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떤 마음을 담아 새해 인사를 하는가?

by 최환규

예전에는 해가 바뀔 때마다 지인이나 고객에게 보낼 연하장이나 카드를 고르는 것이 일이었다.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카드와 연하장이 서점과 문방구 등에 가득 찼고, 받는 사람에게 적합한 카드를 고르느라 많은 공을 들였다. 연하장이나 카드에 인사말을 정성껏 적고 우편으로 보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수고가 필요하였기 때문에 보낼 사람을 엄선했고, 내용도 정성 들여 적었다.

정성을 들이지 않은 연하장이나 카드는 받는 사람에게 성가신 물건이다. 우체국에서는 연하장을 쓰고 보내는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주기 위해 대신해 인쇄된 인사말에 주소만 적으면 바로 보낼 수 있는 엽서를 팔기도 했다. 비즈니스 상대에 대해서는 인쇄된 인사말에 서명만 하거나 그 시간도 아깝다고 여기면 연하장이나 카드에 보내는 사람의 이름과 서명을 넣어 인쇄하기도 했다. 가끔 이런 연하장을 받으면 ‘이런 연하장을 왜 보낼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회사로서는 고객에게 보내는 연하장이나 카드를 고객에게 보이는 관심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고객은 이런 연하장을 쓰레기로 취급해 바로 쓰레기통에 버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종이 연하장 대신 전자연하장이 대세가 되었다. 전자연하장을 보내는 사람은 받은 사람이 자신을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 될 수 있으면 받은 사람의 기억에 오래 남을 전자연하장을 사거나 만들어 보내고 싶다. 이런 사람을 위해 전자연하장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기업이 생겨났다. 종이 연하장처럼 전문업체에서 만든 전자연하장과 일반인이 만든 전자연하장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문업체에서 만든 전자연하장은 일반인이 만든 전자연하장보다 디자인과 문구가 세련되고 지적인 경우가 많다. 전문업체에서 만든 전자연하장을 사기 위해서는 돈을 써야 하고, 세련된 전자연하장을 직접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이나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이처럼 전자연하장에는 어떤 형태로든 보내는 사람의 돈, 시간이나 노력이 들어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멋진 전자연하장을 보내려는 사람이 있다. 예전에 종이 연하장이나 카드를 보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받는 사람의 이름과 주소를 적어야 했지만, 전자연하장은 보내는 데 별다른 수고가 필요 없다. 전자연하장에 ‘○○○님께’라는 글을 넣으면 보내는 사람 수만큼 전자연하장을 다르게 만들어야 하므로 이런 노력조차 귀찮아하는 사람도 있다.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 대상이 직장 상사나 동료와 같은 비즈니스 관계라면 받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려는 노력보다는 ‘나도 보냈다는 생색내기’에 목적이 있다면 전자연하장에 정성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이 보낸 전자연하장을 복사해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전자연하장 재활용이다.


논어에 ‘자신이 바라지 않는 일은 남에게 행하지 말라’라는 문장이 있다. 이 문장은 살아가면서 가족뿐 아니라 관계를 맺어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지인으로부터 선물을 받으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받은 선물을 풀 것이다. 하지만 그 선물이 다른 사람을 위해 산 물건이라는 것을 알면 감동은 사라지고 서운한 마음과 함께 심한 경우 화가 나기도 할 것이다. 이런 마음은 선물을 주는 사람이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운함은 더욱 커진다. 전자연하장도 마찬가지이다. 전자연하장을 받는 사람이 메시지를 확인할 때 그 메시지에 아무런 정성이 담기지 않은, 말 그대로 형식적인 인사말을 읽게 되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상대방에게 받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자신도 그런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상사나 동료 혹은 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고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못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도움을 받자마자 감사의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시간이 흘렀다면 인사를 하기가 더 그럴 것이다. 명절 인사는 평소 서먹했던 상사나 동료에게 자신의 진심을 털어놓을 적절한 기회일 수 있다. 명절에 보내는 전자연하장은 자신의 마음을 담아 보낼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의 하나다. 전자연하장을 통해 이번 설을 그동안 마음속으로만 간직했던 감사의 인사를 아낌없이 전하는 기회로 만들자.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라는 의미로 지나칠 정도의 인사말도 받는 사람에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가장 적합한 인사말은 형식적인 인사가 아니라 ‘상대방이 자신에게 준 도움’ 혹은 ‘평소 상대방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 등을 차분하게 적으면 된다. 글을 적기 위해서 먼저 받는 사람을 떠올려보자. 처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정리될 것이다. 이런 기억 중 하나를 정리해 보낸다면 받는 사람도 감동할 것이다.

같은 직장에 다닌다고 신뢰 관계가 저절로 형성되지는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관심을 얻기 위해 했던 노력을 떠올려보자. 아마도 친밀한 관계는 더 큰 노력의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번 명절을 맞이해 평소 마음이 쓰였던 상사나 동료에게 마음이 담긴 메시지를 보낸다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keyword
이전 15화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