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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9시간전

감정노동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체험하다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그제 저녁보다 30분 일찍 잠들었는데 어제보다 30분 정도 일찍 일어났다. 침대에서 1시간을 더 자겠다고 눈을 감았지만, 몇 분씩 선잠을 자게 되면서 극기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일찍 일어났다.     

몸 상태는 허벅지 근육이 약간 뭉쳐있는 느낌이다. 필자를 많이 배려해 주고 업무를 가르쳐주는 동료 A가 오늘과 내일 휴무이다. A가 첫날부터 필자에게 지적도 많이 했지만, 결과적으로 필자를 보호하려는 조치였다는 걸 알고 있다. A는 그곳에서 제일 오래 근무한 사람이라 다양한 사건들을 경험했기에 이에 대한 대비 방법을 필자에게 알려준 것이다.     


오늘은 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다.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집을 나섰다. 사무실에 일찍 도착해 근무 시작을 기다리는 것이 뭔가 손해를 보는 듯한 생각이 든다. 과거 출근 시간에 맞춰 출근하는 직원들의 심정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실제로 경험하고 나니 그 마음이 이해된다.     


오늘 하루는 어제보다는 덜 피곤한 것 같다. 어제보다 일은 더 많았는데 느낌상 덜 피곤한 것은 어제까지 업무 범위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운전을 덜 하려는 목적에서 에너지의 일정 부분을 운전을 회피하는 데 사용했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기존 직원들과 거의 비슷하게 업무를 진행했다. 이렇게 하니 마음도 편하고 다른 사람의 눈치도 보지 않아도 되었다.     


퇴근 무렵에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기존 직원들이 발 편한 운동화를 신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이것과 관련해 4시쯤 쉬려고 휴게실에 들어가니 며칠 전 커피로 인해 문제가 생겼던 직원이 발이 아프다고 했다. 다른 사람에게 신발이 편해야 한다고 강조하자마자 필자의 발가락이 아프기 시작한 것을 보니 말과 행동이 다른 데서 오는 벌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갑을 끼고 운전하는 것이 왜 위험한지를 알게 되었다. 회사에서 돌기가 있는 작업용 장갑을 나눠주었지만, 핸들을 돌리면 미끄러운 것을 느끼게 된다. 장갑을 낀 채 운전하다 돌발 상황에서 핸들 조작을 못 해 큰 사고를 낸 운전기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아직도 근무하면서 스스로 잘못된 착각을 하고 있다. ‘난 너와 달라. 난 돈을 벌기 위해 여기 온 사람이 아니야. 난 책도 쓴 사람이야. 난 박사야.’와 같은 말로 일하는 목적에 대해 다른 사람과 선을 긋는 생각을 자주 한다. 지금 이 생각을 정리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는 자체에 대해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을 앞둔 시간 같은 층에서 근무하는 여직원에게 고객으로부터 불만을 들은 일이 있냐고 물었다.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어버이날 출차 순서로 인해 약간의 문제가 되었던 사례를 경험했다고 한다. 가족이 외식하고 출차를 요청했는데 담당 직원이 그 고객의 키를 발레직원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두었고, 이로 인해 그 고객보다 늦게 온 고객들이 먼저 출발하는 것 때문에 항의를 들은 사례가 있다고 했다.    

 

감정노동자에게는 심리 자원이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 느낀다. 신체와 감정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무조건 근무 잘하라’라고 말하기보다는 ‘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 다음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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