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와 다음 메인에 걸리고 보니
브런치 작가 석 달만에 브런치 스토리 메인에 글이 올라갔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
이제 막 12번째 발행한 글이었고, 여전히 나의 글은 작가가 썼다고 할 수 없는 그냥 끄적이는 수준이라 그저 놀라웠다.
이때 발동되는 의심병.
브런치에서 좀 더 찾아보니, 나처럼 작가가 된 지 얼마 안 된 분들 중에 비슷한 경우가 꽤 보였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 얼마 안돼서 브런치 메인에 글이 실린다던가 해서 조회수가 확 올라가는...
아하~ 이런 게 브런치 스토리팀의 마케팅이로구나.
신입 작가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고 열심히 글을 쓰게 만들어 계속 브런치에 묶어 두려는 계획.
그렇지 않고서야 아직 조회수도, 구독자도 별로 없는 내 글이 어떻게 브런치 메인에 걸릴 수가 있는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이놈의 의심병이자 직업병....
(마케팅을 오래 하다 보니, 어디서건 눈길을 끄는 캠페인이나 프로모션을 보면 마케팅팀이 궁금해지곤 했다. 에버랜드에 가서도 에버랜드 마케팅은 어떻게 일을 할까? 이런 게 궁금해지는...)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작가가 된 지 얼마 안돼서 메인에 걸린 분들의 글은 대부분 좋았다.
읽다 보니 구독하게 되고 점점 더 많은 글을 읽게 되었는데, 그런 분들의 글은 분명히 나와는 달랐다. 글이 읽기 편하게 흐르고 작가님들만의 매력이 있었다. 글을 쓰고 읽기만 했지, 내가 독자가 되는 구독은 별로 하지 않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구독을 클릭하고 있었다.
내가... 정말 그런 작가님들과 비슷한 걸까...?
나에게 내가 모르는 작가의 능력이 있었던 것일까.... 끙... 그럴 리가...
아들을 기숙학원에 보내고, 개운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우울하고 불편하게 주말을 보내고 출근한 월요일.
노트북을 켜고 브런치부터 확인하는데, 아니 주말에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예전에 써둔 글의 조회수가 8천을 넘어가고 있었다. SNS도 뉴스도 안 보고 핸드폰을 멀리한 주말 동안에 뭔 일이 생겼나 싶어 확인해 보니, 다음에서 유입자가 확 늘어나 있다.
계속 클릭 클릭 해서 들어가니, 다음의 어떤 메뉴의 인테리어란에 세탁실 선반 정리한 글이 떡하니 올라가 있다. 와... 진짜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브런치 스토리와 다음에 두 개의 글이 메인에 걸리다니, 정말 브런치 스토리 마케팅팀은 대단하구나.
어쨌거나 저쨌거나
브런치 작가 석 달 동안 14개의 글을 발행한 이후 누적 조회수는 1.3만 건을 넘었고, 구독자는 15명이 되었다.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상황에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고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제일 크지만, 역시나 아직도 브런치와 다음의 알고리즘이 너무 궁금하다.
나를 브런치로 이끈 건 요즘 '이혼문학'이라고 불리는 글들이었다.
커뮤니티에서 이혼과 관련된 온갖 글들을 읽으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과정을 지나가는지를 보던 중이었는데, 너무나 자극적인 내용과 댓글에 지쳐가는 중이었다. 이런 걸 볼게 아니라 좀 더 합리적이고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싶은 즈음에 우연히 브런치를 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도 써보기로 했다.
어디에서도 털어내지 못하는 내 상황을.
그리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도 써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살림에 관해, 나에게 항상 숙제를 남기는 아이들에 관해, 그리고 새롭게 준비하는 일에 대해.
어떤 글은 쓰고 나면 한없이 더 우울해지기도 했고, 어떤 글을 쓰고 나면 그다음을 생각하고 계획을 짤 수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작가님의 글을 보며 위안이 되기도 했고, SNS를 보는 횟수도 줄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 늘어가는 조회수를 보며 아이참... 좋구나... 싶기도 했다.
솔직히 내 글이 좋은 글이다 라고 자신있게 말하진 못하겠다.
그저 나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처럼 우울과 기쁨을 오가며 글을 쓴다.
글을 더 잘 쓰기 위해 어떻게 노력해야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많이 써볼 생각이다. 쓰다 보면 분명히 뭔가는 달라지거나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글 쓰는 실력이 아니라 내 마음도 내 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