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씨 Writer C Oct 24. 2022

28살 청년이 공사현장에서 배운 인생의 법칙 10가지

4. 직급, 상황 뒤에 숨지 마라(1)

그렇게 중요하면 나한테 맡기면 안 됐지

나이가 적다 보니 대부분 친구들이 빠르면 대리, 늦으면 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대리급의 친구들이 사원급의 친구들의 직장생활 상담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대리급이라면 과장급 이상보다는 확실히 올챙이 시절을 잘 기억하고, 본인도 막 다리가 생겨나는 중이기 때문에 훨씬 생생한 조언이 가능하다. 특히, 친구이기 때문에 직장 동료는 해 줄 수 없는 말들을 터놓고 해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때, 한참 풀 죽은 사원 친구들의 멘탈을 챙겨주는 가장 흔한 조언이 바로

'그렇게 중요한 거면 너한테 전적으로 맡기면 안 됐지',

혹은 '그렇게 중요한 거는 어차피 너한테 안 맡긴다'이다.


사원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모든 일을 처음부터 해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최종 학점이 4.0을 넘기는 학생도 극소수인데, 직장이라고 이야기가 달라질 리 없다. 물론 4.0을 넘기는 학생도 처음 맡는 업무에 실수를 할 것이고. 다만, 여기서 중요한 차이는 학생 때 실수는 본인 점수에만 영향을 미치지만, 회사에서 실수는 회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가령, 금요일 퇴근 직전 발견한 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팀원 모두가 야근을 한다든가 말이다. 더 큰 문제라면 실제로 금액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실수를 저지른 사원은 자존감과 멘탈이 저 바닥으로 내려앉기 마련이다. 신입 주제에 모두에게 해를 끼쳤다는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필요한 마법의 말이 바로 사원은 책임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게 중요한 거면 윗사람이 체크를 했어야 했다.'

'네 생각보다 큰 일은 아닐 거다. 왜냐하면 그런 중요한 일은 애초에 너에게 전적으로 맡기지 않는다.'

'직급 높은 사람들이 더 돈을 받는 이유는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맞는 말이다. 나도 내가 대리급일 때 사원들의 역량을 고려하며 일을 분배하고, 해당 사원이 일을 어느 정도 익힐 때까지 지속적으로 결과물을 검토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업무가 과중한 상황에는 사원에게 조금 버거운 업무가 돌아가기도 하고, 상사가 제대로 검토를 하지 못 하는 경우가 생긴다. 오히려 일을 잘하는 사원이라 과중한 일을 믿고 맡기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내가 경험한 회사가 작은 규모였기 때문에, 대기업 등 큰 회사의 상황은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경우 위의 조언들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회사든, 사원이 중요한 일을 전적으로 처리하게 되는 상황이 문제인 것이지, 익숙치 않은 과중한 일을 처리하다 삐끗한 사원이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그 대신, 발생한 문제를 공부하고 발전하는 길로 나아간다면 정말 좋은 사원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분명 수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배우며 성장했다. 그때마다 회사의 좋은 동료들이 나를 도와주었다.

다만, 현장에 나와보니 더 이상 직급, 상황 뒤에 나를 숨길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작가의 이전글 28살 청년이 공사현장에서 배운 인생의 법칙 10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