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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침 오늘 아침 Jun 15. 2023

사람에 대한 예의

글로 밑줄을 긋다


책은 발가벗겨진 나와 헐벗은 당신 사이에 높게 세워진 담장을 무너 뜨리는 방법이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나는 예의 있는 사람인가요?’


'모르고 짓는 죄’가 ‘알고 짓는 죄’보다 나쁘다. 알고 짓는 죄는 반성할 수나 있다. 모르고 짓는 죄는 반성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우리는 숨을 쉬듯 누군가를 손가락질하지만 당신과 나 역시 한 발만 잘못 디뎠어도 다른 삶을 살게 됐을 것이다. 당신과 나는 우리가 살았을 삶을 대신 살고 있는 자들을 비웃으며 살고 있다. _ 책 16 페이지의 일부를 글로 옮김


저는 무지를 혐오하고 편견을 경계합니다. 사람을 대함에 예의가 없는 것은 무지에서 비롯되다고 여기며, 몸에 밴 편견이 그러한 무지를 낳는다고 여깁니다.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런 제게 저자는 나또한 다르지 않다고 하며, 이것이 빌어 사는 삶이라 새깁니다. 글을 읽는 행위가 주는 경험 중 하나는 이미 겪은 상황에서 떠오른 생각을 정리된 문장으로 보는 것입니다. 제게 있어 책을 읽는 즐거움 내지 목적은 이것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것으로 이미 충분하거늘, 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글감을 앞에 세워두고 뒤로 물러서는 자세를 취합니다. 익숙한 상황을 객관화 하고 거기서 비롯되는 다층적인 감정이 저자의 언어로 담겨져 있습니다.


다 아는 사실을 글로 옮기는 것은 무엇보다 어렵다고 여깁니다. 그런 류의 문장을 읽는 독자는 자신의 자리를 판정단의 자리로 바꿔 앉기 십상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일까요. 대체로 유려한 글은 숙제를 풀듯 마지막에는 해답을 두어 독자는 독자로 남게 합이다. 하지만 그는 다른 방법을 취합니다. 저자를 따르다보면 먼저 눈을 감게 되고, 손으로 벽을 더듬어 길을 찾아 보려고 합니다. 이내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이렇게 두려울 때가 있었나...’ 할 즈음, 그는 저를 옆에서 지켜 보고 있는듯 '나도 그렇다. 저기 보이는 저들도 그렇다. 그러니 감추지 말고, 그것을 인정하되 다음으로 나아가라.' 합니다. 그것이 한 달 여 동안 이 책을 곁에 두고 있는 이유가 아닐지...



이 책은 권석천 (기자/칼럼리스트)님이 문학 잡지 ‘악스트’와 인터넷 서점 블로그 ‘채널 예스’에 실은 글 일부와, 새로 작성한 글을 모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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