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직장인이 회식을 싫어하는 이유는?

by 최환규

집을 산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친구들을 초대하면서 약속이 있거나 가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집들이에 오지 않으면 내 얼굴 볼 생각을 하지 말아라.”라고 권유 반 협박 반으로 친구들을 초대하였다. 초대한 다음에도 친구들에게 관심을 보이기보다는 자기 자랑하면서 모임을 끝냈다.


이 친구가 또다시 아들 돌잔치에 친구들을 초대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마도 이 친구의 경제력 혹은 권력에 따라 반응은 달라질 것이다. 이 친구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친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참석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는 당연히 참석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과 비슷한 예가 직장인의 회식이다. 얼마 전 ‘“종일 상사 눈치…. 미칠 것 같아” MZ 직장인 대면 근무 스트레스’라는 제목의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직장인은 상사 기분이 안 좋으면 온종일 긴장하고 비위를 맞춰야 하니 스트레스가 크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인은 빠지고 싶어도 암묵적으로 필수라는 분위기 때문에 억지로 가야 하는 회식이 힘들다고 한다. 필자도 첫 직장에서 가장 힘든 것이 회식이었다.

이론적으로 회식은 조직원에게 도움이 되는 장치이다. 회사 경비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업무를 떠나 동료들과 편안하게 대화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데 싫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를 비롯한 많은 직장인이 회식을 꺼리는 이유는 아마도 ‘상사’ 때문일 것이다.


회식에서 많은 상사가 실수하는 이유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집들이에 초대한 친구처럼 자기 자랑만 늘어놓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을 질책하는 시간이 된다면 그 자리가 편안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근무 시간이야 상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억지로라도 자리를 지키고 상사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시간이지만, 퇴근 후의 시간은 자신의 시간이지 ‘상사의 시간은 절대 아니다.’ 이런 이유로 회식 시간도 조직원이 주인공이 되는 시간이어야 한다.


상사가 부하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쉬운 방법의 하나는 상사가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상사가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부하를 아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만약 상사가 자기 말만 하고 부하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회식 시간 동안 상사는 부하에 관한 정보를 얻지 못한다. 이와 달리 부하의 말을 잘 듣는다면 평소 보지 못했던 부하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고, 상사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상사가 듣는 사람이 되면 상사와 조직원 모두가 스트레스나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주 평화로운 시간이 될 수 있다.


상사가 부하의 말을 경청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어떤 회사든 고객을 만날 때마다 고객의 말을 잘 들으라고 한다. 이를 위해 상사가 경청의 모범을 보인다면 부하는 자연스럽게 경청의 효과를 이해하고, 고객을 만날 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사는 특히 같이 식사할 때 주의해야 한다. 회의 시간이라면 상사가 조금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부하는 상사의 지시를 따라야 하지만, 식사 시간이라면 상사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상사는 부하의 개인 시간까지 빼앗을 권리는 없기 때문에 상사가 부하와 함께 식사할 때는 상사와 부하라는 계급장을 떼고 평등한 마음으로 대화를 해야 한다. 이것이 불편하다면 부하와의 식사를 포기하는 것이 회사를 위한 선택일 수 있다.


음식이 영양분이 되기 위해서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먹을 필요가 있다. 잔소리를 들으면서 먹는 식사는 영양분이 되기는커녕 먹지 않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먹을 때는 개도 건드리지 않는다’라는 속담처럼 식사 자리에서의 잔소리는 회의 시간에 하는 잔소리와 차원이 다르다. 따라서 공과 사를 구별하라는 말처럼 회식 자리는 수직 관계가 아니라 수평 관계가 되면서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편안한 자리로 만들 필요가 있다.


퇴근 후 함께하는 시간은 소중한 시간이다. 이 시간 만이라도 업무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고, 편하고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면 어떨까? 아마도 이런 기사의 내용을 읽으면서 억울해하는 상사도 많을 것이다.


‘밥 먹을 때는 개도 건들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식사를 할 때 마음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밥 먹을 때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 소화도 되지 않고, 같은 소리를 듣더라도 다른 때보다 스트레스를 받는 강도가 훨씬 높아지는 것이다.


직장인은 근무 시간 중에 점심을 먹는다.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하나는 오전 근무를 정리하는 시간이고 다른 하나는 오후 근무를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 시간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직장인은 점심을 마음 편하게 먹으려고 자신과 친한 사람과 함께 하기를 원한다. 퇴근 후 동료끼리 하는 회식도 하루를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마음 맞는 사람끼리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직장인 대부분의 희망 사항일 것이다.


부하가 상사를 꺼리는 데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다. 필자도 가끔 식당에서 직장인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이때 조직원을 격려하면서 조직원을 주인공으로 만들면서 자신은 조연이 되는 상사도 있지만,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상사가 더 많은 것 같다. 식당에서 주인공인 상사가 누군지 금방 알 수 있다. 가운데 앉거나 말이 가장 많은 사람이 상사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keyword
이전 21화동료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