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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여사 Aug 29. 2023

지금 이렇게 한가할 때가 아니다

회사 몰래 창업준비하기가 이렇게나 어렵다

한 동안 지지부진 했던 일들이 진도가 나가고 있다. 

나의 파트너는 아이들 방학을 맞아 캠프며 뒤치다꺼리에 바쁘기도 했고, 나도 아이들 방학과 더위에 이런저런 잡생각으로 살짝 느슨해진 것이다. 올해 안에는 반드시 론칭하고야 말리라 같이 다짐했고 그러자면 단계마다 해야 할 일들이 있었는데, 우리 둘 다 각자의 본업이 있고 아이들도 챙겨야 하니 어느 순간 살짝 놓치기 마련인 것이다. 


무엇보다, 돈이 들어갈 시기가 다가오니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 

큰 아이의 입시가 다가오는 시점이 되니 내가 사업자금으로 쓰려고 마련해 둔 작고 소중한 여윳돈이면 대학 등록금이나 필요한 여러 가지도 충분히 사주고 1~2년 걱정 안 해도 될 텐데, 성공할지 모르는 사업에 돈을 넣으려니 이대로 날리는 건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손톱만 했던 걱정은 혼자 생각하면 할수록 그 덩치를 키워 나중에는 지금이라도 멈춰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이미 지나도 한 참 지났다. 

제조사에서 만든 샘플은 성분을 확인해 보니, 초기에 요청했던 것과 많이 달라서 제대로 확인해보지 않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이미 디자인도 진행 중이고 표기되는 문안도 초기 기획 방향대로 작성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포뮬러가 휘청대다니,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영업사원은 내가 변경 요청했다는데, 난 그런 적이 없었고 내가 요청했던 건 다른 제품이었다. 하나하나 일일이 짚어서 확인하지 않으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뻔했다. 

이때 깨달은 점 하나. 

역시 규모 있는 회사와 거래하는 것이 좋다. 영업사원 관리는 물론 내부 업무 체계가 잘 되어 있어 고객의 요청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잘 되어 있다. 물론 그만큼 단가는 비싸다. 감수해야 한다. 


디자인도 챙겨야 한다. 

다행히 예전에 근무하던 회사에서 거래했던 디자인 업체에서 내일처럼 도와주고 계신다. 단, 그분 일이 아니라 내 일처럼 도와주시는 거라, 내 일이 밀리면 그분도 밀린다. 할 수 없다. 이럴 땐 내가 닦달해야 하는데, 도움을 받는 입장이라 닦달하기도 눈치 보인다. 결국 반차 휴가를 내서 직접 작업을 하러 작업실로 방문해서 남은 일정을 조율하고 디자인 작업을 마무리했다. 

휴... 일단 한숨 돌렸다. 


현지 파트너가 챙겨야 할 일들도 확인해 본다. 

나보다 훠얼씬 바쁜 분이라 내가 궁금한 것들을 마구 물어보며 닦달할 수가 없다. 대신, 조용히 무거운 숙제와 짐을 드릴 뿐. 그래도 나보다 많이 똑똑하고 이미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안심이 되고 든든하다. 오랜만에 줌을 열고 두 시간 가까이 수다와 업무 협의를 하고 보니 불안했던 마음이 한 결 놓인다. 시차 때문에 나는 낮시간이지만 그분은 이미 밤늦은 시각이라 너무 미안하지만, 내년에는 직접 출장으로 현지에 가서 미팅을 하리라 다짐하며 줌 미팅을 마무리한다. 




아침저녁으로 시원하고 선선한 바람이 부니 정신이 번쩍 드는가 보다. 

여름 내 늘어진 거 챙기고 일정 밀리지 않게 조율하고 빠지는 일 없이 챙기려면 꼼짝없이 퇴근 후 밤시간이나 주말시간을 써야 한다. 

내가 한국에서 할 일은 이제 끝점을 정했다. 여러 가지가 파트에서 진행되다가 생산과 출고라는 한 점을 향해 모아진다. 그러다 보니 막바지에 일이 몰리고 분주해진다. 당연한 일인데, 회사 인간이 진행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눈치껏 해야 하는데, 전화 통화를 하거나 줌 미팅을 하기 위해서는 자꾸 자리를 비우게 되니 사실 쉽지 않다. 


어쨌거나 애쓰고 있다. 

주변에 소문도 많이 나서 이젠 뭐 되돌릴 수도 없다. 

9월까진 바쁘게 지내야 한다.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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