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계획 오류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by 최환규

2년 전 스트레스 관련 책의 원고를 쓸 때의 일이다. 처음에는 ‘석 달 정도면 원고를 마무리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쓰기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자료 조사에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고, 초고 작성, 주변 사람들의 피드백 반영 그리고 최종 마무리 등에만 3개월 이상이 소요되면서 예상과 달리 원고를 쓰기 시작한 지 9개월 만에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과거에도 책을 출간할 때도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했음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직장에서도 수시로 일어난다. ‘이 보고서는 오전에 끝낼 수 있어!’, ‘새로운 프로젝트는 3개월이면 충분하지!’, ‘오늘 안에 다 끝내고 칼퇴해야지!’와 같은 예상이나 각오가 빗나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이런 상황을 ‘계획 오류’라고 한다.


조직에서는 불확실성과 변화가 일상화되어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조직의 리더와 직장인은 목표 달성과 성과 향상을 위해 치밀한 계획 수립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계산과 예측에 한계가 있고, 종종 ‘계획 오류(planning fallacy)’에 빠지기 쉽다.

계획 오류는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간, 비용, 노력 그리고 잠재적 위험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는 인지적 편향을 의미한다. 과거에 유사한 과제에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던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과제에 대해서는 ‘이번엔 다를 거야’라고 믿는다는 점에서 직장인이라면 반드시 피해야 하고, 피하고 싶은 오류이기도 하다.


계획 오류가 발생하는 이유


계획 오류가 발생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첫째, 사람은 본능적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하는 일은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실제보다 시간을 단축해 줄 것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확증 편향도 계획 오류의 원인이 된다. 확증 편향으로 인해 일단 계획을 세우면 ‘계획이 실현 가능하다고 믿게 만드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찾고, 계획에 반대되는 정보나 과거의 실패 경험은 무시하려는 경향으로 인해 장애물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일정대로 진행하지 못하게 만드는 또 다른 원인이 된다.


둘째, 잠재적 장애물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계획을 세울 때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이상적인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추기 쉽다. 다른 업무의 방해, 동료의 협조 지연, 기술적 결함, 개인적인 컨디션 난조 등과 같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 때로는 상사나 고객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혹은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계획을 제시하게 된다. 사회적 압력이나 인정 욕구 때문에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면 당장은 능력을 인정을 받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큰 부작용을 만들 수 있다.

계획 오류로 인한 부작용

계획 오류의 위험성과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이해하고 경계하는 것은 조직 전반의 건강과 성공에 결정적인 의미가 있다. 계획 오류로 인한 몇 가지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계획 오류는 조직의 자원 낭비를 초래한다. 리더가 목표 달성을 위해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계획을 세우면 실제 실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와 지연이 발생하게 된다. 이로 인해 예산 초과, 일정 지연, 인력 과부하 등이 빈번해지면서 조직 전체의 생산성과 효율성 저하로 이어진다. 직장인들 역시 과업 완료 시점을 과소평가함으로써 개인의 업무 스트레스와 번아웃 위험을 증가시키게 되면서 조직의 인적 자원 관리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둘째, 계획 오류는 조직 내 신뢰와 심리적 안전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리더가 현실적인 한계를 간과한 과도한 목표 설정은 구성원에게 과도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목표 달성이 지연되거나 실패할 경우 리더와 팀원 간 신뢰가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직장인은 자신이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자책하거나 무력감을 느끼며, 심리적 안전감이 저하되어 창의성과 자율성이 감소한다. 결국, 리더의 과도한 목표 설정은 조직 문화 전반에 부정적 파급 효과를 미치며, 장기적으로 조직원의 동기 부여와 몰입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셋째, 계획 오류는 변화 대응 능력을 떨어뜨린다. 비현실적인 계획에 집착하는 리더는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새로운 상황에 맞는 전략 수정이나 우선순위 재조정이 늦어진다. 이는 조직의 혁신과 적응성에 장애가 되어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설정한 비현실적인 계획에 얽매이면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효율적 의사결정이 어려워진다.


넷째, 계획 오류는 조직 내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일정과 자원 배분 문제로 인한 갈등, 성과에 대한 기대와 현실 간 괴리에서 오는 갈등 그리고 이를 둘러싼 의사소통 부재는 조직 내 긴장과 불신을 심화시킨다. 리더가 계획 오류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갈등 해소는 더욱 어려워지며, 이는 조직 건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계획 오류를 최소화하는 방법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계획 오류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영향을 최소화하고 보다 현실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략들이 있다.


첫째, 리더와 직장인은 현실적인 계획 수립에 노력해야 한다. 우선 과거 경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시간과 자원 추정의 정확도를 높여야 하며, 계획의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위험 관리 방안을 포함하는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눈앞의 과제만 보지 말고 과거에 유사한 과제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객관적인 데이터를 찾아보는 것이다. 자신이 한 일이든, 다른 사람이 한 일이든 관계없이 ‘이런 유형의 일은 보통 얼마나 걸리더라?’ 하고 질문하는 것이다. 과거에 유사한 자료를 조사했을 때 시간이 오래 걸렸는지, 어떤 팀원이 담당했을 때 어려움을 겪었는지 등을 찾아보는 것이다.


또한, 팀원들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현실적인 기대치를 공유하고, 도전 과제와 잠재적 장애 요인을 함께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이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고, 조직 전체의 동기 부여와 창의성 발휘로 이어진다.


둘째, 작업을 세분화하는 것이다. 큰 과제를 작은 단위의 하위 작업으로 쪼개는 것이다. 큰 덩어리의 시간을 예측하는 것보다 작은 단위의 작업에 필요한 시간을 예측하는 것이 훨씬 정확하기 때문이다. 각 세부 작업마다 발생할 수 있는 예외 상황도 함께 고려한다면 더욱 현실적인 계획이 될 수 있다.


셋째, 비관적 시나리오와 위험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다. 계획을 세울 때, ‘만약 ~하면 어떻게 되지?’라는 질문을 던지며 최악의 상황이나 예상치 못한 장애물을 적극적으로 생각해 본다. 그리고 위험 상황에 대비해 추가적인 시간이나 자원을 할당하는 비상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조직 문화 차원에서 계획 오류를 용인하되 이를 개선해 나가는 지속적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와 실수를 단순한 부정적 결과가 아닌 성장의 기회로 인식하는 태도가 조직 내 내재화되어야 하며, 리더가 솔선수범하여 투명한 평가와 피드백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조직 전체의 적응력과 협력 체계를 강화할 수 있다.




계획 오류는 조직원의 심리적 경향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다. 리더는 계획 오류 가능성을 인지하고 대비하기 위해 체계적인 전략을 통해 조직원들에게 비현실적인 계획을 강요하지 않고, 솔직한 보고를 장려하며, ‘실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는 것을 받아들여 실패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결국 ‘계획 오류’를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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