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로 인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4일 연속 근무라 피곤이 누적된 데다 새벽 4시 반부터 1시간마다 깨면서 몸이 너무 무겁다. 오늘 긴장하지 못해 사고라도 날까 걱정된다.
아침에 출근해 근무를 시작하면서 A와 B가 고객과 충돌을 일으켰다. 고객이 입구 쪽에 주차를 했는데 멀리서 본 바로는 A가 고객에게 그렇게 주차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A와 고객이 말하는 동안 B까지 합세해 고객에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차하라고 요구했고, 고객은 화가 난 듯 A와 B가 원하는 장소에 원하는 대로 주차를 했다.
점심을 먹고 3시에 근무를 시작했는데 오전에 주차 문제로 충돌을 일으킨 고객이 백화점에 클레임을 걸었다고 했다. 백화점 관리자와 부실장 그리고 파트장까지 모여 원인을 파악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동료 C는 고객이 차를 댄다고 하면 그냥 대라고 하면 되지 괜히 오지랖을 떨어 저런 문제를 일으킨다고 A와 B를 비난했다.
C와 대화를 하면서 조직에서 편이 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C는 며칠 전에도 필자에게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말고 소신껏 일하라고 말한 사람이다. 며칠 일하면서 경험하니 다른 사람의 말을 따르기 시작하면 일은커녕 아무것도 못 하고 제자리를 맴돌아야 할 정도로 요구 사항이 달랐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과 의견이 같은 사람과 한편이 될 수밖에 없고 이것이 편짜기의 형태로 나타나면서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편 D는 발레 기사 중 최고령이다. D는 필자에게 별다른 요구 사항이 없었다. 편하고 안전하게 일하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끔 함께 있는 시간에는 개인 신상에 관해 묻는 정도였다. 이런 직업에서는 이런 정도의 대화가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점심을 먹으러 가던 중 B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났다. B에게 힘들었겠다고 말하니 불만을 제기한 고객도 고객이지만, 자신 편을 들어주지 않는 관리자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더 컸다고 말했다. B는 관리자가 고객이 실수했을 가능성은 생각도 하지 않고 무조건 문제의 원인을 기사 탓으로 돌린다고 생각해 관리자의 태도에 서운함을 느끼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회사에서 하라고 지시한 일 이외에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기사들의 마음을 머리가 아니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B는 회사가 자기를 해고해 주기를 바란다고 한다. 해고당하면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이에 대한 연장선으로 C에게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에서는 어떻게 처리하냐고 물었다. C는 경위서를 받고, 경위서 3번이면 해고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이 줄어도 별다른 조치 없이 직원이 더 열심히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며칠 전 휴게실에서 주차유도원이 “이런 개념 없는 회사는 처음이다. 관리자가 너무 무능하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서 유명 L 백화점에서는 직원 관리를 못해 담당자(아르바이트 혹은 계약 직원)가 그만두면 하청 회사에 비용을 지급할 때 그 인원에 해당하는 임금을 삭감한 채 지급하기 때문에 관리자들이 무능하면 관리자를 해고하지, 직원이 그만두는 일은 없다.”라고 말했다. C의 말을 들으면서 주차유도원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저녁 7시 30분쯤 출차 장소에 대해 B와 약간의 의견충돌이 있었다. 필자에게 OJT 선배 격인 E가 알려준 위치에 차를 주차했더니 거기에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업무를 시작한 다음 처음으로 ”사람마다 말하는 위치가 달라 힘들다. 나에게 기존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을 말해달라.”라고 짜증을 냈다. 필자의 이런 모습을 본 A가 자기에게 말하라고 했는데 더는 말하기도 귀찮기도 하고, 말을 하더라도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무시하고 근무만 열심히 섰다.
A도 필자에 대한 통제가 심하다. E는 주차하는 순서를 주차를 4대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먼저 기둥 양 끝에 바싹 붙여 세우고, 가운데 2대를 차례로 채우면 된다고 말했지만, A는 기둥 안쪽, 그 옆, 다른 쪽 기둥 그리고 가운데로 세우라고 한다. 도대체 이 두 가지 방법을 차이가 뭘까? 또한, 가까운 빈자리를 두고 조금만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하면 왜 그렇게 하느냐고 난리다. 자신보다 힘든 건 멀리 떨어진 곳에 세우는 필자인데 왜 이렇게 자기 뜻대로 주차하라고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성향 때문에 B를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이 입에서 A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닌 것으로 자기네가 원하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이 따라주기를 바라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오전에 일으킨 문제도 아마 이런 성향 때문으로 추정된다.
필자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한 E는 오늘 휴무였다. 출차를 위해 차가 서야 하는 위치도 B와 D는 달랐다.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은데 E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항상 “나 같은 경우는….”이란 수식어를 사용했는데, 아마도 사람들의 생각이 달랐기 때문에 자기 의견을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서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리라.
이런 상황이 발행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하니 매뉴얼의 부재이다. 며칠 전 ‘마감 책임자’로 임명되었다. 그러면 관리자라는 사람이 마감하는 이유가 뭐고 방법은 어떻게 하는 건지를 알려주어야 하는데 이것도 동료가 알려주었다. 방법이 복잡한 것이 아니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발레파킹 기사 사례만이 아니라 주차유도원이 일을 시작하더라도 동료로부터 배우게 하고 있다.
이렇게 업무가 이어지기 때문에 발레파킹 기사도 사람마다 방법이 다르다. 지난주 만난 백화점 CS 리더도 손님을 맞이하고 환송하는 방법에 표준화된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발레 기사가 편한 대로 해도 된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재량을 주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직원끼리 갈등의 요소도 될 수 있다.
신입 직원의 교육을 기존 직원에게 맡겼을 때 신입의 정착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입사원에게는 기존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을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직원마다 다른 요구를 신입사원에게 할 것이고, 그러면 신입은 적응하기도 전에 퇴사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