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ojin Nov 30. 2022

중국에게 고백

' 나는 이제껏 이들을 오해(?) 하고 있었나? 아직까지 나는 이 나라를, 이 사람들을 모르고 살고 있구나'를 느끼는 요즘이다. 

  올해 초 석 달 가까이(두 달이라고 공식적으로 말하긴 하지만 그전부터 갇혔다 풀어줬다 반복했고, 아이는 학교를 안 갔고, 남편은 넉 달 가까이 재택근무였으니, 내가 느끼는 건 석 달이 넘는다) 봉쇄를 겪으면서 나는 이렇게까지 이 나라와 이 나라 사람들이 싫었던 적이 없었다. 

  이들의 광기 어린 집단주의에 실망하고,  꼬박 석 달 가까이 갇혀 있으면서도 정부의 방침을 지지한다는 이웃들의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이며 남다른 중화사상까지 보너스로 박혀 있는 어이없는 발언에 분노했고,  심지어 공동구매라는 통로(?)를 통하여 부(富)를 과시하며 온갖 사치품과 미식의 향연을 펼치는 소위 말하는 중국의 중상류층의 이기적인 행동에 실망하고 '이 나라는 미래가 없다'라고 결론지었다. 

  물론 봉쇄가 끝난 후, 그들 중 몇몇은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을 탈출하여(정부를 지지한다느니 애국한다느니 라는 발언이 무색하게도) 미국이나 캐나다 등등으로 떠나, 자기네들이 그곳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잘 살고 있는지를 꾸준히도 올리는 바람에, '이 나라는 미래가 없다'라는 결론을 내린 생각에 생각이 더해져, '박쥐 같은 것들이, 이기적이고, 천박하기까지 하며, 얼굴까지 두껍다'라는 최종 결론까지 내린 후, 중국인에 대한 넌덜러미 같은 것이 생기기까지 했다.  거기에다가 왜 내가 이 꼴을 당하며 이 미개한 인민들과 같이 살아야 하나에 대한 근본적인 한탄까지 더해져, '결론은 너다, 내가 너를 만나 이러고 산다' 라며 중국 인민의 대표인양 눈만 마주치면 남편을 잡았다. (억울하겠지......)

 중국에 갇힌 지 3년, 상하이 안에 갇힌 지 1년 넘는 기간 동안, 나의 정신은 황폐해지고, 중국인에 대한 증오는 날로 날로 깊어져, 그들이 하는 어떠한 말도 행동도 진심으로 들리지 않게 되었다. 부끄럽게도 중국인 혐오증(?) 비슷한 것이 생겼다. 


 방역이라는 이유로 신분증 번호, 동선, 결제 내역까지 추적하여, 사람들을 아무리 통제해도 애국심 충만한 이들이, 이것이 부정당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줄 알았다. 일말의 저항 없이 당연하게 국가가 시키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생활이 편안하다면(밥을 잘 먹고, 돈벌이에 영향이 생기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괜찮다는 생각으로, 절대로 저항이라는 것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의 생각이 틀렸다. 나는 이제껏 중국인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나라는 너무나 크고, 사람도 많아서, 모든 것이 금방 빨리 변하는 한국과는 다르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20년이 넘는 지금에서야 비로소 "만만디(慢慢地)"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낀다. '에이 중국인들이 뭐가 느려, 엄청 성격 급해, 택시 타봐 기사 아저씨들 차 막히고 신호 기다리는 거 못 견딘다' 하며 그들의 만만디를 단순한 속도감으로 정의하려고 했던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 것이었는지 알았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각종 크고 작은 시위와 저항의 움직임이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더 억압할 것이고, 더 통제할 것이고, 더 사람들을 누를 것이다. 실제로 많은 동영상과 모멘트들이 올라오지만 지워지는 속도도 많고, 어느 순간엔가, 오미크론이 얼마나 전염 속도가 빠른지, 후유증이 위험한지, 노인들과 아이들에게 치명적인지 근거 없는 것들이 다시 올라오기 시작한다. 시위의 배후에는 외국 세력이 있다면서 정신을 차려라는 의조의 뉴스까지 무서운 속도로 나온다.  상하이는 72시간 내 핵산 검사 결과를 보여주고 공공장소에 출입할 수 있었으나, 갑자기 48시간으로 바뀌었고, 외지에서 상하이로 오는 사람들에겐 외지에서 왔다는 꼬리표가 적힌 코드가 5일 동안 나왔고, 사람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그것을 없애는 대신, 어제 아파트 단지네 주민회에서는, 외지로 출장을 가는 사람들은 신분증과 출장 증명서, 재직 증명서를 내고 주민회의 승인을 받으면 갈 수 있다고 했다.   확진자가 많아져서 그런지, 시위 사태가 생겨 그런지는 아무도 묻지도, 알려고 하질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말을 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다는 것. 


  전(前) 지도자가 끌려 나간 순간의 동영상이 전 세계에 퍼져 나갔을 때, '당은 하나지만 힘의 균형을 이루며, 다른  공산 나라와 다르며 독재 같은 것은 없다, 인민의 생활이 우선이다'며 자긍심을 가진 그들의 자랑스러운 "중국"은 사라져 버렸다.  외부 세계와 대부분의 통로가 막혀 있어, 당에서 그들에게 좋은 것만 편집해 틀어주던 뉴스만 보던 보통의 중국인들이  월드컵을 보고 이곳만 다르다 라는 것을 알게 되었듯이, 이곳의 이 나라의 사람들에게 작은 돌덩이가 하나 던져진 것이다. 


 믈론, 아직까지도 국가를 믿어야 한다. 위험한 병이다. 지도자를 믿어야 한다. 왜 외국의 경우를 여기에 적용시키냐 우리는 다르다. 시위는 왜 하냐 나라를 망치는 것이냐, 공산당 최고, 지도자 최고 등등의 말을 하는 우물 안 개구리 들은 있다. 아마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쁘다. 내가 결론내고 희망이 없다고 넌덜머리를 내던 중국인들이 알고 보니, 그렇게까지는 꽉 막힌 사람들이 아니었다는 것, 비록 아주 작은 소수이지만, 그들이 힘을 내길!  목소리를 낼 수도 없고, 뒤에서 한탄 개탄만 하고 있는 외국인 아줌마이지만, 그들을 온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그리고 힘이 될 수 있다면 힘을 보탤 방법을 찾고 싶다는 것도!  이것이 결론 나지 않는 외침으로 지나갈 지라도, 20년을 넘게 살아온 이 나라가 그렇게까지 희망이 없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그들의 목소리와 작은 물결은 나에게 앞으로도 이곳에서 살아갈 힘이 되어 줬다는 것을 알아주길! 그리고 모두에게 희망이 되었다는 것도!!


 상하이는 지금 불안에 떨고 있다. 다시 봉쇄를 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고, 나도 아침부터 온라인 쇼핑몰에서 뭔가를 잔뜩 시켜놓고 혹시나 모를 봉쇄를 준비하고 있다.  다시 전체 봉쇄는 하지 않을 거라며 위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어도 생각과 양심이라는 것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그 높은 곳에 있는 인간을 변호해주거나 칭송하지 않는다. 모르겠다. 이 나라는 언제까지 이런 미친 짓을 하게 될지, 높은 곳에 스스로를 올려버린 그 인간은 고집을 피우며 인정을 안 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인민들의 목소리를 모른척하고 자신만을 위하며 그 자리에서 언제까지 버틸지....... 


 중국을 다 알고 있다는 것도, 중국 사람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은 나의 오판이었다. 인정한다. 나는 편협했고, 감정적이면서, 지식과 생각이 짧았다. 


 

 


 



 

 

  

작가의 이전글 뜨겁고 빈 주전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