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선물이다’라는 이름의 밴드를 만들어 평소 갈등과 코칭에 관심이 있는 지인들을 초대하였다. 초대받은 지인 중 한 명이 밴드 이름에 대해 갈등이 선물인 이유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말하였다. 지인의 의견을 들으면서 갈등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겠다고 고민하던 중 머릿속에서 ‘갈등 관리’란 단어가 떠올랐다.
강의에서는 교육생들에게, 갈등 조정에서는 갈등 당사자들에게 그리고 모임 등에서 ‘갈등관리 전문가’라고 소개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하던 단어가 ‘갈등 관리’였다. ‘갈등은 관리될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관리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에 대한 의문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한동안 이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갈등 관리’에 사용되는 ‘관리’에는 ‘사람을 통제하고 지휘하며 감독함’이라는 뜻이 있기에 ‘갈등 관리’란 단어에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갈등을 통제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갈등은 상대가 있기 때문에 갈등 관리를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대를 통제하게 되며, 이로 인해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게 된다. 상대는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에게 복종하거나 저항하게 되는데 두 가지 방법 모두 갈등을 만들면서 인간관계를 해치므로 사람들은 갈등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
갈등을 연구하면서 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람이 갈등의 부정적인 속성만을 인식하고 있을 뿐 갈등의 긍정적인 속성에 대해서는 모르거나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갈등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는 이유는 사람의 뇌는 생존을 위해 긍정적인 경험보다는 부정적인 경험을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기억하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빛과 그림자를 함께 경험하지만, 머릿속에는 주로 그림자만 기억되기에 갈등 또한 어두운 면만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사람의 머릿속에 ‘갈등의 그늘’에 대한 기억이 강하게 자리 잡게 되므로 ‘갈등의 빛’의 존재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속담처럼 갈등이 가져다주는 결과에는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친구와 다투고 난 뒤 더 친해진 경우처럼 사람과의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갈등은 대인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대인관계뿐만 아니라 신제품을 개발할 때나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도 갈등은 필요하다. 신제품 개발에는 큰 비용이 투자되기에 최악의 경우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위험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새로운 제품, 특히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많은 갈등을 극복해야 하는데 이렇게 탄생한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폰이다.
사람들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있고,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생활 일부가 된 스마트폰도 갈등의 산물이다.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모두 완벽하지 않아 사용하는 사람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소비자들은 불편한 기능들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현했고 생산자는 소비자들의 불만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기에 스마트폰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으며, 소비자는 지금처럼 편리하게 사용하게 되었다.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회사에서도 많은 갈등이 있었다. 영업부서와 생산부서 그리고 연구부서 간에 수많은 갈등을 경험했을 것이다. 특히 기기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개발 초기에는 제품에 대한 의견들이 찬성과 반대로 갈라져 고통을 겪었을 테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했기에 지금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갈등의 결과는 갈등과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결심에 따라 결정된다. 갈등을 귀찮고 불편하게 여긴다면 부정적인 결과를 얻게 되고 갈등을 건설적으로 해결하겠다고 결심하게 되면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결국 갈등의 결과는 당사자들이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정해진다.
갈등을 대하는 태도 중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갈등 해결에 대한 ‘회피’이다. 주머니 속에 송곳을 넣어두면 어느 순간 송곳 끝이 옷을 뚫고 밖으로 나오는 것처럼 갈등은 감춘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속에서 상대에 대한 서운함, 미움 그리고 분노 등이 쌓여 더 큰 강도로 폭발하게 된다.
갈등에 대한 회피 반응이 바람직하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상대에게 갈등을 해소할 기회를 빼앗기 때문이다. 영업담당자가 고객과의 계약 과정에서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자. 담당자는 상사에게 자신의 실수를 즉시 보고하고 상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상사의 질책이 두려워 상사에게 보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상사에게 보고하지 않으면 상사의 질책으로부터 일시적으로는 자유로워질 수 있지만, 시간을 끌게 되면 문제는 악화만 될 뿐이다.
갈등은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경우에만 해결할 수 있다. 갈등의 해결과 예방을 위해서는 갈등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갈등은 흐르는 물과 같아 흐르는 물을 막으면 물을 잠깐 멈추게 할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물줄기는 새로운 물길을 만들면서 흐르게 된다. 갈등도 물과 마찬가지로 관리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갈등을 차단하려고 시도하는 순간 또 다른 갈등을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갈등은 자신의 의도대로 ‘관리’할 수는 없다.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막을 수가 없고 막으려고 노력할수록 불필요한 에너지만 쏟게 된다. 그러므로 갈등에 대한 인위적인 관리보다는 적극적인 활용과 예방이 더 효과적이다.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는 갈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예방하여 조직의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독감 예방 주사를 맞더라도 독감 환자가 발생하는 것처럼 조직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힌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갈등 발생의 소지가 항상 존재하므로 갈등 발생 여부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조직 갈등은 발생한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예방 작업을 통해 갈등을 줄이는 것이 효과도 높고 갈등으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도 적게 든다. 갈등을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조직원 모두 자신의 역할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조직 갈등을 업무 갈등, 관계 갈등, 가치 갈등, 분배 갈등과 내적 갈등 등으로 분류하기도 하고, 조직 갈등의 잠재 요인으로 목표 설정, 조직의 형태와 종속 정도, 자원 그리고 개인적인 특성이 있다. 이런 조직 갈등의 종류나 잠재 요인을 만드는 근본 원인은 자신의 역할을 과도하게 수행하거나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자신의 역할에 과도하게 몰입하게 되면 다른 사람의 업무 영역까지 침범하게 될 수 있다. 맹수들이 대소변으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면서 다른 동물의 영역 침범을 막는 것처럼 사람도 다른 사람이 자신의 업무 영역을 침범하면 공격하게 되면서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이와 반대로 자신의 역할을 소홀히 하게 되면 다른 사람이 그 부분만큼 다른 사람의 업무를 대신해야 한다. 자신의 업무만도 부담스러운데 다른 사람의 업무까지 억지로 해야 해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처럼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어떤 형태로든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조직원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하며, 리더는 조직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숙지하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평소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둘째, 공정성 확보를 통해 조직의 구조로 인한 갈등을 줄일 필요가 있다.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조직원의 평가, 조직원에게 주어지는 기회 그리고 업무 절차에 대한 공정성 확보가 필요하다. 조직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평가에 대한 공정성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라는 속담처럼 리더가 특정 조직원을 편애해 편파적인 평가를 하면 나머지 조직원들은 ‘열심히 하면 뭐 해. 이미 결과는 결정되었는데…’라는 생각으로 자기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가자는 공과 사를 구별하면서 공정하게 평가해야 하고, 회사에서는 평가 방법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리더가 조직원들에게 기회를 공정하게 제공하지 않는 것도 갈등의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부서원의 능력 향상을 위한 연수 후보자를 선정하는 경우 자신과의 친분을 고려해 선정하는 경우가 있다. 선발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면 조직원은 상사를 불신하게 되면서 조직에 균열이 생기고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연수뿐만 아니라 승진이나 휴가 등 다양한 업무에서 이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에 조직원 모두는 공정성에 대한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회사의 모든 업무 절차는 조직원들과 공유되어야 한다. 만약 승진에 필요한 조건이 해마다 변경된다면 조직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많은 조직원은 자신의 승진은 복불복이라 생각하게 되면서 노력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조직원들 사이에 업무 절차가 명확하지 못하면 혼란이 발생하면서 의견 충돌이 일어나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모든 조직원들이 업무에 관한 규정이나 절차를 숙지하도록 하고, 업무 절차의 변경이 발생할 경우에도 조직원들에게 사전에 공지해 혼동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세 가지 공정성이 유지되면 조직의 구조로 인한 갈등은 어느 정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셋째, 조직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어도 이를 운영하는 개인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갈등을 건설적으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조직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갈등은 개인의 노력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갈등의 원인을 ‘성격 차이’에서 찾기도 하지만 성격이 비슷한 사람 사이에서도 갈등이 발생하고, 성격이 다른 사람 사이에서도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 예도 있는 것처럼 성격 차이보다는 갈등을 극복하려는 개인의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
조직원이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대인 관계 능력의 향상이다. 일반적으로 갈등 상황에서 긍정적인 반응, 부정적인 반응 그리고 회피 반응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거부하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부정적인 반응은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게 된다.
상대와의 교류를 회피하는 반응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대응 방법이다. 불편한 사람과는 대화가 줄어들면서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 언제든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그동안 쌓인 마음의 앙금이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적대적인 반응이나 회피적인 반응 대신 ‘저 사람의 처지에서 보면 저 사람의 행동은 언제나 이치에 맞다’라고 생각하면서 상대를 대하는 방법도 선택할 수 있다. 상대의 행동을 보면서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 무슨 이유일까?’라고 호기심을 갖는 것이다. 상대의 행동에 관심을 기울이면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상대 또한 자신의 마음을 열고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자신의 대인 관계 능력 또한 향상된다.
둘째, 업무의 질과 생산성이 향상된다. 직장에서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하여, 업무에 필요한 정보만을 선택하여 처리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자신과 다른 의견에 대해 통제하기보다는 자유롭게 발표하도록 한다면 조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경쟁력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참여하고 수행하기에 업무의 질도 높아지고 생산성도 높아지게 된다.
셋째, 개인의 삶이 자유롭고 편해질 수 있다. 대인관계 능력이 향상되면 업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갈등을 방지할 방법도 알고,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충분히 갈등을 해결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갈등에 대한 속성을 알고 해결할 능력도 있게 되면 갈등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갈등의 빛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갈등을 예방하고 긍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 금연을 결심하는 순간부터 금단 증상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을 이겨내지 못하면 금연은 실패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해오던 행동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용기와 인내 그리고 자신감이 필요하다. 이런 고통을 이겨내는 순간 갈등의 유용함을 맛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조직에서 갈등을 활용하거나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직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리더의 결단이 필요하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부모의 행동을 따라 하기에 부모는 아이의 롤모델이 되어야 하는 것처럼 조직의 리더는 조직원의 롤모델이어야 한다. 리더가 갈등을 건설적으로 활용하고 예방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조직원들 또한 리더의 모습을 보면서 성장하게 된다. 이런 조직원들의 노력은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