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체여사 Jul 25. 2023

개인사업자등록이 나왔다

회사에는 비밀입니다

나는 회사를 다니며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 있는 오랜 지인과 함께 올해 하반기 미국에서 판매할 제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현재 직장과 같은 업종이라서 퇴사하고 준비에 몰입하기보다는 힘들더라도 현역을 유지하며 하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하다. 

즉, 회사에는 티 내지 않고 조용히 창업과 퇴사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템을 정하고 준비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고 나니 비용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이 되었다. 우리는 국내에서 제조하기 때문에 여러 업체들에 사전에 결제해줘야 하는 비용을 원화로 하는 것이 편리하고 유리하다. 때문에 파트너가 갖고 있는 미국 사업자가 아니라 한국 사업자 등록이 필요했다. 그리고, 누구의 명의로 사업자 등록을 해야 되는지도 헷갈렸다. 미국이 본점이고 한국이 분점으로 해야 할지, 각자 법인으로 해야 할지 등등 평생 회사만 다녔지 뭘 내 손으로 직접 해본 적이 없으니 이럴 땐 그냥 신입직원만도 못한 형국이다.




회사만 다닌 사업 초짜는 참 무지하다. 

결국 한국에서 사업자를 내기로 했는데, 내가 동종 업계의 직장을 다니고 있다 보니, 내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하면 혹시라도 회사에 노출이 될까 싶어 불안했다. 그래서 남편의 이름으로 사업자를 내기로 하고 연매출 얼마 이하로는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는 간이 사업자로 등록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방향을 정하고 세무사 지인에게 문의하니, 간이 사업자는 부가세환급을 못 받는단다. 간이 사업자가 아니라 일반 사업자로 해야 하고, 사업자 매출이 아주 커서 세금을 내야 하는 정도의 규모가 아니라면 회사에서 사업자 소득을 확인할 수 있는 경로가 없으니 남편보다 내 명의로 사업자를 내는 것을 조언해 줬다. 


아... 난 정말 회사 다니는 것 말고 아는 게 없구나.

또 한 번 좌절.


그러나, 동업의 장점은 의논할 상대가 있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와 파트너의 강점과 주특기가 다른 것도 있고 겹치는 것도 있지만 문제는 둘 다 모르는 분야가 있다는 것인데, 둘 다 헤매다가도 제자리를 잡고 방향을 찾아가기는 하는 걸 보면 우린 생각이 잘 맞는 편이었다. 서로 의견이 달라 부딪치는 경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럴 때도 서로의 생각을 잘 들어주고 방향을 찾았다. 동업 파트너가 너무 가까운 친구가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되 의견은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라서 다행이었다. 


사실 사업자를 내는 문제는 간단하게 생각하면 그냥 한국에 내가 있으니 내 명의로 등록하는 걸로 생각할 수 있는 문제였는데, 나는 우리 사업의 운영방식과 결부된 문제라고 생각해서 다양한 형태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회사를 오래 다니며 생긴 습관, 즉 뭐 하나를 해도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해서 최종안을 내고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려고 한다는 버릇이 이번에도 발동한 것이다. 






한 달을 넘게 고민한 문제는 10분 만에 끝이 났다.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공인인증서 깔고 사업자등록을 신청하고 다음날 바로 등록 완료. 

기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내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했다. 

느리지만 아주 천천히 굴러가고 있다. 


오늘도 나는 회사를 다니며 퇴사 준비 중. 


에헷 데헷 신난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랜드가 뭣이 중한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