과 기억력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태는 실수를 더 자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럴 때 사소한 자극에도 과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데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들이 상대가 한 말 한마디로 인해 다툼이 시작되는 이유도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섯째, 감정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흥분 상태에서는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감정이 고조될수록 자기 행동을 제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실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흥분한 상태에서는 사람의 인지 기능과 행동 제어 능력이 평소보다 떨어진다. 이로 인해 실수를 더 자주 하거나 더 크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결정이나 행동을 해야 한다면 마음이 차분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해야 한다.           


2) 흥분 상태에서 하면 안 되는 행동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 하는 결정은 시간이 지나면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 피해야 할 몇 가지 행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요한 결정 내리기이다. 흥분한 상태에서는 감정이 합리적인 사고를 막기 때문에 판단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결정이나 선택은 감정이 가라앉은 다음에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감정적 대응하기이다. 감정이 고조된 상태, 즉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 대신 적대적이고 충동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 판단이나 대응은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셋째, 물리적 충돌이다. 흥분한 상태에서는 충동적으로 싸움에 휩쓸리거나 싸움과 같은 위험한 물리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언론에 가끔 보도되는 남편이 아내를 폭행했다는 기사도 흥분한 남편이 아내에게 물리적 충돌을 일으킨 것이다. 이처럼 흥분한 상태에서는 갈등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폭행과 같은 물리적 행위를 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 과도한 소비이다. 흥분하면 인지 능력이 떨어져 판단력이 흐려질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는 충동적으로 물건을 구매하거나 과도한 지출을 할 수 있다. 이런 선택은 나중에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다섯째, 과속 운전이나 위험한 운전이다. 흥분한 상태에서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이성적인 성찰이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 과속이나 난폭 운전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흥분한 상태에서는 운전을 피할 필요가 있다.     


흥분한 상태에서는 가능한 행동을 하거나 판단을 내리는 것을 미룰 필요가 있다. 감정이나 행동을 조절하기 어려울 때는 가족이나 신뢰할 수 있는 친구 그리고 전문가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3) 흥분한 상태에서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     


스트레스는 마음의 평온이 무너질 때 일어난다. 의견 차이로 인한 다툼이나 자동차 사고처럼 일상에서 마음의 평온을 무너뜨리는 사건은 수시로 일어난다. 이럴 때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클수록 감정이 고조되면서 스트레스의 수준도 높아진다. 하지만 큰 사건이 일어나도 차분하게 대처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므로 흥분한 상태에서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탐색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흥분한 상태에서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깊은 호흡하기 

호흡을 통해 감정적 흥분 상태를 조절할 수 있다. 깊고 천천히 하는 호흡은 신체를 진정시키고, 스트레스 수준을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     

② 잠시 멈추기 

반응하기 전에 잠시 멈추고 상황을 재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행동하기 전에 잠깐이라도 멈추게 되면 충동적인 결정을 피하고, 더 신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순간이 될 수 있다.     

③ 객관적 관점 찾기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도록 자신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도록 노력한다. 이는 감정적 반응을 줄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④ 시간을 두고 결정하기

가능하면 결정을 하기 전 숙고할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짧게는 몇 분, 길게는 하루나 이틀 정도의 시간을 두고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⑤ 상황 기록하기

노트나 전자기기에 현재 상황, 느끼는 감정 그리고 고려해야 할 사항 등을 기록한다. 이는 생각을 정리하고 정확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기록하는 짧은 시간은 감정 상태를 평온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⑥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상의하기

가족, 친구 그리고 동료와 상황을 공유하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다. 이런 선택은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선택에 따른 이해관계를 확실하게 알 수 있으므로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⑦ 운동하기

간단한 운동이나 산택을 통해 신체활동을 하는 것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운동은 ‘깊은 호흡하기’, ‘잠시 멈춤’과 ‘시간을 두고 결정하기’ 모두를 충족하는 방법이다.     

⑧ 명상이나 요가하기

명상이나 요가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현재 순간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며, 흥분 상태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    

 

흥분 상태에서의 실수를 방지하는 위해서는 자기 인식과 조절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이런 능력들은 연습을 통해 점차 개선될 수 있으므로 일상생활에서 의식적으로 연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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