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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환규 Dec 06. 2024

감정노동의 어려움을 경험하다

아침부터 마음이 편하지 않다. 앞으로 휴일 없이 4일 연속 근무해야 한다니 조금 걱정이 된다. 지금 신체 부위 중에서 종아리 근육이 조금 뭉쳐있는 것 같다. 어젯밤 종아리 근육 경련으로 잠에서 깨어나 한참 고생했다.      

이 글을 쓰면서 서비스 직원의 급여 체계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며칠 전에 동료에게 장기근속했을 때의 이점을 물어본 적이 있다. 이때 1년에 10만 원씩 오른다는 말을 들었다. 이 일을 한 달 정도 하면 1년 근무한 사람과 비슷한 수준의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며칠 만에 베테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회사에서의 장기근속자에 대한 우대보다는 서비스 능력에 따른 보상이 더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떤 여자 고객이 필자에게 다가와 “주차장 관리자와 대화하고 싶은데 관리자는 어디 있느냐?”라고 물었다. 필자가 “저한테 말씀해 주시면 전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더니 자기는 반드시 관리자와 대화하고 싶다고 말하길래 10m 정도 떨어진 발레파킹 데스크에 가서 말하라고 했다. 얼마 되지 않아 부매니저가 나타났고 둘이서 한참 동안 대화를 하면서 필자 근처로 다가왔다. 필자를 지나가는 순간 들려온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며칠 전에 있었던 사고와 관련된 것이었다.      


조금 전 필자에게 관리자를 찾았던 여자 고객이 사고를 당한 차주였다. 고객의 주된 관심사는 도대체 어떻게 운전 혹은 주차했기에 자기 차에 피해를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 사건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필자가 설명할까 고민하다 괜히 긁어 부스럼이 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고객의 집착도 대단하지만, 그런 고객을 감정 동요도 없이 30분 정도 달래는 부매니저도 엄청난 인내력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사람은 고객센터의 고객 불만 처리 담당자를 하더라도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첫날부터 계속된 필자의 역할이 오늘도 화제가 되었다. 필자와 같은 조에는 세 사람이 있는데 나이로는 C가 가장 연장자, D와 필자 순이고 근무 경력으로는 D, C 그리고 필자의 순이다. 첫날부터 D는 필자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려고 노력했다. C는 자기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빨리 출차 업무를 시작하기를 바랐고 D는 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행동할 것을 제안했다. 드디어 오후에 D는 출차 프로세스를 가르쳐주겠다고 말하면서 출차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시범을 보인 다음 실제로 키를 넘겨주었다. 키를 넘겨받고 떨리는 마음으로 몰아본 경험이 없는 고급외제차를 몰고 출자 장소에 도착해 고객에게 넘겼다. 일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나니 지나치게 긴장했기 때문인지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오늘 아침 갑자기 마감 책임자로 임명을 받았다. 마감이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8시까지만 vip 주차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그 시간 이후로는 주차장 운영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입구에서 주차 안내를 담당하는 동료 여직원은 7시 55분까지만 그 자리를 지키고, 나머지 5분 동안은 필자와 같은 발레파킹 기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D는 필자에게 고객에게 인사하는 방법과 수신호를 알려주었다.      


D로부터 교육을 받자마자 필자가 고객을 맞이했고, 필자의 인사 모습을 보던 C는 동작을 크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신호하는 동작이 작으면 성의가 없어 보인다고 고객이 클레임을 제기하기 때문에 수신호를 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자주 주의를 듣는 원인이라고 C가 말했다. 그러면서 C는 “백화점을 찾는 고객 중에는 갑질을 목적으로 오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것처럼 속으로는 욕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웃고, 고객이 원하는 큰 동작으로 수신호 하는 게 마음 편하다.”라고 말했다. 진상 고객의 사례를 들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면 본인의 정신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진상 부리는 고객의 심리 상태가 궁금했다.     


점심을 먹고 휴게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2일 차 근무인 동료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쉬고 싶었지만, 옆에서 계속 말을 걸어 내색하지 않고 대화 상대가 되어 주었다. 그 사람이 말하는 요지는 “자기는 여러 직업을 경험했다. 근무하면서 위험하거나 힘든 직업 대신 쉬운 직업을 찾다 보니 40대에 접어든 지금 장래가 어둡다.”라는 말을 했다. 오늘까지 두 번 대화했는데 대화할 때마다 본인의 미래에 대해 굉장히 답답해하는 것 같았다. 차분하게 미래를 준비하라고 말은 했지만, 지금까지 했던 패턴이나 이 일을 하면서 투덜거리는 모습을 볼 때 원하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사람은 자기가 여기 온 것은 서울 송파구에 있는 복합쇼핑몰에서 일할 때 부매니저를 만났다. 부매니저가 오라고 해 오긴 했는데 이 일이 장래성이 없는 것 같아 고민이라고 말하면서 고객의 심한 항의가 두렵다고 말했다. 그래서 직접 경험한 사례가 어떤 것이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없고 다른 사람이 그런 여러 경험을 했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심한 일을 누구만큼 경험했다. 하지만 자기가 겪지 않은 일을 직접 경험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과잉 일반화’는 위험하다”라고 말하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했다. 필자도 휴식이 필요했기에 일부러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 직원은 외롭고 힘들어 대화 상대가 필요한 것 같았다.  

    

오늘은 예상보다 훨씬 몸이 가벼워졌다. 아마도 조금씩 몸이 적응해 가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피하고 싶었던 외제 차 운전을 하면서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어 마음도 어제저녁보다 훨씬 가볍다. 오늘 글을 쓴 내용이 적지 않은데 차분하게 정리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오늘 하루 충실하게 보냈다는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가 대견하다.     


출차를 담당하면서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3일 반 동안 근무시간 동안 한 번도 앉은 적이 없었는데 출차를 하면서 잠깐씩 의자에서 휴식을 취했다. 의자에 앉기 시작하니 일어나기 싫었다. 이런 유혹을 물리치면서 자기 일에 충실한 동료들이 존경스럽다.     


사실 감정노동자에게 휴식은 서비스의 질과 연결이 된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어 피곤한 상태에서 미소를 짓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휴식 없이 일하는 동안 이직자가 늘면서 백화점에서 이유를 파악했고, 그 결과 간이 의자를 배치해 둔 것이었다. 이렇게라도 배려해 주는 것에 직원으로서 감사한다. 

    

첫날부터 선배들이 강조한 것은 ‘최소한의 서비스 제공’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직원의 자기 방어 측면이 강하다. 예를 들어 주차가 서툰 고객에게 수신호 등을 통해 주차를 돕다 사고가 나면 고객은 직원 탓을 하면서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예도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설명한 것처럼 사고가 나면 3일 일당이 없어지기 때문에 직원들로서는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고객을 도와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고객을 맞이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차 문이 열리고 고객이 차에서 완전히 나오기 전까지 고객을 쳐다보지 말 것을 요구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몇 년 전 사건 때문이다. 아마도 그런 상황이 발생한 장소는 이곳이 아닌 다른 곳 같은데 발레 기사가 고객 차의 문을 열면서 고객을 쳐다봤는데 그날따라 그 고객이 짧은 치마를 입어 속옷이 보였고, 고객은 발레기사가 성희롱했다고 항의하는 소동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건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고객이 문을 열고 완전히 차밖으로 나오기 전까지 고객을 외면하는 것을 매뉴얼로 정하고 있다. 극단적인 사례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고객에게도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은 현장 직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서비스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회사가 직원을 보호하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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