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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동료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by 최환규

직장 주변 식당에서 가장 흔히 듣는 말은 ‘상사 뒷담화’이다. 식당에서 옆자리 직장인의 하소연을 들을 때면 ‘상사들이 소통 능력을 조금만 더 향상하면 부서원들이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될 텐데….’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오래된 에피소드가 있다. 회사에서 부서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을 주었고, 이에 대한 사용 권한은 전적으로 부서장에게 있었다. 필자가 속한 부서는 저녁 식사를 하는 것으로 정했고, 옆 부서에서는 1박 2일 일정으로 안면도로 가기로 정했다.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식당 예약이 가능하지 않던 때라 옆 부서 부서장은 막내 과장을 미리 안면도로 보내 식당에서 꽃게찜을 먹을 수 있도록 예약하라고 지시했다. 그 과장은 식당을 예약했다고 부서장에게 보고하자 부서장이 과장에게 “예약을 암게로 했어, 수게로 했어?”라고 물었다. 필자는 ‘당연히 암게로 했겠지. 저걸 왜 묻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부서장이 큰 소리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 “가을에 누구 암게를 먹냐? 과장이라면서 그것도 몰라?”라고 지금이라면 문제가 될 정도의 강도로 화를 내는 것이었다. 당연히 필자도 몰랐기 때문에 주변에 있던 후배들에게 “넌 알았나?”라고 물었더니 전부 몰랐다고 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회사 업무와 관계없는 지식 부족을 가지고 저렇게 심하게 욕을 해도 되나 싶었다.


아마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상사로부터 상처를 받는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직장이라는 조직이 상사는 지시하고, 부하는 따르는 위계질서가 없으면 조직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조직에서는 상사에게 일부 권한을 위임해 조직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의 부서장은 회사에서 받는 권한 밖의 일로 후배에게 엄청난 모욕을 가한 것이다. 부서장은 후배를 야단침으로써 후배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자신의 민낯을 보이게 되었다.


앞에서 든 사례에서 부서장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다. 안면도로 가는 목적이 업무의 연장이 아니라 친목을 위함이다. 그런데 암게를 먹든 수게를 먹든 맛에서 조금 차이가 날 뿐이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소한 문제이다. 만약 상사가 암게와 수게가 엄청난 맛의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막내 과장에게 미리 수게로 예약하라고 알려주었어야 한다. 업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가르쳐주지도 않은 걸 가지고 부하에게 욕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행동이다.


상사가 한 또 다른 실수는 수습 대신 화를 냈다는 것이다. 암게를 요리하기 며칠 전이라 수게로 예약을 변경할 수 있었음에도 욕부터 한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이럴 때 화를 내는 대신 차분하게 암게와 수게의 맛의 차이를 알려주면서 예약을 변경하라고 말했다면 후배에게도 훌륭한 역할 모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지만,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고생한 부하에게 칭찬 대신 욕을 함으로써 후배에게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안겨준 것이다.

말은 듣는 사람에게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부모나 상사처럼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사람한테서 듣는 말은 더욱더 그렇다. 예를 들어, “수고했다”라는 말을 동네 지인한테서 들었을 때와 상사로부터 들을 때 기분은 분명히 다르다. 동네 지인에게서 듣는 말은 마음속에 그다지 오래 남지 않지만, 상사로부터 수고했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속에서 뿌듯함과 보람 등을 느낄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상사로부터 질책을 들을 때는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이 회사에서는 더는 미래가 없겠다’라고 좌절할 수도 있다. 이처럼 직장이든 집이든 상대에게 말할 때는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한마디의 말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정도로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고객의 심한 욕설에 극단적 선택을 한 공무원이나 감정노동자의 사례처럼 말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퇴근 후 술집에서 동료에게 하소연하는 주요 대상은 ‘상사’ 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상사는 업무를 위해 부하에게 질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의 사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질책이라면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게 되면서 부하는 상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상사의 질책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대화는 서로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다.

상사는 부하의 역할 모델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커뮤니케이션 역량 향상과 함께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화가 난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런 상황이 예측되는 순간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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