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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jin Aug 28. 2023

2023/08/22

남편이 달고 온 선물


  남편이 코로나를 달고와 나에게 전해 주었다.

 (밉다 밉다 하다 보니 이제 별 걸 다 주는구나)  정작 남편은 기침만 몇 번 하고 말았는데, 나는 '코로나 모범생'인지 기침, 콧물, 근육통, 복통, 기관지염까지 다 한 번씩 거치고 지나갔다.  

 금요일에 시작된 근육통에, 아이는 아직 방학이라 남편이라도 빠지는 월요일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나가야 할 남편은  "와이프가 아파서 집에서 간호를 해야겠어, 미팅은 화상으로 돌린다" 라며 아침부터 분주했다.  '우와~ 너무 가정적이에요, 저도 이사님 같은 분과 결혼하고 싶어요, 부러워요~~'라는 말을 들으며 흐뭇하게 미팅을 시작하는 남편의 뒤통수를 갈겨 버리고 싶었다. 눈치는 밥에 말아 먹으려도 없나 보다.

 

 '미운 놈은 미운짓도 창의적이고도 다양하고 얄밉게 하구나.....'

 

 그리고 그날 세끼를 집에서 다 먹었다. 아픈데 사 먹는 음식은 몸에 안 좋다는 말까지 곁들이면서...(진짜 밉다)

 남편과 아이가 먹은 저녁을 치우면서, "내가 그렇게 김치 만두가 먹고 싶다고 했는데, 오늘 회사를 가고, 저녁에 퇴근해 오면서 사다 주면 내가 저녁도 안 해도 되고 더 좋지 않았어?"라고 하니, 몰랐단다.

그리고..... 그다음 날 남편은 친절하게도(?) 9시 넘어 출근하고, 12시에 김치 만두를 사 와서 점심으로 먹고, 나를 간호해야 한다며 집에서 또 재택근무...... 그리고 혼자 '자상하고 가정적인 본인'에 취해서 뿌듯하게 내가 차려준 저녁을 배불리 먹고 자더라.


 밉다, 코로나를 선물로 준 것도, 나흘 내내 붙어서 간호(?) 해준 것도, 김치 만두를 사다 준 것도, 정말 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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