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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Nov 29. 2024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

오늘은 백화점 주차장이 한가한 월요일이다. 일요일 저녁 sns를 검색해 외국 브랜드 자동차의 시동 거는 방법과 변속 방법에 관한 동영상을 시청했다. 앞으로 담당할 출차 업무에서 예상되는 애로사항은 낯선 외제 차를 운전해야 할 때 시동을 걸거나 변속을 하지 못할 때라고 생각해 미리 예습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차종 모두에 대한 자료는 찾을 수 없어 시간이 될 때마다 동료들에게 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나이가 가장 많은 동료 A로부터 출차 업무를 하라는 압박이 있었다. 출차 업무란 고객이 원하면 발레 기사가 주차장에서 고객의 차를 운전해 고객에게 인계하는 업무이다. 출차를 위해서는 차가 세워져 있는 곳까지 비교적 먼 거리를 걸어야 해 피곤하다. A는 몸이 힘드니 필자가 출차 업무를 빨리 담당해 자기 부담을 줄여주기를 바라는 목적으로 필자에게 노골적으로 출차 업무를 담당하라고 요구했다. 이 사람과는 달리 젊은 B는 자기는 초보자인 필자가 하고 있는 역할만 1~2달 정도 하면서 업무에 익숙해진 다음 출차를 시작했으니 다른 사람의 말에 동요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필자도 A에게 사무실에서 정식으로 출차해도 된다는 승낙이 없었기 때문에 못 하겠다고 말했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어려운 이유는 업무를 처음 시작한 사람도 10년 차 베테랑과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은 자신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면 서비스 제공자가 신입이라고 하더라도 회사에 불만을 표출하게 된다. 이럴 때 ‘신입사원이라 제공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이해해 달라’라고 고객에게 양해를 구할 때 ‘그럼 나를 무시해 신입사원을 배정했느냐?’라고 항의하는 고객도 있기 때문에 모든 고객에게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회사로서는 신입 직원의 업무 수준을 가능한 한 빨리 높여야 하는 부담이 있을 수 있다.     


고객에게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회사로서는 신입 직원의 업무 능력이 빨리 향상되기를 원한다. 회사로서는 당연한 요구겠지만 새로 업무를 시작하는 직원으로서는 회사의 이런 요구를 들으면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심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근무 3일째가 되면서 고객을 응대하는 방법에 요령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객이 차를 세웠어도 다음 차가 들어오면 운전자에게 번호표를 먼저 주고, 차키를 받은 다음 먼저 주차한 차의 고객을 맞이하는 등 고객을 맞이하는 시야가 조금 넓어졌고 요령도 늘었다. 하지만 공기 질도 나쁜 환경에서 온종일 고객을 향해 반갑다고 인사를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발레 파킹을 하는 차가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마음보다 커지고 있다.      


주차장에 들어오는 차량수가 적으니 다리와 허리가 아프다는 것을 느끼고, 시간을 확인하는 빈도가 늘었다. 또한, 휴식 시간과 휴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심심하면 딴생각이 든다는 사실을 몸소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제삼자의 입장과 직접 당사자가 되었을 때의 견해 차이는 컸다. 언론 등에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직원들이 시간을 따진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렇게 야박하게 하면 조직원의 자격이 부족하다’라고 강의나 주변 사람에게 말했지만, 실제로 근무 시간과 휴식 시간을 철저히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되자 다른 사람 못지않게 따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확실히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발레 기사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는 기준이 없다. 회사에서는 될 수 있으면 고객의 요청을 모두 들어주라고 한다. 이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고객마다 다른 요구를 들어주어야 했다. 이렇게 되면 고객을 처음 맞이한 발레 기사가 그 고객을 끝까지 전담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만약 고객이 원할 때 그 고객을 맞이한 기사가 휴식 시간이라면 다른 직원이 그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업무 절차를 표준화하고, 제공 서비스를 늘리는 대신 모든 직원이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조금 여유가 있어 일하는 동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 있었다. 2일째 만난 젊은 친구에게 목표가 뭐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망설였다. 한참 지난 다음 인생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 선뜻 대답할 수 없었다는 말을 들었다. 아마도 이 친구도 말은 하지 않지만 자기 나름대로는 치열한 고민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월요일 직원들이 여유로운 이유가 있다. 흔히 말하는 관리자 중 다수가 월요일에 쉬는 것 같다. 손님도 상대적으로 적고, 관리자도 없으니 직원들이 나태할 수도 있지만 나름대로 규칙을 정하고 다른 동료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이런 직원들을 보면서 평소 필자의 생활 태도를 돌아보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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