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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Jun 17. 2024

공짜는 없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갈등이 생기면 어떤 형태로든 반응하게 된다. 폴렛(Follett)은 이런 반응에 대해 ‘지배’, ‘타협’ 그리고 ‘통합’을 주요 대응 방법으로 제시하였고, 회피와 억압을 기타 방식으로 분류하였다.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토마스(Thomas, K. W.)는 다른 사람과의 다툼이 발생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관철시키거나 상대방의 관심사를 충족시켜 주는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였다. 이 두 가지와 플렛의 방법을 조합해 갈등을 다루는 ‘갈등 스타일’을 경쟁, 타협, 회피, 수용 그리고 협력으로 나눌 수 있다.     


타협은 게으른 갈등 해결 방법이다. 갈등이 발생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갈등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한다. 이런 조급한 마음은 갈등의 발생 원인을 찾아 제대로 해소하는 근본적인 노력보다는 ‘갈등이 해소되었다’는 결과에 매달리게 된다. 특히 갈등 당사자보다 제삼자가 갈등 해결을 재촉할 때 타협을 해결 방법으로 선택하기 쉽다. 타협은 모두가 조금씩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좋은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편으로는 ‘모두가 손해를 본’ 해결 방법이기도 하다.     


‘협력’은 자신과 상대방의 관심사 모두를 충족시켜 주는 방법이다. 협력을 위해서는 타협과는 달리 갈등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갈등의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이 싫어하던 사람으로부터 그런 행동을 한  이유를 듣게 되면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또한 상대방의 태도에서 자신이 불편하게 느꼈던 이유를 말하면 상대방 또한 ‘내가 하는 행동이 상대방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구나’라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런 대화 과정 속에서 서로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회피’는 가장 피해야 할 갈등 대응 방법이다. 회피는 갈등이 발생한 사실을 알고 있지만 해결 자체를 피하는 것이다. 승자나 패자와 달리 갈등 상황에서 벗어나 마치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은 갈등을 ‘회피’하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건물에 불이 난 사실을 알면서도 귀찮거나 겁이 난다고 피하지 않는다면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부정적인 영향뿐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화재와 마찬가지로 갈등도 두 사람 사이의 마음속에 불이 난 것과 같아서 제대로 대처하지 않고 시간을 지체할수록 부정적인 결과를 만나게 된다.        


‘복지부동’은 회피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단어이다.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리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불이 난 건물에서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긴급 상황에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두 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 용기가 부족한 경우이다. ‘구조를 하다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나?’라는 생각으로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건강하지 못한 것으로 자신의 소극적인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재산이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만들기도 한다. 설사 자신의 몸에 약간의 흉터가 남더라도 다른 사람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면 그 행동은 분명히 가치 있는 것이다. 둘째, 자신과 ‘이해관계’가 약한 경우이다. 자신과 관련이 있지만 구조를 위해 뛰어들 용기가 없는 것이 첫 번째 경우라면 이것은 자신과 관련이 없는 상황이다. ‘내 일도 아닌데…’와 같이 제삼자의 입장이거나 ‘화재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불조심해야 한다고 그렇게 강조했는데…’처럼 인과응보라는 생각으로 인해 도움대신 방관하는 경우이다.     


직장에서도 회피 반응은 다양한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 회사에 긴급한 사건이 발생한 경우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책임이 없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기 바쁘거나 자신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도 있다. 또한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해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처리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행동들은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동으로, 이런 조직원은 조직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다른 사람의 불행이 나의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조직원도 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조직의 문제해결에 무관심한 사람들로, 일부 리더의 경우 곤경에 처한 자신의 부하에게 ‘내 말을 듣지 않으면 힘들게 된다’는 것을 확인시키기 위해 일부러 도움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태도 또한 조직원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다.     

곤경에 처한 자신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 동료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대부분의 경우 ‘두고 보자’고 생각하면서 복수의 칼을 갈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상대방은 경쟁 상대가 된다. 경쟁이 시작되면 승자와 패자로 구분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태에서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보다는 상대에게 손해를 끼치는 방법을 먼저 찾게 되며, 상대에게 피해만 입힐 수 있다면 자신의 피해는 상관하지 않게 된다. 이런 행동들이 오랫동안 지속될수록 서로에게 상처만 남게 된다.      


최근 ‘카공족에 카페 주인들 울상’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신문에 실린 적이 있다. 몇 년 전부터 계속 불거져 오던 문제로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카공족)로 인해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겪는 애로사항에 대한 글이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카공족들은 자신의 고객이기에 고마운 존재이다. 하지만 이들이 오랜 시간 동안 카페의 자리를 독차지하고 있으면 매출이 줄어들고, 이익 또한 줄어 카페를 운영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카공족들이 마냥 반가운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카공족들의 카페 이용에 제한을 두고는 싶지만 SNS에 올라올 악플이 두려워 속만 끓이고 있다.     


카공족들은 음료수 한 잔으로 쾌적한 환경에서 자신이 원하는 시간만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승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카공족들은 자신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카페가 오랫동안 계속 영업하기를 바라겠지만 그런 바람은 바람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카페를 운영하는 목적은 ‘이익 창출’인데, 카공족들로 인해 이익이 줄어들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카페를 운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수익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카페 주인은 악플을 감수하고라도 카페 이용에 제한을 두거나, 시끄러운 음악을 틀러 공부를 방해하거나 심하면 카페 운영을 그만둘 것을 고민하게 된다. 두 가지 중 어떤 경우라도 카공족들은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혜택을 누리기 어렵게 된다.       


흡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 지하철 역 근처 금연 구역에서 흡연하고 있던 사람에게 “아이가 있으니 다른 곳에서 담배를 피우세요.”라고 말했다고 길거리에서 아이 엄마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사건처럼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다툼도 상당하다. 흡연자들은 ‘내 돈 주고 산 물건 내 맘대로 피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자신들이 편리하다고 생각되는 공간 어디서든 담배를 피운다. 비흡연자들에게 흡연자는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피해를 주는 타도해야 할 대상이다. 흡연자와 비흡연자에게 상대는 자신에게 불편함을 안겨주는 타도의 대상으로 함께 공존하기가 어려운 존재이다.      


조금 지저분한 가정이지만 만약 누군가 냄새나는 변을 들고 다니면서 자신에게 그 냄새를 풍긴다면 어떻게 반응하겠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람에게 욕을 하거나 심하면 폭행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저 냄새만 고약하고 몸에는 해롭지 않은 변에도 부정적으로 대하는데 냄새도 나쁘고 몸에도 좋지 않은 담배 냄새를 비흡연자에게 억지로 맡게 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조직 문화는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함께 성장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의 차이는 엄청나다. ‘이런 정도는 괜찮겠지’ 혹은 ‘다른 사람도 하는데…’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킨다. 카공족은 자신들에게 제약을 가하려는 카페 주인의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혹은 ‘다른 카페 주인은 가만히 있는데…’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반발하게 된다. 흡연자들도 비흡연자들에게 ‘다른 사람들은 가만히 있는데 유난을 떠내’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비흡연자들을 공격한다.       


이런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두 사람 이상이 되면 집단이 되는데, 개인으로 있을 때와 집단이 되었을 때의 행동 양식은 다르다. 서로를 바라보면서 ‘저 사람도 하는데…’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앞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찾게 된다.    

  

카공족들이 카페 주인을 돕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끼리 규칙을 정해 테이블을 과도하게 차지하는 것을 막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추가로 음료를 주문한다거나 손님이 많은 시간을 피한다거나 사용 후기를 SNS에 올리는 방법 등으로 카페 주인의 영업을 도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카페 주인 또한 음료수 맛을 높인다거나 카페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카공족들의 공부를 도울 수 있다.    

     

조직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역할을 다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게 되면 다른 조직원 누군가는 자신의 업무를 대신해야 한다. 이런 풍토가 조직에 퍼지게 되면 열심히 일했던 사람마저도 업무의 무능력자로 전락하게 된다. 조직의 경쟁력이 줄어들면 그 조직에 일했던 모든 사람들은 직장을 잃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은 조직을 망가뜨리는 바이러스 혹은 암세포와 같다.     


상대에 대한 배려는 모두를 승자로 만드는 방법이다. 사람은 누구나 패자가 되기를 싫어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는 상대를 이기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상대에게 피해를 입힐 방법을 찾게 되기에 모두가 패자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도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상대방을 돕는 것이 자신을 돕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하는 동료를 도와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면 자기 경쟁력도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 또한 발전하는 조직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역시 우리 회사야!’라는 생각과 함께 조직 구성원인 자신도 발전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자신이 무엇인가를 얻었다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았거나 자신이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렀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모두가 이익을 얻기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생각해 보자. 아마도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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